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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치료의 이해
인문예술치료의 이해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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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치료의 이해ㅣ강신익 외 11명 지음ㅣ한국문화사ㅣ372쪽
인문학과 관련된 예술을 치유적으로 통합하여 활용한 첫 시도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보다 역동적인 나라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부자 나라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50년 남짓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나라의 주민에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한류 종주국의 주인이 되었다. 국민의 건강도 크게 증진되어 평균적으로 수명이 무척 긴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게도 되었다. 선진 산업국가가 수 세기에 걸쳐 이룬 성과를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압축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질병의 종류와 양상, 질병을 앓는 방식, 그리고 병을 앓는 사람을 돌보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제 전염병 등 급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대신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이 많아졌고 심장병, 뇌졸중, 암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첨단의료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감당해야 할 질병의 신체적?심리적?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었다. 더군다나 그 기술들은 주로 사망 직전에 집중적으로 사용되므로 전체 국민의 건강증진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의학은 전염병을 몰아내고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지금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병든 사람을 돌보아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질병과 맞서 싸우는 보건과 의료의 영웅적인 성공 신화에 익숙하다. 지난 세기의 역사에 비추어 이런 평가는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인구 구조와 질병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 지금 그런 투쟁과 승리의 이야기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질병도 변하고 병을 앓는 방식도 변하며 병을 앓는 사람을 돌보는 방식도 변한다. 질병은 자연 현상이고, 병 앓이는 그에 대한 인간적 대응이며, 돌봄은 병과 앓이에 대한 사회적 적응이다. 이 셋은 상호 독립일 수 없다. 병에 걸린 사람은 그것을 앓아내야만 하고 그러는 동안 주변 사람과 사회의 돌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의 역사는 병 앓이의 역사이고 돌봄의 역사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 아무런 생물학적 효능이 없는 가짜 약을 먹고도 뚜렷한 증상의 개선을 보이는 플라시보 현상을 설명할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의료인류학자 호라시오 파브레가 주니어는, 질병(sickness)과 치유(healing)를 따로 떼어 분석해서는 진짜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질병은 풀어야 할 수학 문제처럼 주어지고 치유는 그 문제에 대한 풀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과 치유는 한 묶음으로 ‘진화’하는 생물-문화적(bio-cultural) 현상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병-앓이-돌봄의 구도는 질병이라는 생물 현상을 기준으로 하고 그것을 경험하는 치유의 문화를 앓이라는 인간적 차원과 돌봄이라는 사회적 차원으로 나눈 것이다. 이 세 차원은 상호 침투하면서 함께 진화한다. 이 글은 질병 치료의 역사를 병-앓이-돌봄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펼쳐지는 풍경을 그린 스케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셋은 상호 침투하지만 좀 더 면밀한 분석을 위해 각각의 특징을 구분해 볼 수는 있다. 질병은 자연 현상이고 병 앓이는 그것을 경험하는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방식이며 돌봄은 질병 경험을 조직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그 각각의 역사를 질병의 자연사, 병 앓이의 문화사, 돌봄의 사회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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