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빌 보뇌르(Ville Bonheur) 근방에 사는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매년 신성한 폭포, 소도(Sodo)로 고된 발걸음을 옮긴다. 연례 종교의식을 행하기 위해서이다. 필리스 갈렘보(Phyllis Galembo)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순례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는 순례자들과 함께 폭포수 속으로 뛰어 들어가 셔터를 눌렀다. 물세례를 맞는 순례자들의 모습은 고정됐다. 폭포의 속도감은 부서진 채 정지됐고, 흐릿함과 번짐의 효과를 자아냈다. 이는 마치 순례자들의 숭엄한 의식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닻미술관에서는 오는 28일까지 필리스 갈렘보와 더불어 4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전시 주제는 ‘물질과 상상’이다. 물질이 어떻게 상상의 영역으로 나아가는지 각각의 언어를 경유하며 살펴볼 수 있다.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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