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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개 대학 연구비 감사 … 대상 대학 교수 자살
전국 15개 대학 연구비 감사 … 대상 대학 교수 자살
  • 김조영혜·손혁기 기자
  • 승인 2004.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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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연구비 실태 감사

감사원이 전국의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연구비 사용실태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감사대상 대학의 한 교수가 “학교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부터 전국 5개 국립대와 10개 사립대에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지급된 ‘국고지원 사업비’를 대상으로 사용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과제별로 인건비와 기자재 사용비, 재료비 등 항목별 연구비 사용 실태를 조사한다. 당초 감사원은 한 대학 당 1주일씩을 배정했으나, 실제로는 대학마다 지원받은 연구과제의 양이 많아 열흘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에는 계명대 류 아무개 교수(신소재공학과)가 공대 강의동 3층 복도에서 컴퓨터 전선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류 교수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학교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 “나는 무능하다”라는 등의 내용을 유서에 적었다라고 밝혔다.

계명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류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에서 20개의 연구과제를 맡아 총 5억7천4백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13개 과제를 완결하고 7개 과제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동료 교수들은 류 교수의 자살은 “감사와는 무관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한영 신소재공학과 학과장은 “류 교수는 감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감사대상 명단에도 안 들어가 있다”라며 “과제가 있어도 연구할 인력이 없는 지방대 교수의 애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측은 “자체적으로 감사 준비를 하기 위해 연구비 수주액과 연구과제가 많은 20명의 교수를 불러 회의를 했고, 류 교수도 회의에 참석했다”라고 밝혔다.
결국 류 교수는 감사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을 모른 채 감사 준비를 위해 대학 내 회의에 소집됐다가, 감사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감사원에서 보내온 감사대상 명단에는 류 교수가 빠져 있었고, 계명대측은 감사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어 “사전에 류 교수에게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감사원 감사는 지난 11일까지 경북대, 경상대, 강원대, 충북대, 건국대, 원광대, 인제대, 인하대, 조선대, 한림대를 마쳤고, 전북대, 계명대, 광운대, 대구대, 순천향대를 남겨 놓고 있다.

한편, 지난달 인적자원개발회의는 △부처별 상이한 연구비 관리지침으로 인한 연구비 정산제도의 비효율성 △부처별 연구비 중복지원 △대학연구비 관리 시스템의 문제 △일부 대학교수들의 편법 연구비 운영 등에 대해 논의 하고, 6~7월 실태 조사를 토대로 '대학의 정부연구개발비 관리제도 대선방안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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