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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아프리카가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글로컬 오디세이] 아프리카가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 박정경 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3.03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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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월 4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등교 전 체온 측정 중인 학생들. 사진=로이터/연합
지난 1월 4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등교 전 체온 측정 중인 학생들. 사진=로이터/연합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지배한 지 어언 일 년을 훌쩍 넘겼다. 지금의 세상을 살고 있는 인류 모두에게 이 상황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일일 것이다. 대학에서 아프리카의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아프리카 전문가’ 행세를 해야 하는 필자에게 동료 선생님들이 요즘 제일 흔하게 묻는 말은 “아프리카는 코로나 괜찮아요?”라는 질문이고, 으레 따라 나오는 말이 “거기는 더 난리일 것 같은데...”다. 자기도 모르게 뇌리에 박혀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 ‘코로나’라는 인류 초유의 사태가 더해지면서 아프리카에는 지금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프리카, 생각보다 괜찮아요!”다.


이 글을 준비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에 들어가 코로나 관련 통계를 살펴보았다. 확진자 및 사망자 수 기준으로 1위부터 50위까지의 순위표에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아프리카의 인구 대국인 나이지리아나,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도 70위권이다. 이 수치를 보고 의료 기반이 취약한 아프리카에서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졌겠냐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데, 의료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취약한 곳은 주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향촌 지역이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통계 수치에 큰 오류는 없어 보인다.

 

중위연령 낮은 아프리카

 

저개발과 빈곤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아프리카가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비교적 다른 대륙보다 선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보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상식적인 차원에서 필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인구 구조 때문일 것이다. 인구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북미나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에는 유소년 및 청년 인구가 많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이라는데, 아프리카에는 코로나에 취약한 연령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낮은 것이다. 그리고 전염병이 만연하기 쉬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 즉 아프리카의 도시에는 고령층의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난다. 아프리카에서는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이는 주로 젊은 층에 국한된 현상이고, 젊을 때 도시로 이주한 사람이 은퇴 이후 도시에 계속 거주한다기보다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즉 아프리카의 도시에는 20세부터 60세 사이의 생산 가능 인구가 몰려 살고, 고령층은 인구 밀도가 낮아 코로나19바이러스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향촌 지역에 많이 거주한다.

 

귄위주의적 통제가 방역을 주도한다

 

두 번째 이유는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를 들 수 있겠다. 우리는 일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코로나 방역이 개인에 대한 통제가 강력한 사회일수록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 피해가 유독 심한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에티오피아와 라이베리아를 제외한 아프리카 국가는 유럽 제국의 식민통치를 거쳤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식민통치 상황에서 군인 및 경찰 등 공권력의 폭력성은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공권력의 폭력성이 독립 이후의 아프리카 국가에도 대체로 이어졌고, 군사 쿠데타, 내전 등의 정정 불안으로 더욱 심해지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정부가 시행하는 영업 금지, 통행금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을 위한 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현지 뉴스에서 방역 수칙을 어긴 사람을 공권력이 과도하게 응징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로나 사태를 그럭저럭 넘기고 있지만, 현재 코로나 백신 공급 추이를 보면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더 오래 이 상황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선진국의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난 후, 아프리카에 순서가 돌아갈 것 같기 때문이다.

 

 

 

박정경 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케냐 나이로비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냐 크왈레카운티의 디고 사람들』을 썼고 대표적인 스와힐리어 문인 응구기 와 시옹오, 샤반 로버트, 월레 소잉카 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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