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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작가 큐레이션 7] '상실의 세대' 신중년의 입체적 삶을 담다
[신진 작가 큐레이션 7] '상실의 세대' 신중년의 입체적 삶을 담다
  • 하혜린
  • 승인 2021.03.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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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윤, 「신중년도감」, 싱글 채널 비디오, 21분, 2020. 

세대 간 차이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변동의 근원, 나아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현지윤 작가는 예술의 영역에서 세대 간의 틈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해왔다. 그를 지난 16일 인터뷰했다. 

 

현지윤, 어서와, 어르신은 처음이지?, 싱글 채널 비디오, 10분, 2018.
현지윤, 「어서와, 어르신은 처음이지?」, 싱글 채널 비디오, 10분, 2018.

 

[신진 작가 큐레이션 7] 현지윤 인터뷰

현지윤 작가를 관통하는 주제는 ‘세대’ 문제다. ‘세대’를 작품의 모티프로 끌고 온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그들의 현재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사부인」이라는 회화 작업과 사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이 시작이었지요. 그러다 삶의 방향과 선택에 대해 고심하다 보니 노인의 삶과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살아있는 언어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라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삶과 늙음, 죽음에 대한 공통의 질문을 드렸는데 각자의 삶에서 체득한 언어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인상 깊은 이야기를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새롭게 담아보려고 한 것이 「어서와 어르신은 처음이지?」 어르신 3부작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지윤, 「신중년도감」, 싱글 채널 비디오, 21분, 2020. 

작가의 최근 작업은 ‘신중년 세대(5060)’에 대한 것이다. 그는 신중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저는 신중년 세대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을 다른 세대보다도 높은 빈도로, 다양하게 겪고 있는 세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상실’은 정년퇴직으로 인한 사회적 지위의 상실, 노화와 건강상의 문제로 겪는 신체적 상실, 경력 단절로 인한 상실, 경제 문제를 위해 포기한 것에 대한 상실 등을 말합니다. 그들의 상실감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 삶에 대한 모색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작가가 신중년 세대에게서 주목한 점은 무엇일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지금 중년은 본인의 삶에서 정체성을 찾고 주체적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중년의 입체적인 삶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신중년 세대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과 고민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년 세대가 겪은 과거의 시대적 배경과 사회의 분위기로 인한 개인의 선택, 과거의 기억들이 현 중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급변하는 현재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중년 세대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겪은 다양한 상실을 보여주고, 여전히 고민하고, 갈등하고, 선택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아가고 있는 중년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신중년도감」 전시 전경.

왜 인터뷰 방식인가.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중년 세대 역시 현재의 나이로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에 고민스럽고, 서툰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 상처와 상실을 겪지만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신중년 인터뷰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고, 젊은 세대가 신중년 세대에게 보내는 응원을 담기 위해 루프스테이션 음악으로 뮤직비디오를 구성했습니다. 인터뷰 중에 녹음된 중년의 소망과 바람이 담긴 내용과 인상적인 한 문장이나 단어를 가사로 담고, 중년 세대가 직접 만들어 낸 일상의 소리를 악기로 삼아 루프스테이션 음악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로 만들었어요. 음악과 함께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현지윤, 「신중년도감」, 싱글 채널 비디오, 21분, 2020. 

세대 간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 역시 언젠가는 중년과 노년기를 겪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세대 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그 세대의 문화를 나눈다면 더 나은 관계의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작업 계획은. “이전부터 상실과 애도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었습니다. 시도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현지윤(35세)=건국대 현대미술과 졸업, 개인전 5회, 그룹전 2회, 2020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회고전 인기상 등 영화제 수상 다수.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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