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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핵합의, 트럼프가 헤집고 간 뒤…
미국·이란 핵합의, 트럼프가 헤집고 간 뒤…
  •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21.02.2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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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3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강대국과 더 이상의 핵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EPA/연합
지난 3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강대국과 더 이상의 핵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EPA/연합

 

노련한 외교 고수 바이든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틀어막았던 미-이란 핵협상 채널이 다시 열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바이든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복귀하는 것을 대이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꽁꽁 얼어붙은 미-이란 관계의 해빙을 예고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바이든이 백악관 열쇠를 넘겨받은 이후에도 핵문제로 꼬인 양국 관계, 더 나아가 중동 역내 불안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어떻게 해소될는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JCPOA에 복귀한다고 했으니 오늘에라도 당장 합의 복원을 선언하면 깔끔하게 상황이 정리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만만찮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현실이다.


2018년 5월 8일 미국의 일방적인 합의 탈퇴 이후 정확히 일 년째 되던 2019년 5월 8일부터 이란도 미국의 약속이행여부를 매 60일 간격으로 확인하고 변화가 없을 때마다 2020년 1월 5일까지 모두 5단계에 걸쳐 핵합의 이행 감축 단계적 조치를 취하였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핵과학자 파흐리자데 암살 직후 이란 의회는 우라늄 농축도를 20%로 올리도록 법제화하였고, 이에 따라 올해 1월 4일부터 포르도 핵시설에서 우라늄을 순도 20%로 농축하기 시작했다.


탄도미사일 둘러싼 줄다리기


미국은 이란이 JCPOA 합의 수준으로 핵관련 활동을 되돌려야 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란은 미국이 먼저 복귀를 선언하면 “1시간 안에” 모든 조치를 합의한 대로 돌려놓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이 부당하게 가한 경제제재로 입은 피해 보상도 요구한다. 핵합의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었는데, 트럼프가 느닷없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협정을 자신과 새롭게 체결할 것을 강요하면서 경제제재를 부과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란에 당연히 주어야 할 70억 달러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미국의 승인 없이 건넸다가는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엄청난 벌금 때문에 파산할 뿐 아니라 국가 자체가 가혹한 제재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JCPOA 복귀에 대해 미국은 이란의 선조치 후복귀를, 이란은 선복귀 후조치를 주장하며 있다. 사진=IRNA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미국과 이란 주변국의 협의라는 두 가지 어려운 조건을 더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핵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이전 핵협상 때에도 거론되었지만, ‘핵을 개발하지 않는데 왜 문제가 되냐’는 이란의 반대에 막혀 제외되었다. 궁극적으로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란의 대륙간 핵탄도미사일 무장 가능성이다. 그런데 사실 이란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핵이 아니더라도 자국 유전시설을 겨냥하고 있는 수많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걱정이다. 이란은 미국이 주변국에 무기를 팔지 않는다면 몰라도 스스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지침에 따라 이란은 사거리 2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자제하고 있다. 주적 이스라엘을 때리는 데는 900km면 충분하다고 군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의심을 사면서까지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란 체제 전복 노리는 사우디의 속내


탄도미사일과 함께 핵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조건은 미국과 이란 주변국 사이 협의 가능성이다. 2017년 이래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을 테러지대로 만든 원흉으로 1979년 이란혁명을 지목하고 이란 체제 전복을 시도해왔다. 이란의 핵능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하여 주변 아랍왕정국의 악몽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기 전에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한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 핵합의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던 불상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이란은 손사래를 친다.


이란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과 이란 사이에 물밑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 슬슬 나온다. 논란을 무릅쓰고 JCPOA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말리를 이란 특사로 임명한 데서 볼 수 있듯 바이든 대통령의 핵합의 복원 의지는 사뭇 강하다. “제재를 풀기 전에는 협의 없다”, “IAEA 사찰을 거부한다” 등 강경했던 이란도 다소 미묘한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양측이 내건 조건이 협상 전 몸값을 올리는 작전일는지도 모르겠다.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 양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우리도 후환 없이 이란에 주어야 할 돈 편히 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
이란 테헤란대에서 이슬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법무부 국가정황정보 자문위원이자 중동산업협력포럼 사무국장이며 주요 저작으로 『신학의 식탁』(공저, 들녘, 2019),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균열과 유라시아 지역의 대응』(공저, 민속원,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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