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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차별∙파시즘∙무신론… 코로나 2년차 채워줄 질문들
노동∙차별∙파시즘∙무신론… 코로나 2년차 채워줄 질문들
  • 박강수
  • 승인 2021.02.01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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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말하는 2021년_ 출판예정도서

출판사 41곳으로부터 2021년 출간예정목록을 받았다. 취합된 도서는 총 262종이다. 이 중 과반을 살짝 웃도는 135종(51%)이 역서였다. 한강부터 빌 게이츠까지, 나쓰메 소세키부터 플루타르코스까지, 118종을 추려 소개한다. 올해도 책 읽는 시민들의 독서 스케줄은 분주할 예정이다.

 

 

바이러스가 파도처럼 쓸어가면서 잊고 지냈던 세계의 못난 부분이 드러났다. 방역 기술력과 행정력에 비해 버거웠던 공공의료 인프라, 증세와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했으나 좀체 고양되지 못한 정치적 연대 의식, 재난에 가장 먼저 침수되는 하층부 노동자의 처우, 점점 더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다가 오는 생태 위기 등. 이 모든 ‘실상’은 사유의 재료가 되어 책에 담긴다. 41개 출판사가 보내온 올해 출간 예정 도서 목록 일부는 ‘재난이 드러낸 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이한빛 PD와 트레이본 마틴

 

『아 해보세요(가제)』(후마니타스)는 치과의 역사를 다룬 불평등 보고서다. “삶의 이(齒)력, 치아에 새겨진 불평등의 흔적”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단단한 치아를 파괴하는 것은 가난”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불운이 부정의가 될 때(가제)』(동아시아)는 보건복지 활동가 알리샤 엘리 야민이 쓴 건강권 개념의 역사서다. ‘한울엠플러스’에서는 『사회정의와 공중보건』이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 중이다.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료의 공공성, 건강불평등 이슈와 맞닿은 책들이다.

『디어 마틴』(돌베개)은 인종차별을 다룬 소설이다. 지난해 ‘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격발시켰던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부터 8년 전 총살 당한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의 이름에서 제목을 따왔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다문화』(생각의 힘)가 나온다. 서아시아와 중동 지역 연구자인 임명묵이 썼다. 『계산대에는 아줌마가 있다(가제)』(갈라파고스)와 『가장 보통의 죽음들』(돌베개)은 소외된 노동자들의 삶이 담긴 책들이다. 뒤의 책은 고 이한빛 PD의 동생인 이한솔 작가가 썼다.

 

냉전과 신냉전 사이

 

정치적 위기를 톺아본 신간 중에서는 『파시스트 되는 법』(사월의 책)의 제목이 비범하다. 세계화 시대에 유행을 탄 포퓰리즘∙파시즘의 정치 논리를 풍자와 역설의 형식으로 까발린다. 국제 정치를 다룬 서적도 여럿이다. 『지난 갈등은 무엇이었을까』(생각의 힘)는 <한겨레> 길윤형 기자가 문재인 정권 3년간의 한일 갈등 전개 과정을 복기한 책이다. 창비에서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한미관계사』와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의 『한일관계사』가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올 계획이다. 스웨덴의 존경 받는 정치인을 다룬 『올로프 팔메 전기』(아카넷)도 올 9월 출간된다.

역사서 중에서는 미소 냉전기의 핵개발 경쟁과 원자력 재난사를 주제로 한 『플루토피아』(푸른역사), 근대 이후 발명된 허구적 개념으로서 민족주의라는 측면에서 유대인 민족사를 재구성한 『만들어진 민족』(사월의 책), 재일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의 옥중 기록을 정리한 『갇힌 시간을 넘어 삶을 일구다』(후마니타스)가 주목할 만하다. 임헌영의 한국사 회고록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한길사)도 오는 6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부터 낸시 프레이저까지

 

다음은 고전이다. 도서출판 길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존재자와 본질』과 『신학요강』, 막스 베버의 『가치자유와 가치판단』과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을 준비 중이다. 을유문화사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완역판을, 한길사는 에드문드 후설의 『상호주관성』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 외 철학서로는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책세상), 발터 벤야민의 매체 비평서 『벤야민의 라디오와 매체』(현실문화), 아르헨티나의 해방철학자 엔리케 두셀의 『미지의 마르크스를 향하여』(갈무리) 등이 예정돼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 『신, 만들어진 위험』(김영사)으로 포문을 연 과학 서적 라인업도 화려하다. 과학전문기자 강양구의 비판적 과학 고전 읽기 『강양구의 강한 과학』(문학과지성사), 천문학자 심채경의 과학 산문집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문학동네)가 곧 독자를 만난다. ‘새덕후’ 화가 데이비드 시블리의 『새의 언어』(윌북)는 3월, 공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가제)』(김영사)는 7월 발간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키, 모리슨, 파묵이 온다

 

애서가들의 심장을 뛰게 할 거대한 이름들도 대기 중이다. 흑인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의 논픽션 『보이지 않는 잉크』를 기점으로, 3월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티셔츠 산문’을 엮은 『무라카미 T』(김영사), 4월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민음사)과 『파울 첼란 전집』(문학동네), 6월에는 오르한 파묵의 『페스트의 밤』(민음사)이 출간 예정이다. 또한 테드 창, 그렉 이건 등 현역 최정상 SF 작가들의 최신 중∙단편을 묶은 『WORLD BEST SF: 2020』(동아시아∙허블) 소식 역시 SF팬들을 들뜨게 한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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