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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네트워크
휴먼 네트워크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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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O. 잭슨 지음 | 박선진 옮김 | 바다출판사 | 480쪽

네트워크에서의 위치가 권력을 결정한다


인간 네트워크에서 개인의 영향력은 얼마나 ‘중심’에 위치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인기 많은 인물들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인기인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과학은 노드의 인기(다수의 연결)가 유일한 네트워크의 중심성이 아님을 포착했다. 노드의 연결 수(도수)가 같더라도 네트워크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연구자인 저자는 각각의 원리를 친절하게 안내하며 왜 친구 대부분이 나보다 친구가 많아 보이는지(우정의 역설), 구글이 고유벡터 중심성을 이용해 검색 엔진 혁신을 이뤘는지, 빈곤 퇴치를 위해 인도 남부의 작은 마을들에서 소액대출을 홍보하는 데 어떤 중심성이 효과적이었는지(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테르 뒤플로-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의 공동 연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 이야기 중, 특히 저자의 메디치 가문에 대한 분석은 네트워크의 힘을 잘 보여준다. 당시 피렌체의 주요 귀족 가문들을 네트워크로 도식화해보면, 메디치가와 라이벌 가문들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메디치가의 동맹 가문들은 서로 직접 연결되지 않았고 오직 메디치가를 통해서만 연결된 반면(이 네트워크에서는 메디치가를 지우면 네트워크가 붕괴한다), 적대세력 중에는 그러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가문이 없었다. 메디치가의 코시모는 혼인과 은행업을 통해 주요 엘리트 가문들을 포섭함으로써 아주 높은 매개 중심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인간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중심성에 대한 이해는 왜 사람들의 영향력이 저마다 다르고 그토록 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 영향력은 한 개인의 역량보다는 네트워크의 구조와 거기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좌우되며, 일단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면 점점 더 큰 영향력을 얻게 되며 균질적이지 않은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런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염병의 확산, 금융 위기, 불평등과 비유동성, 정치적 양극화 등 다양한 주제들을 분석한다.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 네트워크


일반적인 네트워크 분석에 더해 저자는 인간 네트워크의 가장 고유한 특징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교류하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성향인 ‘동종선호’에 주목한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무작위 네트워크와 비교해 인간 네트워크의 특징은 인간 네트워크에 분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일례로 미국 고등학생 중 같은 인종끼리 친구일 확률은 서로 다른 인종일 때보다 15배 높으며, 미국의 백인 중 4분의 3이 다른 인종의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저자는 성, 인종, 종교, 나이, 직업, 학력, 출신 지역 등 다양한 요인이 동종선호와 맞물려 어떻게 인간 네트워크에서 무리를 만드는지 추적한다.


동종선호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것이라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분열을 야기하고 증폭시키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이는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모형 중 가장 간단한 모형으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이웃에 대한 특정한 선호(인종, 종교, 계급 등)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그들은 적어도 이웃의 3분의 1 이상이 자신과 같은 유형일 때 행복해한다고 하자(이는 현실보다 약한 제약으로 백인들의 거주 지역에 소수인종이 유입되었을 때 지역을 떠나는지 조사한 실제 연구에 따르면 ‘이주 문턱값’은 5~20% 내외였다). 이들 중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소수의 불행한 가족이 행복을 찾아 순차적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어느새 거주 구역은 둘로 명확히 분리된다. 네트워크에서는 최초의 사소한 선호가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통해 순식간에 거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동종선호 성향은 계속되고 있고,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듬을 통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는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동시에 점점 더 분열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인간 네트워크의 분열들을 추적하면서 불평등과 계층 간 비유동성, 양극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악화되는지 미시적으로 분석한다.


능력주의의 허구를 파헤치다


저자는 동종선호에 의해 분열된 소위 ‘사회적 자본’을 계층 간 유동성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동종선호에 의해 생겨난 상이한 인적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정보와 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사회이동을 제약한 결과로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부모, 친구, 동료, 지역사회 등 사회적 자본이 어떻게 노동과 교육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집단 간 분열이 심해지면 취직이나 승진 기회는 물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얻기 위한 정보, 심지어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의지까지도 불평등해진다. 어떤 집단은 그러한 기회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어 더 많은 사회적 자산을 쌓고 이렇게 얻은 자산을 자녀가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이용한다. 비유동성이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이 다시 비유동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최근 논의되는 능력주의의 허상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예컨대 고학력자가 되기 위한 기회나 조건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부유한 사람들이 왜 더 부유해지기 좋은 조건에 있는지, 가난한 사람들이 왜 공부를 계속할 의지를 갖기 힘든지,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은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하는 말이 왜 허상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짚어낸다. 우리가 은연중에 ‘구조적 문제’라고 모호하게 말하는 것들에 정확한 형상을 찾아주는 것이다.



단순한 복지 정책만으론 계층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자는 불평등과 계층 간 유동성의 문제를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어째서 재분배를 유도하는 복지 정책만으로 유동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가? 어째서 돈으로 유동성을 살 수 없을까? 저자의 접근은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흥미롭고 설득력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한 연구는 왜 돈만으로 비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 보여준다. 1990년대 임대 주택 거주자 중 사람들을 모아 서로 다른 두 유형의 임대료 무료 바우처를 제공했다. 한쪽은 어디에서나 바우처 사용이 가능했고, 다른 한쪽은 주변 이웃이 빈곤하지 않은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제한 없는 바우처를 받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임대료를 줄이고자 그대로 남기로 결정했다. 이 지원이 대학, 소득 수준 등에 있어 후자 집단의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강력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조사한 결과, 그들의 대학진학률은 빈민가에 남은 아이들보다 16% 높았고, 생애소득은 30만 달러나 많았다. 단지 빈곤하지 않은 지역으로 이사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저자는 기존 견해와 달리 비유동성이 불평등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라고 분석한다. 소득 불평등, 즉 특정 계층에 부가 집중되도록 만든 주된 요인이 근로 소득의 변화에 있다. 상위 1퍼센트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대략 3분의 2는 근로 소득이며, 자본 소득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의 변화와 함께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의 이분화가 심화되면서 임금의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교육 격차에 있다. 저자는 동종선호에 의해 만들어진, 정보와 기회가 균등하게 흐르지 않는 네트워크가 교육 격차 뒤에 있는 주요한 힘임을 책에서 보여준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사유재산 폐지나 코뮌 같은 급진적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정보와 기회를 어려운 계층에게도 균등하게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의 강조처럼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당신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메아리 방을 넘어 집단지성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마치 메아리 방에 갇힌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확신한다. 실로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동시에 점점 더 분열하고 있다. 저자는 질병의 확산과는 다르게 의견이나 기치관 같은 정보가 왜 동종선호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지 분석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그때그때 수합할 수 없고 저마다 한정된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모으고 판단해야 한다. 이때 중심성이 높은 사람의 의견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전체 의견에 두 가지 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 내 의견이 반복된 논의를 거쳐 새로운 정보라는 외피를 쓰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반향’과 친구들의 의견이 그들의 친구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 때 생기는 ‘이중집계’가 그것이다. 영화 관람에서 와인 선택, 주택 매매까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데, 네트워크가 불균형하다면(노드 간 링크가 적고 한 노드에만 링크가 집중되어 한 사람의 의견이 과잉 대표된다면) 거짓 정보에 취약해진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98년 MMR 백신 예방접종과 자폐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한 편의 거짓 논문 때문에 예방접종률이 떨어지고 10여 년 후 홍역 환자가 대량 발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정보는 네트워크에서 반복 순환하는 속성이 있어서 같은 출처에서 나온 의심스런 정보라도 여러 채널에서 들리면 더욱 신뢰하게 되고(이중집계), 여기에 동종선호가 결합되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는 분리된 채 자기들만의 방에 갇혀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반향). 논쟁적인 주제와 관련해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만 반복적으로 교류하게 되면 동종선호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 결국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정보가 확산하는 패턴들을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연결성의 증가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대신 우리의 집단지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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