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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6-20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6-20
  • 교수신문
  • 승인 2021.02.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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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 코젤렉 외 18명 지음 | 엄현아 외 3명 옮김 | 푸른역사 | 1300쪽

 

개념, 역사를 반영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행하는 일이 무얼까? 그 ‘무언가’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뜻을 헤아리는 일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알고자 하는 대상의 개념을 파악하는 일, 그것이 앎의 첫걸음이다.

‘무언가’가 지닌 개념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공간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개념은 장소(토포스)와 시간(템포)에 따라 그 성격이 다르다”(한림과학원 원장 김용구). 지시 대상의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어떤 대상의 개념을 안다는 것은 단순한 앎의 획득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념의 파악은 과거와 현재의 여러 요소들을 변화시키는 일로 확장되기도 한다. 개념을 “만들어진 역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신진욱, 『시민』, 책세상, 2009)라고 말하는 것은 개념의 이런 속성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흔히 개념들의 총체라 일컫는 ‘사전’의 경우 개념의 역사성은 자주 탈각된다. 시공간적 맥락을 초월하여 개념이 지시하는 대상의 순수 관념을 상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데만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대상의 온전한 개념을 파악할 수 없다. 개념이 장소와 시간의 고려 없이는 정의하기 어려운 역동적이고 역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하다. 개념사 연구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도출된다.

 

 

‘코젤렉’, 개념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이런 점에서 유의미하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1-문명과 문화』를 번역한 안삼환 교수가 독일에서 겪은 일화는 이 사전의 유의미성을 잘 보여준다. “독일 본 대학에서 박사논문을 쓰고 있을 때였다. 한 난해한 역사적 개념에 봉착하여 전전긍긍하다가 그 개념을 과연 특정 콘텍스트에서 사용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독일인 친구에게 물었다. 그 때 그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코젤렉을 언급했다. 나중의 일이지만, ‘코젤렉’이 인명일 뿐만 아니라 그가 편찬한 ‘개념사 사전’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개념의 특정 맥락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바로 ‘코젤렉’이 언급될 정도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개념사 연구에서 갖는 위상은 남다르다. 한림과학원은 이 책의 이러한 위상에 주목, 2008년 9월부터 번역 소개의 효과가 크거나 활용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5개 항목(〈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부터 번역에 착수하여 다섯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최종 완성까지 25년, 총 119개의 기본개념 집필에 다양한 분야의 학자 대거 참여, 독일어권 역사학계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호평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개념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정수를 이 다섯 권의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작업 규모와 성과물의 방대함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어떠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가. 먼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총 119개의 기본개념 집필에 역사학자뿐 아니라 법학자, 경제학자, 철학자, 신학자 등이 대거 참여한 학제 간 연구의 결실이다. 또한 1972년에 첫 권이 발간된 후 1997년 최종 여덟 권으로 완성되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린 대작이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의 교수였던 코젤렉은 이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했으며, 공동 편집자인 브루너, 콘체가 세상을 떠난 후 그 뒤를 이어 책의 출판을 완성했다.

 

방법론적 혁신성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가진 의의는 작업 규모 및 성과물의 방대함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혁신성에도 있다. 기존의 개념사가 시대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초월한 순수 관념을 상정하고 그것의 의미를 밝히는 데 치중했다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전개되는 의미의 변화 양상에 시선을 던진다.

구체적으로, 코젤렉이 말하는 ‘개념’은 ‘정치·사회적인 의미연관들로 꽉 차 있어서,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의적으로 머무르는 단어’다. 119개의 ‘기본개념’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사회적인 현실과 운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개념을 가리킨다. 우리가 교과서나 이론 안내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개별 학문에 국한된 전문용어가 아닌 다의성과 다층성 속에서 역사적 변천을 포괄하는 ‘개념’들의 향연, 이것이 바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다.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

나아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근대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코젤렉은 1750년부터 1850년까지 유럽에서 개념들의 의미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 근대 세계와 그 이전을 나누는 근본적인 단절이 발생했음에 주목한다. 이러한 단절을 그는 ‘말안장 시대’ 또는 ‘문턱의 시대’로 표현한 바 있다.

또한 코젤렉은 유럽에서 근대, 특히 18세기 무렵부터 개념이 ‘경험 공간과 기대 지평’이라는 두 차원을 가진 ‘운동 개념’이 되었음을 드러냄으로써 근대성의 특징과 본질을 포착하도록 해준다.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

요컨대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방대한 기획과 방법론적 혁신성, 근대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기념비적 저작이라는 면에서 광범위한 차원의 호평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분과학문의 틀을 뛰어넘는 인문학적 역사 연구의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개념사 연구의 표본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개념사 연구의 디딤돌을 바라며

한림과학원은 2007년 말, 인문한국 사업계획서 구상 단계에서 이미 이 책의 번역·출간 계획을 세웠으며, 그 계획에 따라 2008년 9월에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기획했다. 많은 항목 수와 각 항목당 내용의 방대함 등을 고려하여, 번역 소개의 효과가 크거나 활용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5개 항목(〈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부터 번역에 착수했다.

한림과학원은 원문의 번역이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세 독어 등 유럽어들에 대한 광범위한 기초 지식은 물론이고, 유럽의 역사, 철학, 정치, 종교, 민속 등에 대한 깊은 조예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힌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독일어 번역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에게 번역을 부탁하고, 항목 내에 라틴어 내용 등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은 관련 전문가들의 협조를 받았다고 말한다. 특히 5개 항목에 대한 1차 번역이 진행된 2009년 9월, 〈제1회『번역 총서』편찬 워크숍〉을 개최, 번역문 초고를 중심으로 해당 항목의 전문가와 폭넓고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원문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번역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했다고 한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림과학원의 바람처럼, 유럽의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개념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개념사 연구방법론을 개발하는 시도가 왕성해졌으면 한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6 : 역사

‘역사’, 어떻게 정치·사회적 언어의 중심이 되고 역사적 기본개념이 되었나 역사서술, 유럽 문화의 오랜 현상 18세기 말경에 이르러 정치·사회적 선도 개념으로 부상한 ‘역사’는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면서 경험 공간과 기대 지평을 규율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지식·이야기Kgkrans로서의 역사서술은 유럽 문화의 오랜 현상이다. 이 책은 우리의 기억을 매개로 존재하는 이야기의 총합인 역사가 어떻게 해서 정치·사회적 언어의 중심이 되고 역사적 기본개념이 되었는지를 밝힌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7 : 민주주의와 독재

‘민주주의’와 ‘독재’, 반대 개념으로 이해되는 두 개념이 실제 역사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민주주의’와 ‘독재’,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격렬한 ‘운동개념’ ‘민주주의’와 ‘독재’만큼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격렬한 ‘운동개념’을 찾기란 쉽지 않고 정치적 정동의 8할이 여기에 투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코젤렉 사전의 번역에서 이 두 항목이 이제야 등장한 점이 오히려 의아할 일이다. 물론 그런 격렬함에 상응하는 신념의 강렬도 같은 것을 이 개념 사전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대신 두 개념이 촉발하는 운동이 더 차분하면서도 풍부한 논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8 : 동맹

‘동맹’의 역사적 의미 변화와 용례를 추적하다 ‘동맹’, 풍성하고 복잡한 의미의 갈래들을 펼쳐 보이다 한국인들에게 ‘동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한미동맹’이나 ‘군사동맹’과 같은 말이 아닐까. 한국어 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두 나라 이상이 일정한 조건으로 서로 원조를 약속하는 일시적 결합”을 뜻한다. 이처럼 국가 간 결합을 의미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동맹’이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이러한 방식으로 줄곧 사용되어왔던 것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단어들의 역사적 의미 변화와 용례를 추적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동맹’에 해당하는 독일어 bund에 켜켜이 쌓여 있는 풍성하고도 복잡한 의미의 갈래들을 펼쳐 보인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9 : 법과 정의

법과 정의의 기원과 이후의 오랜 관계를 통시적으로 살피다 법과 정의, 상호 일치적 관계에서 길항 관계를 형성하다 이 책은 코젤렉 등이 편집한 『개념사 사전』의 ‘법Recht, 정의Gerechtigkeit’ 항목을 옮긴 것이다. 저자는 독일 괴팅겐 대학의 형법학자?법철학자인 프리츠 로스 교수와 동 대학의 형법학자 한스-루드비히 슈라이버 교수이다. 책은 서양에서 법과 정의의 기원과 이후의 오랜 관계를 통시적으로 서술했다. 서양 사상의 주요 개념들이 고대 그리스에 기원했듯 법과 정의 역시 고대 그리스에서 파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상호 일치적인 관계였던 법과 정의는 이후 중세-근대에 그 준거가 바뀌면서 신정법神定法, 자연법, 이성법, 실정법 등으로 유형화하며 길항 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중세 이후 국가가 공고한 실체로 형성되자 법과 정의 사이의 불일치가 불거졌다. 정의 외에도 질서 그리고 법적 안정성이 법의 정당성의 근거로 함께 자리잡았던 것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0 : 헌법

고대 그리스·로마의 Konstitution에서 근대의 입헌주의 헌법까지 헌법 개념의 전개 과정과 변천사를 고찰하다 근대 입헌주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핵심 개념들을 견인하는 기본 틀 코젤렉은 『개념사 사전』의 항목을 선별할 때 첫 번째로 ‘헌법의 중심 개념들’을 꼽았다. 이어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조직의 핵심 단어들’, ‘당해 학문들의 명칭’, ‘정치 운동의 선도 개념들과 그 표제어’ 등을 열거했다. ‘헌법의 중심 개념들’을 가장 먼저 제시한 이유는 근대 입헌주의야말로 18~19세기 동안의 정치적·사회경제적 논쟁과 변화의 중심에 있던 개념들을 견인하는 기본 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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