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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와 사상’에 독립운동가 이창신 작품 실려
일본 ‘시와 사상’에 독립운동가 이창신 작품 실려
  • 김재호
  • 승인 2021.03.0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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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겸 진보적 사상을 담은 작품 경향

일제강점기 전남지역 저항작가의 독립정신을 담은 일본어 시가 일본의 시 전문지 <시와 사상> 3월호에 발굴, 공개됐다.

시 전문지 <시와 사상>이 나주출신 작가겸 독립유공자인 이창신(1914∼1948)에 대해 소개하는 기획(3개월 동안)을 마련해, 3월호가 처음으로 발행된 것이다. 그의 필명은 이석성(李石城)이다.  

<시와 사상>(3월호)에 실린 이석성 사진

3월호에는 ‘시인, 소설가 이석성(1914~1948) 새 발견 일본어 시 원고’라는 제목 하에 아들 이명한(전남·광주 작가회의 고문) 소설가가 발굴한 일본어 시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의 전문, 이명한 소설가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문과, 김정훈(전남과학대 교수)의 연구 경위문이 실렸다. 

이석성 작가는 아들 이명한 소설가(광주전남 작가회의 고문)의 증언처럼 어릴 적부터 민족의식이 남달랐다. 

나주농업보습학교 시절에는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 통근열차에서 한일학생들의 다툼으로 광주학생운동이 발발, 확대되자, 나주지역 신간회와 협조해 나주지역학생들의 선두에 서서 나주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2019년 8월에는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 포상전수를 한 바 있다.

<시와 사상> 3월호에 실린 시 원본

<시와 사상> 3월호의 '손을 잡는 세계의 시인들'의 란에 실린 이석성의 새 발견 일본어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
  ―말라여! 철의 사나이여―

태양은 폭군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동에서 서로 날이 새고 해가 진다
이런 분위기에 역사는 유전(流轉)하는 것인가 

광음(光陰)은 영원히 흐르고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리고 또
삶과 죽음은 순식간에 왔다 사라지는 것 
지금 우리는 그걸 슬퍼하는 게 아니다
헌데 지금
우리가 가장 용감한 투사를 잃을 줄이야…… 

우리는 자신의 목숨을 아끼는 무정(無精)한 무리가 아니다
우리는 인류 최고의 이상 ××××주의를 위해서는
설령…… 이 생목이 
당장 날아갈지라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아…… 
우리의 전선에서 가장 앞서고 가장 용감한
말라를 잃을 줄이야……  

아아!
『말라여! 철의 사나이여!』
동지의 70여 년 투쟁은
―인류의 낙원을 건설하려고
 정의의 검은 깃발 치켜올린 투쟁은―
얼마나 격렬하고 통렬했던가
추방과 감옥, 그리고 빈곤과 병마……
허나 동지는
언제나 용감하지 않았는가?
말라는 열정의 사나이―태양 같았던 대상
―모든 걸 사랑하는
 자유 평등한 사랑의 명성(明星)―
   
허나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없다
철과 같은 의지의 인간! 열정을 불태우던 사내는
지금 목숨이 끊어져
로마의 한구석에 오랫동안 누워있다

아아! 이지(理智)로 빛나는 그 투지
말라테스타는 눈을 감았다
   
나는 말라를 본 적이 없다 또 알지 못한다
허나 나는 알고 있다
그의 정신은 지금
더 강력히 되살아나 
―지배계급에 대해 모두가 증오의 마음으로―
―희망에 빛나는 자유 코뮌(공동체)―
고귀한 검은 깃발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아아!   
『말라여! 철의 사나이여!』
동지의 가슴에 타오르는
고귀한 이상은 어찌하여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는가
나 지금 동지의 죽음과 함께
굳은 신념 더욱 강해져
자유를 위해 행복을 위해
목숨을 바치리라 맹세한다……

아아! 동지들이여!
열렬한 의지를 품은 전 세계의 동지들이여!
그대들은……
말라테스타의 장렬한 죽음의 길을 뒤따라 
일어서자!
자유 코뮌 건설을 위해―
자유・평등・박애의 수호를 위해―
그리고 안락한 사회……만인의 행복이 성취될 그 날을 맞자!
  

1932년 8월
구고(旧稿) 중에서

시는 9연 62행으로 소개되었고, 시 끝 부분에는 시와 사상 편집자가 주를 새겨넣어 말라테스타에 대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편집자는 '세계대백과사전 제2판'애서 발췌, 말라테스타(1853~1932)에 대해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 나폴리대학 의과대학생 시절 파리・코뮌의 영향 하에 공화(共和)파에서 제1인터네셔널에 가입해 72년 바쿠닌을 만나 그 이후 60년 아나키즘운동에 몰두한다. 전 인류가 성별없이 사랑과 연대로 정치적, 문화적 자유와 경제적 평등을 누릴 수 있는 아나키즘사회의 실현을 꿈꾸었고 각자가 자유의지로 이 과정에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 투옥, 망명, 박해를 견디며 빈번히 이탈리아에 잠입하며 꾸준히 지하운동을 펼쳐 '사랑의 혁명가'로 불리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1929년부터 1930년까지 나주에서 학생운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이석성은 독립정신을 고양하고 이론적으로 무장하기 위해 일본의 사상서를 탐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이명한 소설가의 자택에서 일본의 아나키스트로 잘 알려진 이시카와 산시로의 책도 나온 걸로 알려졌다. 이는 작가 이석성이 당시 일본 아나키즘 서적을 일본어로 읽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시와 사상> 3월호 첫 페이지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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