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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신기루 사립대 공영화
사라져버린 신기루 사립대 공영화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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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명예교수)

재정난에 허덕이던 대학들이 이제는 저출산 쇼크에 휘청거리고 있다. 상황은 절망적이다. 작년보다 3.1배나 늘어난 추가모집을 채울 가능성이 없다. 올해 응시생의 수가 입학정원보다 7만 6천325명이나 적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17%가 반수생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고 있는 셈이다. 전문대와 지방 사립대의 사정은 최악이고, 수도권과 거점 국립대도 위험하다.


엎친 데 덮친다고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학생 충원 지표의 배점이 2배로 늘어난다.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마지막 생명줄인 정부의 재정 지원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영원한 퇴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앞으로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


대선 공약이었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었던 ‘공영형 사립대’에 희망을 걸기도 하는 모양이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일이다. 학생을 뽑지 못하는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더욱이 공영형 사립대 공약은 처음부터 위기에 처한 사립대의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과열된 대학입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입시를 통째로 없애버려서 대학을 ‘평준화’시켜버리자는 것이 공영형 사립대 공약이다. 입시 과열을 부추기는 상위권 대학이 목표다. 학생 선발권을 포기하는 상위권 사립대에게 정부가 기본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197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 밀어붙였던 고교 평준화 식의 구상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얻은 알량한 명성에 취해서 정치권을 넘보던 철없는 교육평론가의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었다.


공영형 사립대 공약은 이미 추진 동력을 상실해버렸다. 사학 재단의 회계투명성을 제고시키겠다는 50억 원 규모의 ‘사학혁신지원사업’으로 변질·축소되고 말았다. 엉터리 진보 정책으로 교육정책을 망가뜨려버린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해놓은 일이다.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였던 교육정책들이 줄줄이 철회·번복·연기·백지화 되는 혼란 속에서 대선 공약도 길을 잃어버렸다. 


학령인구 절벽은 교육부나 대학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51만 명이었던 대학 진학인구(18세)가 2025년에는 45만 명으로 줄어들고, 2040년에는 28만 명으로 곤두박질친다. 20년 후에는 현재의 입학정원 중 절반 이상을 채울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1995년부터 무작정 대학을 세웠던 성급함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고등교육 이수율 50%의 꿈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길은 하나뿐이다. 대학의 수와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적당히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폐교나 정원 감축은 대학을 세우는 일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어렵다. 대학·지역주민·지자체의 반발과 고통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희망을 잃어버린 사학재단에게 자발적인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물론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대학이 함께 共滅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에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교육부가 폐교 절차를 꼼꼼하게 챙겨서 잡음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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