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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인 관점과 사고가 요구되는 경우
지역적인 관점과 사고가 요구되는 경우
  • 심영의
  • 승인 2021.03.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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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필자는 최근 어느 광역단위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올해의 책’ 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 그동안 잘 몰랐는데 광역단위 시도의 도서관들에서는 매해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는 모양이다. 여러 경로로 추천받은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선정해서 ‘올해의 책’이나 ‘함께 읽을 좋은 책’ 등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과 비문학분야,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들로 나누어 선정해서 각각의 분야 1위의 책을 정하고 그런 다음 광역자치단체 산하의 공공도서관들에 비치해서 지역주민들의 독서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다. 

지역, 소외된 자들의 연대를 꿈꿀 수 있는 장소
아일랜드 작가 펠리시티 해이스 매코이가 지은 소설 『세상 끝자락 도서관』(서울문화사, 2017)은 자연이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핀파란 반도의 작은 마을 리스벡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평화롭던 작은 마을에 도서관 폐관이라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혼과 실직의 아픔을 겪은 후 작은 마을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는 ‘한나’와 마을 주민들이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마을의 작은 도서관을 매개로 사람들은 좋은 관계를 맺고 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책들을 선정할 때 검토목록에 오르고 결국 ‘한 권의 책’이든 ‘올해의 책’이든 선정되는 책들이 거의 비슷하다는 데 있다. 특정한 작가의 책들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서 삼가겠지만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선정하고 구입해서 주민들에게 읽기를 권장하는 책의 목록은 굳이 지역에서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선정하지 않아도 소위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인 데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문학 분야를 포함해서 특정한 책들이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있고 출판시장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것은 그 책이 갖고 있는 내용과 의미의 보편성 혹은 작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달리 보면 그러한 책들의 선호는 일정하게는 자본과 출판시스템의 작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여러 방송에서 음악 오디션이 유행하고 있는데, 가끔 보면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냈던 가수들의 노래 솜씨가 어쩌면 저렇게 아까운 노래 실력과 열정이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 있었을까 싶은 가수들이 적잖은 것이다.

필자 역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히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는 편인데 세상에 널리 알려진 작가들 못지않은 깊은 세계를 지닌 작가와 작품들이 상당하다. 그런데 지역의 공공도서관들에서 좋은 책을 선정하면서 지역작가들의 작품은 일부러는 아니겠으나 실제로는 배제되는 결과를 보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혹자는 지역작가들 작품 내용의 질적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던데 과연 지역작가들의 작품은 그처럼 열등한 것인가, 그렇게 허랑하게 비교되고 싸구려 상품처럼 아무렇게나 취급되어도 상관없는 문제인가 싶은 것이다.

서울 중심 사고에 갇히면 불균형 해소 어려워
지역은 지역의 존재 양식인 스스로의 타자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 시대 다양한 타자들을 발견하기 용이한 곳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소외된 자들의 연대를 꿈꾸어 볼 수 있는 장소다. 지역은 이류 혹은 삼류이며, 지역작가들의 작품은 질적 수준을 담보하고 있지 않다는 서울 중심의 사고에 갇혀있는 편견이 계속 작동할 때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문화의 지역 간 불균형 내지 편차는 해소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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