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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으로 본 2000년 대학의 위기
국감으로 본 2000년 대학의 위기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0.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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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해동안 진행한 정책의 공과를 따지는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19일 시작돼 내일로 마감된다.
고등교육과 관련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감사도 내일 교육부 본부를 끝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올해 교육위의 감사는 대학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핵심사항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사학분쟁에서부터 서울대 감사에 이르기까지 고등교육의 현안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우리신문은 교육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조사발표한 각종 대학관련 통계지표와 핵심사항으로 다뤄진 문제들을 중심으로 2000년 대학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각종 통계에 비친 대학의 현 주소

현실화 되는 위기의 징후…갈수록 학생은 감소, 지원은 불균형
대학의 현주소는 각종 통계지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통계지표 중 좀처럼 볼 수 없던 내용들이 선을 보이는 시기가 바로 국정감사기간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대학이 당면한 현실을 짚어볼 수 있는 여러 통계지표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몇몇 의원들이 조사발표한 통계지표는 대학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현실적 어려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척도이면서 재정지원에서 학생선발에 이르기까지 대학간의 극명한 명암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과연 대학은 지금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가.

모집정원 미달대학 갈수록 증가
대학이 직면한 위기 중 가장 심각한 징후는 역시 ‘학생의 감소’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재정난’이다. 이점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올해 대학별 모집정원 미충원 현황은 일부 지방대의 연쇄도산이 섣부른 기우가 아님을 증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북의 A대학은 모집정원의 1천6백27명 중 7백93명을 선발하는 데 그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전남의 B대학은 정원의 25%인 4백49명, C대학은 모집인원의 45%인 1천4명, 전북의 D대학은 정원의 40% 가까운 3백77명의 학생들을 뽑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적 모집정원의 30%를 이상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만도 14개 대학에 이르렀다. 특히 전남지역의 대학은 올 한해 모집인원의 20%정도의 학생을 선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운영에 소요되는 재정의 절대적인 부분을 학생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대학들의 형편이고 보면 이 같은 학생결원은 존폐의 위기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부추기는 정부지원
특히 2003년 이후로 예견되고 있는 대학진학자 수의 급격한 감소는 학생자원 고갈로 머지 않은 장래에 문을 닫는 대학이 생겨날 것임을 시사하기까지 한다.
정원 미달로 인한 대학의 존폐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은 오히려 형편이 어려운 대학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고, 일부 ‘있는’ 대학을 살찌우는 빈익빈 부익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정숙 한나라당 의원이 요청한 ‘99년 주요사업별 대학재정지원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부가 25개 국립대(교육대, 산업대 제외)에 지원한 사업비는 대학당 평균 43억원에 이른 반면, 1백22개 사립대에 지원한 평균 사업비는 9억2천만원으로 5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사립대 간에도 그 격차는 커 10억원 이상을 지원 받은 대학이 42곳에 이른 반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23곳에 달했다. 여기에다 BK21 사업비의 편중현상까지 고려한다면 대학이 피부로 느끼는 정부지원비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립대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지원비를 받은 대학은 한양대로 38억2천4백여만원인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연세대(37억여원), 영남대(32억5천7백여만원)순으로 나타났다. BK21사업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서울대는 88억9천여만원을 별도로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설립준칙주의 부실대학 양산 원인
현 대학의 위기를 분별없는 양적팽창에 따른 것으로 본다면 설훈 민주당 의원이 조사발표한 대학설립준칙주의 관한 자료는 정책당국이 한번쯤 곱씹어 봐야 할 문제를 제기한다. 설립준칙주의는 교사, 교지, 교원 등 대학운영에 관련된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든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97년 도입된 이후 대학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목돼온 제도이다. 자료를 통해 설 의원은 “97년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이후 시행되고 있는 설립준칙주의가 부실대학만 키워내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립준칙주의가 적용된 이후 신설된 대학은 극동대, 탐라대 등 모두 41곳. 이중 10개 대학은 당초 설립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교육부가 인가를 내줬으며, 16개 대학은 아직까지도 설립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15개 대학은 교수의 법정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설립이후 수익용 기본재산이 오히려 줄어든 대학도 7곳에 이르고 있다. “문제를 풀어가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는 꼴”이라는 것이 설 의원측의 주장이다.
결국 내핍과 외부지원의 불균형, 게다가 지속되고 있는 대학의 양적 증가는 2000년 대학위기의 지형을 그리고 있는 주요한 요소들이다. 이에 따라 대학의 명암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학존폐의 위기로 번져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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