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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중국은 어떻게 코로나19 방역에 대응했나
[글로컬 오디세이] 중국은 어떻게 코로나19 방역에 대응했나
  • 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21.02.1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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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차오양췬중(朝陽群衆)’은 베이징 차오양구에 생겨난 ‘지원자(志願者 volunteer)’ 조직을 가리킨다. 베이징에는 ‘차오양췬중’을 제외하고도, 시청구의 ‘시청다마(西城大媽)’, 하이뎬구의 ‘하이뎬왕여우(海澱網友)’, 펑타이구의 ‘펑타이취안다오두이(豊臺勸導隊)’ 등의 지원자 조직들이 있다. 대체로 2010년을 전후한 시기 시작된 이들 조직의 출현은 기본적으로 개혁기 국가의 ‘사회관리’ 방식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회주의 시기 중국은 농촌에서는 ‘인민공사’를 통해서 농민을 통제 관리하였고, 도시에서는 ‘단위(單位, 직장)’를 통해서 도시민을 통제 관리하였다. 그런데 개혁기 이후, 1980년대 초 농촌에서는 인민공사가 폐지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인 ‘국유기업 개혁’에 의해 단위의 해체가 가속화되었으며, 시장경제가 급속히 확산됐다. 사회주의 시기와 같은 방식의 국가의 ‘사회관리’는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난해 2월 우한 거리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 홍보 활동 중인 후베이 우한 지역의 지원자들. 사진=신화통신/연합
지난해 2월 우한 거리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 홍보 활동 중인 후베이 우한 지역의 지원자들. 사진=신화통신/연합

 

사회주의에서 개혁개방으로, 사회관리의 변화


이제 국가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사회관리’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사구(社區)’의 건설이다. 사구는 원래 영어의 ‘커뮤니티’의 번역어로, 특정한 지리적 범위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기층사회를 가리킨다. 사회주의 시기와 달리 개혁기 국가는 사회의 모든 영역과 사안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가는 사구의 여러 가지 영역과 사안들에 주민의 일정한 자발적 참여를 허용하게 된다. 자신의 통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과 사안에 대해 국가가 사회의 관여를 수용한 것이다.


개혁기 들어 국가의 손을 벗어난 영역과 사안들을 담당하게 된 주체들로 사구의 ‘사회공작자’, ‘사회조직’, ‘지원자’가 있다. 이들은 명목상의 사구 자치조직인 ‘주민위원회’와 협조하여 사구 내부의 정치적, 행정적,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담당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자격증과 등록을 통해서 일정한 전문성과 제도적 성격을 보유한 사회공작자 및 사회조직과 달리, 지원자는 기본적으로 ‘개인 신분’에서 각종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다.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에 직면한 국가의 직간접적 요구에 호응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할 수 있다.


‘차오양췬중’은 이러한 지원자 조직의 하나로 주로 치안과 방범 등의 분야에서, 검색, 제보, 계도 등의 형태로 베이징 공안기관에 협조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공안기관은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여 직접 ‘차오양췬중’의 카툰 이미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배포하였다. 베이징 공안기관은 2015년 ‘차오양췬중’의 범죄정보 제보가 21만 건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원하면서 고양시키는 ‘애국지원자들’


특히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도, 이들 ‘차오양췬중’과 같은 지원자 조직의 역할이 컸다. 국가는 도시 기층사회에 있어서 ‘사구 중심 방역’을 강화했다. 빠르고 넓게 퍼지는 전염병에 대응하는 데 기존 ‘주민위원회’, ‘사구공작자’, ‘사회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외부 전문의료인력의 투입도 물론 필요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국가의 요구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은 이들 지원자 조직이 사구 중심 방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440만 명의 ‘등록 지원자’가 존재하는 베이징에서, 국가는 일상적인 치안과 방범은 물론 이번 초대형 전염병 대응에 있어서 참여를 요구하고 대규모 지원자를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동원함으로써, 사회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한편, 인민들 사이에 애국주의를 고양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2015년 11월 17일 베이징은 기존의 현(縣)이 모두 사라지고 16개 구(區) 체제로 바뀌었는데, 이 중 동청구, 시청구, 차오양구, 하이뎬구, 펑타이구, 스징산구의 ‘도심 6구’는 수도 베이징의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 기능이 집중된 지역이다. 여기에 베이징 전체인구의 60%와 베이징시 ‘호구(戶口)’를 보유하지 않은 ‘외래유동인구’가 집중돼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 지역의 치안과 방범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차오양췬중’은 국가의 입장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할 필요도 없는 대규모 대중조직인 것이다. 이렇듯 사구 중심의 사회적·정치적 위기 대응 구조는 중국에서의 국가와 사회 사이 관계, 국가의 사회관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실마리가 된다.


 

 

 

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 런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 분야는 중국 동북지역의 공간생산, 국유기업 노동자, 동북지역의 ‘역사적 사회주의’ 등이다. 주요 저작으로 『다롄연구: 초국적 이동과 지배, 교류의 유산을 찾아서(진인진, 2016)』(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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