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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응칠 역사
안응칠 역사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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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지음 | 독도도서관친구들 | 384쪽

 

“東洋平和維持 大韓獨立鞏固”

독립과 평화를 향한 안중근의 담대한 생각과 실천을

이 시대의 독법으로 새롭게 읽는다

 

안중근(자[字]는 응칠[應七])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 감옥에 투옥되었다. 「안응칠 역사」는 바로 그가 옥중에 있을 때, 1909년 12월 13일에 쓰기 시작해 1910년 3월 15일에 집필을 완료한 자서전이다. 이 저술은 1910년 3월 26일 순국으로 미완에 그친 「동양평화론」과 더불어 안중근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헌이다. 안중근의 사상과 정신이 오롯이 담긴 것으로 한반도의 통일과 동양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공존과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정신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안중근의 친필 원고가 발견되지 않은 채, 일본인이 남긴 필사본을 토대로 지금까지 다양하게 나온 편집본들은 그만큼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독도글두레의 연구와 작업으로 출간된 비판정본 『안응칠 역사』는 큰 의미가 있다.

 

최초의 비판정본 『안응칠 역사』

 

다시 말해 이 책은 엄밀한 판독과 대조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안응칠 역사」에 대한 최초의 비판정본인 것이다. 비판정본editio critica, critical edition이란 서양고전문헌학에서 정립된 학술 용어로, ‘비판’이라는 말에는 후대 문헌학자들이 만든 ‘정본’과 최초의 ‘원본’ 사이에 어쩔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어떤 편집자가 아무리 신뢰할 만한 정본을 만든다 해도 그저 편집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저자가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문헌 전승이 허용하는 한에서 여러 다양한 독법이 가능하며, 이를 편집에 반영한 것이 바로 비판정본이다.

그런데 문헌 전승의 사정을 보면, 필사자들이 자신의 독법에 따라 문헌을 교정하거나, 오독하거나, 새로운 이해를 제안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새로운 독법은 곧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이므로, 문헌 전승과 편집의 역사를 기록하여 여러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자리가 바로 비판장치(apparatus criticus)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고, 후대에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비판정본 『안응칠 역사』는 바로 이런 개념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안중근의 친필 원고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오자와 오식, 오류를 지닌 문헌을 주관적인 판단에서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고치지 않았고, 자료에 근거해 교정했다. 중요한 사실은 기존의 문헌들에 보이는 오류 내지 다른 독법을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비판 장치에 분명하게 기록해두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책은 얼마든지 다른 독법이 가능하고, 안중근의 원본이 세상에 나올 것을 대비하는 ‘열린 정본’을 지향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독법, 질정과 비판을 바라마지 않는다. 학문은 이러한 참여로 발전하며, 여러 생각들이 모여 앞으로 세워지게 될 ‘안중근학’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비판정본을 만드는 것은 단지 문헌 자체를 이해하고 그것을 잘 보존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문헌을 당대의 텍스트로 복원해서 연구자들과 일반 독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번 『안응칠 역사』는 2021년 2월에 개관하는 독도디지털도서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방문과 이용을 부탁드린다(www.dokdodl.org).

 

『안응칠 역사』의 학술 자료적 가치

 

지금까지 출판된 안중근 자서전은 모두 일본인이 남긴 필사본과 필사본의 영인본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판본 중 대부분은 아쉽게도 학술적으로 인용하기에는 부적합한 텍스트였다. 판독 작업 시 유념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을 간과했을 뿐만 아니라, 편집자가 자의적인 해석 입장에 따라 글자를 취사 선택하거나 자의적으로 수정함으로써 텍스트를 왜곡하고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정본이 갖춰야 하는 중요한 덕목들을 결여한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책이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책의 제목을 붙여 혼란을 일으켰고, 무엇보다 저자인 안중근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학술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출판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응칠 역사」의 텍스트를 편집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손을 댄 문장이나 자구에 이론(異論)이 생겨도 책임을 지고 답해줄 사람이 없고, 더 이상의 학술적인 논쟁과 논의를 개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출판하는 『안응칠 역사』는 엄밀한 판독과 대조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판독 작업은 필사본·영인본·출판본을 모두 수집하여 글자 하나하나를 살피며 비교했고, 전승 과정에서 생겨난 오탈자 등을 문맥의 의미에 따라 다루었다. 무엇보다 비판장치를 통해, 전해진 필사본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는 정본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이 책은 독도글두레 안재원, 김태주, 김은숙, 윤재성이 비판정본의 제작, 번역, 학술적인 주석을 공동으로 작업했음을 밝힌다. 아울러 필사본에 의거해, ‘안응칠 역사’를 책의 제목으로 삼았고, 지은이도 ‘안중근’으로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구한말 새롭게 유입된 신조어나 그 이전 시기에 용례를 확인하기 어려운 어휘들을 모아 정리한 근대용어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당시 한국인의 정신이 어떤 변화를 겪었고, 한국어가 어떤 방식으로 변모해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자 단서가 될 것이다.

 

안중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시대의 새로운 독법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2000년 초반부터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정보화 물결을 타고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연결되었다. 하지만 2019년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개헌시도는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공영을 위협하고, 아시아 국가들을 신냉전 체제로 몰고 간다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 역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인류 문명은 급속히 새로운 체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몰락과 국가자본주의 강화, 국가의 귀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큰 정부’의 귀환이 특징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의 경제 대결에 불을 지폈을 때, 우리는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중 어느 한쪽도 간과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을 경험했다. 2021년 생존 공동체로서 지구촌의 생명을 가늠하는 지금,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이 안중근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안중근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바로 안중근을 살리기 위해서 읽으면 된다. 안중근을 살리는 것은 곧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안중근이 꿈꿨던 독립된 나라가 바로 현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심층의 사상에 천착해보면, 안중근 살리기가 곧 대한민국 살리기일 뿐만 아니라 동양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중근의 말은 이 시대에 더욱 값지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제거하고, 인으로 악에 대적하라’는 그의 언명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애친증적’의 배제주의 정의관과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현실 추수주의(追隨主義) 정의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현실 과제를 제시한다. 안중근의 평화와 관용의 정신을 이해할 때 한국사회는 진정 성숙해질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안중근은 여전히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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