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2:20 (목)
‘퍼스트 무버’를 키워낼 수 있는 수요자중심 교육을
‘퍼스트 무버’를 키워낼 수 있는 수요자중심 교육을
  • 류석현
  • 승인 2021.03.01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기업의 新 핵심인재상과 대학의 역할

퍼스트 무버형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및 평가제도 운영,

미래 수요를 고려한 전공 및 교과과정의 유연성 확대가 대학사회에 요구되고 있다.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장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 인공지능(AI) 등의 용어가 보통 명사화 된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한국의 기업들은 전통적인 산업에 디지털 혁신을 접목하여 단순한 업무프로세스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과 업의 형태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산업구조 및 기술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교육시스템이 이를 선도하지 못하고 산업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 선도 못하는 대학

대학에서 모든 수요를 만족하는 인재육성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인력육성 수요는 산업수요, 국가·사회의 공공수요, 개인 및 미래 수요 등으로 다양하며,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도 기업의 관리자 및 엔지니어, 관료 및 정책전문가, 연구개발 전문가, 창업 및 기업경영자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요 중에서,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산업계로 국한하면, 기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평생을 AI와 함께 해야 할 지금의 대학생들이 미래사회의 주력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육성해야하는가? 연구실을 벗어난 AI 기술이 사람의 실생활은 물론 산업의 전 분야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AI 시대의 문턱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재상과 대학의 역할을 함께 살펴보았다.

기본이 충실하고 도전정신 갖춘 인재

기업이 원하는 새로운 인재상의 첫 번째는 ‘기본이 충실한 인재’ 이다. 학생들은 10~20년 후의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어떤 일에 직면하여도 헤쳐갈 수 있는 힘은 기본기에서 나온다.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체력훈련이 고도의 기술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공계의 경우 수학, 과학, 전공지식 등이 기본에 해당한다. 기본이 튼튼한 인재는 기업의 어떤 업무에도 적응하고 성과를 창출 할 수 있다. “이 대학 출신은 정말 기본이 잘 잡혀 있어” 하는 평판과 신뢰성을 얻는다면 대학의 큰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퍼스트 펭귄의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도달할 수 있는 거의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이제 퍼스트 무버를 지향하고 있다. 일부 선도 기업들은 서구 선진국들과 동일한 출발 선상에 있거나, 일부 산업분야는 한국이 최선두권을 유지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에 목말라 한다. 무리 중에서 위험한 바다에 맨 먼저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인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 번째는 변화하는 환경을 학습하고 신속하게 적응하는 ‘자기계발 역량’ 이다. 최근에는 기업에서도 전통적인 사업에서 철수한 후 해당 사업부 인력의 재교육에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모든 역량을 장착할 수는 없고 또한 장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수명이 점점 짧아져서 10년 가는 기술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 4년 동안 혹은 석사·박사 과정에서 확보한 전문성으로 평생을 지탱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신속하게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다시 배우는’ 자기계발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필요로 한다.

수요자가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있나

대학은 공급자(학교, 교수)가 가르치고 싶을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수요자(기업, 국가·사회, 학생 등)가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있는가? 혹시 미래 AI 시대에 없어질 직종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학에는 퍼스트 무버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도전적, 창의적 아이디어를 권장하고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학이 육성하는 인재상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대학사회의 제도와 투자의 제약, 조직의 오랜 관성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대학은 미래 산업 수요를 고려한 수요지향적 전공 및 교과과정 유연성을 더욱 확대해야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대학 교육과정 개선을 목표로 수립한 67개 산업계 수요에 부합하는 교과과정 내용을 참조할 수 있다(http://eval.kcue.or.kr). 

대학은 학생들이 원하는 유망 분야를 개설하여 교육하고 싶어도 해당 분야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교수)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AI 시대에는 산·연의 전문가를 대학 교육에 활용하는 프로그램 발굴과 개방형 인력교류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과 산업계는 지금까지 일방향식 주장은 많았지만, 쌍방이 머리를 맞대고 양방향으로 고민한 기회는 흔치 않았다. 대학의 산학협력단을 매개로하여 대학과 기업 간의 미래 인재양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메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산학협력단장

카이스트 재료공학과에서 박사를 했다. 두산중공업 CTO&기술연구원장과 부사장, 고문을 지냈으며,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송공학상과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반기술위원회 위원과 창원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지내고 2021년 현재 UST 산학협력단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