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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돌 위에 뉜 ‘정육면체 변’의 정체
평평한 돌 위에 뉜 ‘정육면체 변’의 정체
  • 정민기
  • 승인 2021.02.1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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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이언스
정육면체 모양의 웜뱃 변.  사진=사이언스

지난달 27일 『사이언스』는 호주의 야생동물 웜뱃이 주사위 모양의 변을 만드는 비밀을 밝혀낸 연구를 보도했다.

호주엔 이국적인 동물이 많다. 캥거루, 코알라, 쿼카 등등.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동물이 하나 있다. 바로 호주 남단의 ‘타즈메니아’라는 섬에 사는 ‘웜뱃’이다.

웜뱃 어미와 새끼.  사진=사이언스
웜뱃 어미와 새끼. 사진=사이언스

웜뱃은 평균 30~40kg 정도의 몸무게에 큰곰처럼 갈색 털과 작은 귀를 가졌다. 코는 코알라처럼 넙대대한데 머리가 커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눈은 조그맣고 동그랗다. 다리가 짧아서 뒤뚱거리며 걷는다. 언뜻 보면 테디베어처럼 생기기도 했다.

이 귀여운 동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똥’이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웜뱃은 정육면체 주사위 모양을 변을 눈다. 

타즈매니아를 여행할 일이 있다면, 웜뱃의 주사위 변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평평한 돌 위에 변을 누는 웜뱃의 습성 때문에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그런데 웜뱃의 장은 어떻게 주사위 모양의 변을 만드는 것일까? 정승환 코넬대 교수(생물학)가 그 비밀을 밝혀냈다.

장 근육 수축의 ‘시간차’가 비밀

정 교수는 차에 치여 죽은 웜뱃을 해부해서 장을 살펴봤다. 웜뱃의 장은 다른 동물의 장보다 탄성력이 좋고 두께와 경직도가 부위별로 달랐다. 정 교수는 장의 각 부위가 어떻게 수축하고 팽창하는지 2차원 수학 모델을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뻣뻣한 부위는 더 빨리 수축되고 부드러운 부위는 천천히 쪼그라드는 것이 관찰됐다. 이 시간 차이가 변을 각지게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찰흙으로 주사위를 만들 때 찰흙을 바닥에 놓고 손바닥으로 살짝 누른 다음 나머지 네 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데이비드 휴 조지아 공대 연구원(바이오기계공학)은 웜뱃의 각진 변이 돌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아서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진화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웜뱃의 변은 건강할수록 각이 살아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웜뱃의 변은 장에 문제가 생겨서 동그란 변이 나오기 때문이다. 동물원 사육사는 웜뱃의 변을 통해 건강을 확인한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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