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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과학적 근거’ 따져 묻다
기본소득, ‘과학적 근거’ 따져 묻다
  • 박강수
  • 승인 2021.03.1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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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학문으로 바라본 기본소득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심포지엄 열어
기본소득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은 서울대 사회대 각 학과 및 학부 교수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인철 교수, 김용창 교수, 권현지 교수, 장용성 교수, 강원태 교수, 안상훈 교수. 사진=줌 화면 캡처
기본소득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은 서울대 사회대 각 학과 및 학부 교수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인철 교수, 김용창 교수, 권현지 교수, 장용성 교수, 강원태 교수, 안상훈 교수. 사진=줌 화면 캡처

 

기본소득은 실현가능할까. 실현 가능하다면 효과는 어떨까. 경제 성장과 충돌하지는 않을까. 불평등 해소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작용을 바로잡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기본소득 찬반을 묻는 논쟁에 가둬둘 수 없다. 다양한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교류하며 따져봐야 한다. 과학적 논의가 전제돼야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도 가능하다.

지난 5일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주관한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적 이해」 심포지엄은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사회과학연구원은 서로 다른 학과들 사이 공동연구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 서울대 사회대 내 8개 학과 교수가 참가한 이번 연구의 주제는 기본소득이다. 안상훈 사회과학연구원장(사회복지학과)은 “모여서 연구를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됐다”면서 “혼돈 상태에 있는 한국사회의 기본소득 논의 구도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대로 된 논의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를 짚었다.

첫 번째 세션은 ‘기본소득의 정치와 경제’다. 4명의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복지 정치의 관점에서 ‘기본소득 정치’의 가능성을 전망했고 최인철 교수(심리학과)는 기본소득 정책의 기반이 될 사회적 여론을 측정하는 기존의 기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장용성 교수(경제학부)는 기본소득 도입이 가져올 거시경제적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선보였고 안상훈 교수는 ‘기존 복지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기본소득과 서비스복지의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두 번째 세션은 ‘기본소득 담론의 다양한 전개’다.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최근 30여 년간 언론에 등장한 기본소득 키워드의 의미망을 분석했다. 이승철 교수(인류학과)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가장 거시적인 시각에서 “기본소득의 정치경제적 상상력이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적 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를 공유와 배당의 원리로 재편하는 사회운동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비판도 이어졌다. 김용창 교수(지리학과)는 기본소득과 보편적 서비스복지를 비교하며 “지역 격차가 극심한 한국에서는 보편 서비스에 대한 공간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폈다. 권현지 교수(사회학과)는 “소득으로부터 노동을 해방시키는 기본소득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자리, 필수 노동 등을 사회에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내지 못 한다”고 비판했다.

 

 

“대안 담론으로서 기본소득과 정책으로서 기본소득 구분해야”

각 세션별로 네 개 학과의 발표가 진행된 이후에는 논평과 피드백이 뒤따랐다.

1부 지정토론에 나선 한윤선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최인철 교수(심리학)의 발표에 대한 논평을 내놨다. 한 교수는 기본소득 여론을 측정하는 지표를 구성할 때 “인지편향이 얼마나 작용하는지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과대평가하고 새로운 정보에 방어적이거나, 소속감 느끼는 집단의 입장을 따르거나, 증세 등 하나의 특징에만 몰두하는 태도” 등이 정책에 대한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1부 지정토론을 맡은 임동균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2018년 자신이 직접 진행했던 기본소득 여론조사 결과분석을 소개하며 피드백을 전했다. 임 교수는 조사 결과 “소득수준이나 고용안정성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정당, 정치에 대한 호감도는 기본소득에 대한 호감도와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보였다”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정치화돼 있어 어떤 세력이 제안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기존의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 휩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부 발표의 논평은 채수홍 서울대 교수(인류학)가 맡았다. 채 교수는 “자본주의 비판으로서 기본소득과 정책적 실험대상으로서 기본소득 사이 간극이 있는 것 같다”고 평하며 기본소득의 사회운동적 가능성에 주목한 이승철 교수(인류학)의 발표와 기본소득의 정책적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 프로젝트를 제안한 김용창 교수(지리학), 권현지 교수(사회학)의 발표를 예로 들었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드러내는 사고실험으로 접근할 때와 실체 복지∙경제 정책으로 접근할 때 논의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어서 마지막 3부에서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과 사회과학도서관이 공동 주최한 ‘기본소득 전국 논문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 두 팀에 대한 시상과 발표가 진행됐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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