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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호
서울리뷰오브북스 1호
  • 교수신문
  • 승인 2021.03.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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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지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36쪽

“좋은 책은 무엇인가에서, 좋은 서평은 무엇인가로!”

편집장 홍성욱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는 창간사를 통해, 서구의 지성계와 독서계를 강타한 피터 싱어의 서평(『동물, 인간, 도덕』)을 언급한다. 자칫 묻혀 버릴 뻔한 책을 발굴하고 이 문제의식을 ‘혁명’의 도화선으로 이끌었던 것은 『뉴욕리뷰오브북스』라는 전문 서평지의 역할과 “서평”의 힘이 컸다. 독자들은 피터 싱어의 서평을 읽고, 『동물, 인간, 도덕』을 구매했고, 인간이 동물에 대해 가하는 잔인함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싱어는 서평을 확장하여, 『동물 해방』이라는 책을 썼고,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이 일련의 사건들 이후에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피터의 서평은 인식의 혁명을 촉발한 도화선이었던 것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서평을 통해 좋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서평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좋은 책”이라는 당위에 머무르지 말고 독자들에게 ‘생각의 공명’에 동참하길 권한다. 여느 잡지와 다르게 13인이라는 편집위원의 합류, 텀블벅을 통한 868명의 독자 후원, 이후 쏟아진 독서계의 찬사와 비판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지향점이 곧 서평 문화를 위한 “공론장” 형성에 있음을 밝혀준다.

“창간호 특집: 안전의 역습”

『서울리뷰오브북스』 1호에서는 ‘안전의 역습’이라는 주제 아래 특집 서평을 다루었다. 그리고 철학, 과학철학, 경제학, 사회학, 언어학, 천문학, 역사학 전공자들의 서평을 비롯, 소설가 장강명의 짧은 소설과 에세이스트 요조의 에세이, 카툰 작가 수신지의 카툰 에세이, 그리고 교수이자 작가인 김영민의 짧은 소설을 담았다.

[srb 탄생 비화], 홍성욱(본지 편집장)
젊었을 때 [New York Review of Books] [London Review of Books]와 같은 서평 전문 잡지를 자주 봤다. 이 책이 학과 휴게실에 배달되었고, 공부를 하다가 쉴 때, 점심을 먹을 때 여기 실린 서평들을 읽었다. 주로 학술서들의 서평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었고, 서평을 보면서 학문의 흐름을 가늠했다. 특히 이런 서평 전문지에 실린 서평들은 분량이 꽤 길었고, 그 분석의 깊이도 심오했다. 철학자 Ian Hacking이 쓴 서평에서는 서평의 대상이 되었던 책을 직접 읽었을 때보다 더 큰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근대성에 대해서 독특한 해석을 한 [We Have Never Been Modern 우리는 결코 근대인인 적이 없었다]라는 저술로 유명한데, 이 책은 그가 스티븐 셰이핀Steven Shapin과 사이먼 섀퍼Simon Schaffer의 Leviathan and the Air Pump라는 책에 비판적인 서평을 쓰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 지성계에도 이런 서평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판사들에게 서평지를 만들자는 문의를 하기도 했다. 답은 항상 부정적이었다. 한국에는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에세이집을 읽다가 김 교수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 교수에게 전화를 해서 만났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반갑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 만남에 김 교수가 이석재 교수와 함께 왔고, 셋이 서평지를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가 2019년이 저물던 시점이었던 것 같고, 이때부터 우리 생각에 공명하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창간호 특집: 안전의 역습

『서울리뷰오브북스』 특집은 ‘안전의 역습’이라는 키워드로 3편의 에세이와 3편의 리뷰를 통해 우리 사회 안전의 지형도를 살피는 기획이다.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지금, 여기’의 안전을 수시로 묻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위험과 안전이 범용어처럼 회자된다. ‘살코기 세대’라는 신조어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는 젊은 세대를 말한다. 2016년 강남역 사건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집단 공포를 낳았다.

불안에 맞선 시도는 또 다른 위험을 낳았다. 불안에 쫓긴 존재들은 대안적 공동체를 만들기보다 절연, 감시, 고발, 응징으로 폭력에 맞선다. 현재보다 나을 리 없는 미래 대신 익숙한 과거로 퇴행하는 움직임은 적대와 폭력을 심화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이주자 혐오와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불평등’이 ‘평등’보다 친숙한 낱말이 되었다.

그렇다고 안전의 풍경이 묵시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불안이 불안을 만나고, 응시하고, 교감한다. 젊은 페미니스트는 소수자가, 동물이, 지구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먼저 발견하기도 한다. 위태로운 삶들의 연대가 인간의 세계를 넘어 생명의 지구를 무대로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구제 불능은 아니라는 점을 코로나19 재난이 보여준다. 도처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지만, 그럼에도 절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지혜를 공유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 1호 특집 ‘안전의 역습’은 우리 시대 안전의 지형을 살피고 있다. 안전이 모두의 화두로 귀환했다. 평범한 시공간에서 안전이 욕망의 대상이자 비판의 쟁점으로 등장하고, 차별과 적대, 화해와 연대를 동시에 촉발하는 상황을 고민하고자 한다.

“무해의 시대는 이제껏 인정되지 못했던 새로운 고통을 기왕의 것들과 연결하는, 강인하고 질긴 망이 엮어지는 그런 시대다!” 김홍중은 「무해의 시대」라는 글에서 21세기 안전 패러다임의 계보와 전망을 다룬다. ‘무해한 사회’를 지향하는 안전의 욕망이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정치적 힘을 행사했는지 살피고 있다. 무해의 욕망을 과도한 안전주의나 허위의식으로 비판하기보다, 유사한 위험을 공유하는 존재들의 새로운 연결 가능성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여학생드을! 알아서 살아남는 거야!” 권보드래의 「밤길을 걷는 법」에서 이 시대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다룬다. 권 교수는 강화길과 정세랑의 소설을 따라 비틀걸음을 걸으며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의 공포와 대면한다. 강화길의 소설은 심야의 뒷골목 같다. 반면에 휴식 같고 위안 같고 오랜만에 보는 웃음 같은 정세랑 월드도 있다. 완벽한 안전에 대한 열망에 공감했다 반발했다 끝내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도, 여기에 “갇히지” 말 것을 그들에게 바라고, 자신에게 다짐한다.

“모두가 취소되는 문화와 누구도 취소되지 않는 문화?” 송지우는 「취소가 문화가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글에서 최근 미국에서 만개하고 한국에서도 출몰 중인 젊은 세대의 ‘취소문화’를 톺아본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왜 그럴까라고 묻고, 취소문화에 내재된 ‘안전주의 내러티브’를 해석함과 함께, 문제는 안전주의 내러티브가 현상의 전말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본다. ‘취소문화’를 둘러싼 논쟁은 21세기 미국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떼어 놓고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도 도달한 ‘취소문화’ 논의가 이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본다. 송 교수는 ‘취소문화’를 안전에 대한 강박으로 보는 기성세대 자유주의 비판의 한계를 짚으며, 청년들의 절망을 담금질한 구조적 차별과 제도적 불공정을 돌아볼 것을 요청한다.

“안전할 권리를 외치는 우리 바깥에 머무는 한, 그들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언제나 출몰할 수 있다.” 조문영은 「불안한 빈자는 어쩌다 안전의 위협이 되었는가?」라는 글을 통해, 21세기의 빈곤 통치 양상을 다룬다.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빈곤 통치에 대한 경고장으로 『자동화된 불평등』을, ‘디지털 구빈원’에 갇힌 사람들의 침묵을 이해하기 위한 통로로 『커밍 업 쇼트』를 읽는다. ‘안전이 권리’라는 구호가 안전의 위협으로 내몰린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지 묻는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도전은 노동 공급의 부족인가, 노동수요의 종말인가?” 김도형은 사회보험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복지의 원리』를 읽는다. 인구 고령화와 기술진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20세기 사회보험이 향후에도 노동자가 직면한 다양한 소득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을지 살핀다.

“건강을 지키는 새로운 일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세요.” 박한선은 「안전의 두 얼굴」에서 안전을 위한 경계 혹은 안전을 무너뜨리는 경계에 대해 주목한다. 그는 『느낌의 진화』와 『인간 무리』를 소개하면서 안전의 연대기를 세포의 역사를 따라 확장해 낸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연대라는 안전의 두 얼굴을 생명 진화의 세계에서 탐색하다 보면, 팬데믹이 인류 ‘공동’의 적이라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이석재의 「테스형!」은 가수 나훈아가 던진 질문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무엇이라 답했을지 그 궁금증을 풀어낸다. 필자는 [테스형!]의 가사는 크게 세 가지 즉 삶의 어려움, 죽음 너머의 세계, 그리고 우리의 무지無知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갖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공감했을까? 필자는 소크라테스가 남긴 대화록인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플라톤 지음)을 읽으며 이 주제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대답의 의미를 짚어본다.

홍성욱의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는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개신교에 대한 한 신학자의 비판을 담았다. 박경미의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의 서평을 통해, 동성애는 진정으로 기독교의 교리와 어긋나는 것일까에 대한 답을 구해 본다. 필자는 이 책이 동성애를 배척하는 한국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증거로 삼는 성경의 몇몇 구절들에 대해서 대안적인 해석이 존재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과학기술학자로서 홍성욱은 동성애에 대한 최근의 과학 연구들을 보면서 신학자 박경미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며, 이를 토대로 한국 교회나 한국 보수 개신교계를 비판한다.

김두얼은 사회학자 송호근의 『인민의 탄생』 3부작의 의의를 짚어본다. 저자는 방대한 문헌을 읽고 소화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서술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칼럼니스트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본다. 김 교수는 송호근 교수가 그의 3부작에서 뛰어난 필력을 보여준 반면에 개념 규정과 논리 전개가 허술하다는 점은 한계로 본다.

박상현은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인 『A Promised Land(가제: 약속의 땅)』의 서평을 통해 오바마가 남긴 ‘유산’을 살펴본다. 박상현은, 오바마의 가장 큰 업적은 임기 동안 드라마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본다. 오바마의 유산을 다루는 이 “책은 흥미진진하지 않고”, “오바마는 부각될 만한 업적 혹은 유산을 남긴 대통령이 아니라”는 평가가 있지만, 무능하다고 비판받는 두 공화당 대통령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 오히려 ‘오바마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본다. 오바마의 레거시(유산)는 희미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바로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기능하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든다.

심채경은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선」에서 2020년에 출판된 ‘우주 탐사’ 관련 서적 4권을 리뷰한다. 『관찰과 표현의 과학사』 『호모 스페이스쿠스』 『비욘드』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에 대한 서평 형식을 빌려, 심채경은 인류의 DNA에 새겨진 탐험 유전자를 읽어내며, 우주탐사를 위한 인류의 기나긴 탐험의 여정을 개관한다.

박훈의 「구한말, 21세기 벽두의 데자뷔?」는 구한말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 역사학계의 도달점을 보여주는 책을 리뷰한다. 한국 학계에서는 본격 연구서가 드문 형편에서 서평을 통해 앞으로의 연구 활성화에 작은 촉매제를 기대해 본다.
강예린의 「부엌은 주거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는 한국식 근대부엌이 주거 평면에 자리잡은 결과를 LDK의 탄생이라고 설명한 도연정의 책 『근대부엌의 탄생』을 리뷰한다. 강예린은 한국식 근대부엌의 모습이 LDK 평면으로 중재되었다고 보는 저자의 의견에 동조하지만, 이 전형적인 평면을 표준화시킨 데는 부엌만이 기능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표준형 공간이 도전받게 된다면 어떤 새로운 거주 감각이 소환될 것인가? 주택은 다시 변화될 것인가라고 묻는다.

박진호의 「언어는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는 기 도이처의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를 리뷰한다. 이 책은 언어학, 심리학, 인류학, 인지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섭렵하여 사피어-워프 가설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논변을 제시하고 있다. 수십 년 전의 학자들이 각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매달린 데 반해, 기 도이처와 최근의 학자들은 “각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 이 책처럼 이야기를 솜씨 있게 풀어 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보며, 앞으로도 생산적인 사유와 토론을 이어 가기 위한 좋은 실마리로 본다.

에세이 /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LITERATURE’에서는 소설가 장강명의 짧은 소설과 본지 편집위원이자 작가인 김영민의 먹물누아르, 에세이스트 요조의 에세이, 수신지 작가의 카툰 에세이가 실렸다.

장강명은 「나무가 됩시다」라는 짧은 과학소설에서 근미래에 가능할지 모를 유전자조작 시술을 소개한다. 이른바 ‘그린 라이프 수술’을 받고 그리너(나무 인간)가 되는 극단적인 생태주의자의 삶과 생각의 기록이다. 만일 미래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면, 지구 생태계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종으로서 인간이 모든 야생 육식동물에게 이 수술을 실시해야 할까? “나는 왜 그린 라이프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작가는 인간이 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 굴레에서 해방될 가능성을 처음 느꼈다고 말한다.

김영민의 먹물누아르 「불타는 전두엽의 최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K국의 국가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됐고, 전개됐으며, 그 암울한 전망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소설이다.

요조의 「맨발의 가로세로」는 책방 ‘무사’를 운영하는 요조의 일상 에세이이다. 책방 무사에서 같이 일하게 된 젊은 직원의 첫인상, 그의 일탈, 그리고 갓 피어난 그의 사랑의 뒷이야기를 듣는다. 낯선 타인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방법을 알고자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고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을 빌려 말해 준다. 맨발의 가로와 세로의 ‘1일’의 현장을 목격하고 그 이야기를 전달받으며 나는 우리 네 사람이 그 중요한 날을 나름대로 함께 공유했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두 사람의 연애에 계속 가담하고 싶게 하는 명분을 주었다.

카투니스트 수신지의 「글짓기 주제는 비행기」는 어린시절 글짓기 수업에서 있었던 일화를 정갈하고 재밌게 구성한 카툰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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