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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봄이려니
잠깐 동안 봄이려니
  • 교수신문
  • 승인 2021.03.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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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 지음 | 혜화동 | 304쪽

 

사람 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

현실의 횡파 속에서도

자유롭고 자주적이었던 그녀들의

그 시절 그 연애를 파헤쳐 보다!

 

프랑스의 소설가 겸 극작가 빅토르 위고는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확대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일은 가히 사랑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끔, 우리는 일평생 나와 마주 선 이의 가슴에 그 사랑을 묻으며, 묻히며 살아간다. 사랑은 빛이 되어 사람을 완성시키거나 빚이 되어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중에서도 사랑이 가장 애틋해지는 일은 현실의 풍파와 맞닥뜨려 이내 스러지고 잊혀 버리는 순간일 것이다. 그로 인한 상처에 새살이 돋는 수많은 순환으로 인류의 변천과 흥망을 훑는 시간에서 사랑은 언제나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

‘역사로 글쓰기’의 한길을 걸어온 이문영 작가는 한국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랑을 찾아 실제 자료와 고증하여 네이버의 연애·결혼 판에 ‘그 시절 그 연애’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중 고된 현세에도 자유롭고 자주적으로 사랑을 지킨 여성의 이야기를 모아 책 『잠깐 동안 봄이려니』로 묶었다.

 

그녀들은 그녀들의 삶을 살며 사랑도 했다

 

소설 『상록수』의 실제 모델이자 혼인을 미루고 농촌 계몽 운동에 힘쓴 최용신, 시대보다 빨랐던 선구적 사생활의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따끔하게 남편을 가르친 조선 여인 송덕봉, 기생에서 여성 운동가로 주체적 삶을 산 주옥경, 현실과 꿈의 괴리에 김우진과 영원한 안식을 택한 윤심덕, 안창호의 지지를 받고 스스로 강철의 꽃이 된 이혜련, 조선 최초의 여성 개업의 허영숙, 연인이자 동지인 박열을 완성시킨 가네코 후미코 등, 1장과 2장에서는 어려움에 굴하지 아니하고 용기로 분투해 사랑의 힘을 증명해 낸 이야기를 담았다.

 

세상만사가 다 한바탕 꿈, 잠깐 동안 봄이려니

 

고결한 성품으로 당차게 자기 사랑을 한 황진이, 미친 소년을 정승으로 기른 기생 일타홍, 조선의 왕자들이 빠져든 무희 초요경, 사랑은 받았지만 정작 사랑을 하지는 못한 매창, 신라의 운명을 떠안은 진성여왕, 왕건의 첫째 부인 신혜왕후, 고구려를 들었다 놨다 한 천추태후, 숙종으로 살고 숙종으로 죽은 장희빈, 나란히 왕비가 된 세 자매, 비운의 7일 왕비 단경왕후 등, 3장과 4장에서는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며, 고귀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인들의 애상 속 연정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사랑이 낭만적일 수밖에 없는 연유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었던 고려의 여성들, 세자의 여인으로 비운의 삶을 산 어리, 조선의 기강을 뒤흔든 여인 유감동, 여자를 사랑한 세자빈 순빈봉씨, 조선 최대 자유 연애 스캔들의 주인공 어우동, 남성이자 여성인 사방지, 죽음으로 다시 사랑을 살린 최항과 그 연인, 귀신과의 하룻밤, 신라 시대 이방인 처용의 사정, 왕의 구혼을 거절한 연인, 프랑스로 간 무희 리진의 진실 등, 경계를 들랑날랑하는 사랑의 환상, 환상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5장과 6장까지. 『잠깐 동안 봄이려니』는 이처럼 다채로운 형태와 색채의 연애 가지를 품고 우리에게 다시금 사랑의 귀한 가치를 깊게 새겨 준다.

이문영 작가는 책 속에서 ‘오늘날에는 사랑도 과거와는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사랑이 옛날보다 더 크고 더 넓은 개념으로 변화하기 때문일 뿐이다. 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옛날 일을 돌아본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 올라간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라고 말한다. 사랑이 삶의 모든 것은 아닐지언정, 부분으로써 거듭 우리의 몸과 마음을 두드려 준다면 어제가 만드는 오늘, 오늘이 만드는 내일이 차츰차츰 보배로워질 수밖에 없음을 이 책 『잠깐 동안 봄이려니』으로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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