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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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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424쪽

 

이야기꾼 정기문 교수가 들려주는 서양고대사의 장구한 흐름

 

그리스 신화와 철학, 기독교, 법의 통치는 서양은 물론 우리 생활 속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전공자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나 학생이 서양고대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30여 년간 서양고대사와 기독교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아온 정기문 교수가 서양의 고대를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개론서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우선 고대 그리스 이전,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의 출범부터 주요하게 다룸으로써 진정한 서양 문명의 원류를 파헤친다. 그리스로 대표되는 ‘인간적인’ 신은 이미 수메르에서 보이고, 철학과 법 또한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스에 끼친 이집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다음으로, 기존에 깊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화사의 비중을 높이고, 그리스 문학과 기독교, 로마 실용 문화의 정수인 법과 건축 등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주제들을 빠짐없이 담았다.

마지막으로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대중 역사서를 다수 집필한 저자답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실었다. 기존에 알려져 있던 사실 이면의 역사적 진실과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통해 독자들이 재미있게 서양고대사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서양 문명의 기둥인 그리스 신화와 철학, 기독교, 법의 통치

그 구축과 발전까지의 흐름을 꿰뚫은 서양고대사의 정수

 

올림포스 12신, 트로이 전쟁, 그리스 철학, 아테네 민주주의와 로마 공화정, 팍스 로마나, 기독교 등은 익숙한 듯하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든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든 서양고대사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고 이 분야의 책도 많지만, 서양의 고대를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개론서는 실상 많지 않다. 30여 년간 서양고대사와 기독교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아온 정기문 군산대 역사학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몇 해에 걸쳐 서양고대사를 새로이 정리했다. 이렇게 탄생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는 크게 세 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첫째, 서양고대사의 시작점을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의 출범으로 잡았다. ‘인간적인’ 신은 이미 수메르에서 확연하게 관찰되며, 최초의 철학은 메소포타미아·이집트의 선진 학문을 받아들인 이오니아 지방에서 생겨났다. 법치의 개념도 메소포타미아에서 확고하게 정립된 후 그리스·로마로 계승되었다. 그리스 신화, 언어 등에 끼친 이집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기존에 깊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화사 분야의 비중을 높이고, 로마 실용 문화의 정수인 법과 건축, 그리고 서양 문명의 종교인 기독교까지 망라해 고루 다루었다. 서양고대사 개론서는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주제들을 빠짐없이 다루어야 한다. 셋째,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영국 고고학자 레너드 울리의 발굴과 노아의 홍수, 지구라트와 바벨탑의 진실, 왕들의 계곡 발견의 뒷이야기, 아테네 참주정의 몰락을 가져온 동성애 사건,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실제로 작성한 여인 아스파시아, 로마제국 말기 호노리우스 황제의 닭 사랑과 같은 소재들을 통해 재미있게 서양고대사를 만날 수 있다.

 

서양 문명의 원류는 고대 그리스가 아니라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이다

 

저자는 서양고대사의 진정한 출발점이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스로 대표되는 ‘인간적인’ 신은 이미 수메르에서 보이고, 최초의 철학도 메소포타미아·이집트와 활발히 교류했던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에서 탄생했다. 법의 통치 또한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고, 이집트가 그리스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저자는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의 방대한 역사적 흐름을 펼쳐 보인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길가메쉬 서사시〉의 연관성, 인간의 오만함을 심판했다는 바벨탑의 진실을 파헤치고, 수메르부터 페르시아에 이르기까지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했던 종족들, 이집트 신화와 역사의 흐름, 영웅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잔인한 정복으로 악명 높은 아시리아는 사실 학문과 문화 발전에 큰 관심이 있었다. 황금 마스크로 유명한 투탕카문에게는 일신교를 창시한 아버지 아켄아텐이 있었고, 투탕카문의 죽음은 귀족들에 의한 암살이었다. 람세스 2세는 카데시 전투에서 패전하고도 자신이 승리했다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처럼 피상적으로 알려진 사실 이면의 역사적 진실이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그리스 희비극과 문학, 철학, 기독교, 로마의 실용 문화까지

문화사를 대폭 보강한 서양고대사

 

호메로스의 작품이나 그리스의 비극 작품은 서양인들의 대화 속에 자주 인용된다. 그리스 문학의 구조와 모티프는 할리우드 영화에도 많이 사용된다. 한 예로,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은 이미 호메로스가 수준 높게 구사했다. 그러나 기존 입문서들은 그리스 문학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로마의 법과 건축 수준은 얼마나 뛰어났고, 기독교는 왜 박해를 받았는지 등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저자는 로마사 전공자이자 기독교를 깊이 연구해온 학자답게 문화사를 대폭 보강해 서양고대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빚진 닭 한 마리를 갚아달라고 당부한 이유는 죽음을 완벽한 정신세계로 가는 ‘치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극(tragedy)이란 말에는 희랍어로 염소를 가리키는 tragos가 들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아테네 비극은 디오니소스 신에게 염소를 바치면서 부르던 노래에서 비롯되었고, 반드시 슬픈 결말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폭군으로 유명한 네로의 박해는 사실 기독교를 불법 종교로 규정하기 전, 자신의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와 같이 서양고대사 전공자만이 제공해줄 수 있는 깊은 지식이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다.

 

이야기꾼 정기문 교수가 길어낸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의 반전, 흥미로운 소재

 

저자 정기문 교수는 20여 년 전부터 역사 연구의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한 노력은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역사책』을 비롯한 역사 대중서의 집필로 이어졌다. 학자의 언어에 갇힌 많은 전공자와 크게 구별되는 점이다. 그러한 문제의식과 노력은 이번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최신 학설을 포함해 정확한 지식을 책에 담는 노력에 더해, 일반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들을 풍부하게 담았다.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사실은 폭군이 아니었고, 그의 아들들로 이어졌던 참주정은 엉뚱하게도 동성애 사건으로 몰락했으며, 로마 제국 말기 호노리우스 황제가 도시 로마보다 자신의 닭을 애지중지했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독자들은 재미있게 서양고대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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