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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십이지·궁궐’ 동물들은 무얼 상징하나
‘토우·십이지·궁궐’ 동물들은 무얼 상징하나
  • 이강한
  • 승인 2021.03.0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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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한다 _ 『한국의 동물상징』 이강한 외 4명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688쪽

필자는 한국중세사 전공으로, 본인의 세부전공을 밝히자면 대외교섭 및 무역사라 할 수 있다. 주로 검토해 온 시대는 흔히 ‘원간섭기’로 지칭되는 13-14세기, 즉 ‘고려후기’에 해당한다. 고려와 원제국의 관계를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이 지난 10여 년간 필자의 일상이었다. 유물보다는 주로 고려와 중국측의 문헌들을 중심으로, 이 시기의 역사상을 재구성하는 연구들을 발표하곤 하였다.

그러한 필자의 개인적 배경은 분명 이 책의 주제와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동물’이라는 화두는 동물학계나 민속학계, 또는 예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소재일 수 있어도 문헌사 위주의 한국 중세사 연구자가 택할 법한 주제는 분명 아니다.

김유신묘의 십이지신상 중 원숭이상.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 중세사로 동물문양 살펴

그러나 인연이라는 것은 분명 신기한 것이다. 주변의 권유를 받아 연구과제의 제목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속 동물문양 및 조형 연구’로 잡고, 2015년초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공동연구 준비를 시작하였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여러 시기를 골고루 다뤄 보자는 막연한 심산에서, 그리고 동물이 묘사된 대상만큼은 다양하게 잡아보자는 매우 용감한 구상만 갖고 시작하였다.

연구의 방향은 한국의 긴 역사와 문화에서 ‘동물’이 어떻게 표현되고 묘사돼 왔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잡았다. 2차원적 동물문양 및 3차원적 동물조형 사례를 수집·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전근대·근현대 문화 속에 면면히 존재했던 여러 상징 및 인식의 편린들을 학계와 대중에 소개하는 작업으로 과제의 정체성을 정리했던 것이다. 그리고 향후 2년의 연구기간을 거치면서 총 5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이 책이 무사히 나오게 된 것에는 여러 공동연구자 선생님들의 성원과 협조가 가장 큰 힘이 되었고, 한중연 출판문화부의 노력이 또한 지대하였다.

우정연의 「신라의 동물상징」은 여러 신라토우들에 묘사된 동물의 종류와 의미를 살펴보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동물 관련 기사들을 시기별, 국가별로 비교분석하였다. 이강한의 「청자와 백자의 동물묘사」는 고려와 조선시대 한국 자기의 동물문양 및 표현 방식을 송·원·명·청대 중국자기들과 비교하고, 그 의미를 찾고자 『고려사』 「오행지(五行志)」 및 『조선왕조실록』 기사들을 분석하였다. 세 번째 글인 이상해의 「전통사찰의 동물문양」은 불교사원 내 동물들의 표현 양태를 전각별로 확인하고 불가의 동물인식을 담은 경전도 검토했는데, 사찰 내부의 여러 동물형상을 불교적 동물인식이나 건축구조와의 상관성 측면에서 파악한 연구이다.

네 번째 글인 이창일의 「음양오행 사상과 한국의 동물상징」은 십이지의 성립과 기원, 그리고 그것이 특정 동물과 결합한 결과로서의 12생초(生肖, 띠)의 확립을 검토함으로써 종교적, 민속적 관점에서만 검토돼 온 십이지를 철학자의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성혜의 「한국 근대 왕조 건축물의 동물상징」은 고종대 중·후반 경복궁을 비롯한 여러 궁궐 내 전각에 묘사된 다양한 동물상을 검토함으로써 그 이면의 정치사상사적ㆍ정치문화사적 의미를 탐구하였다.

십이지에 대한 철학적 분석

한 권의 책으로 내놓고 나니 필자의 글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한편, 다른 네 분의 글이 담겨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는 다섯 편의 원고가 하나같이 학제적 접근, 융합적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이 하나의 성취로 다가오고, 미술사, 상징사, 민속학 전공이 아닌 역사학자, 건축학자, 철학자들이 모여 이런 결과물을 낸 것도 유의미한 전례가 될 것 같다.

다만 이렇게 끄집어내어진 한국 동물사의 제 면모가, 국내외 독자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가 필자로서는 가장 큰 관심사이다.
과거 한국인들이 여러 동물에 부여한 상징성을 확인하는 것은 결국 당시인들이 지녔던 다양한 인식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므로, 이번 노력이 과거 한국인들의 정서와 관점을 확인하고 복원하는 더 큰 작업에 조그마한 기여나마 되었으면 한다.

 

 

 

이강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고려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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