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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사진, AI로 더 선명하게
현미경 사진, AI로 더 선명하게
  • 정민기
  • 승인 2021.02.0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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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루 걸려 수작업으로 지우던 노이즈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해서 1초 만에 해결
사진=네이쳐
사진=네이쳐

현미경 사진의 선명도를 올리는 데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11일 『네이쳐』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현미경 이미지의 노이즈를 제거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현대 과학에서 현미경은 매우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우리가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해본 현미경은 ‘광학 현미경’이다. 투명한 렌즈를 이용해 관찰하고자 하는 상의 가시광선을 확대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16세기 말에 발명돼서 꾸준히 성능이 개선됐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은 가시 광선의 파장 길이 때문에 특정 배율 이상의 상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 확대된 상을 얻기 위해서는 더 짧은 파장을 사용해야 한다.

20세기 초,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현미경이 나왔다. 바로 가시광선 대신 ‘전자선’을 이용하는 전자현미경이다. 전자선은 일종의 전자기파인데, 가시광보다 파장이 훨씬 짧다. 짧은 파장 덕분에 광학 현미경보다 수천 배 이상 확대된 상을 얻을 수 있다.

전자현미경의 한계, 노이즈

그러나 전자현미경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현미경으로 얻은 상에 노이즈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덕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2013년 7월에 발표한 보고서 「전자현미경에서 노이즈 장벽의 한계」에 따르면, 전자현미경의 노이즈는 관측장비의 한계가 아니라 관찰하고자 하는 시료가 형성하는 자기장과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전자현미경의 기술을 아무리 발전시켜도 노이즈를 제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전자현미경을 개선하는 대신 전자현미경으로 얻은 사진에서 노이즈를 수작업으로 제거해왔다. 대부분 노이즈는 픽셀 단위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픽셀만 보정하면 된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쥐 심장 근육 사진의 노이즈 제거 전(왼쪽)과 후. 사진=네이쳐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쥐 심장 근육 사진의 노이즈 제거 전(왼쪽)과 후. 사진=네이쳐

이 수작업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는 수많은 시도 있었다. ImageJ·Fiji·MATLAB과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하지만 사람이 일일이 노이즈를 제거하는 것만큼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AI 기술을 이용한 노이즈 제거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Noise2Void와 Noise2self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구축한 신경 네트워크이다. 

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자가 지도(self-supervised)를 통한 AI 훈련이다. 과학자들은 노이즈가 제거된 이미지와 제거되지 않은 이미지를 모두 준비한 다음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훈련 데이터가 더 많을수록 노이즈 제거 정확도가 높아진다. 

AI는 노이즈를 제거하고 남은 빈자리에 주변과 유사한 값을 집어넣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잃는 것도 있다. 노이즈를 제거하다가 현미경 이미지를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너무 많으면 인공지능도 쓸모 없어

이스라엘 테크니온사의 컴퓨터공학자 얼래드씨는 “노이즈가 너무 심각해서 이미지를 보기 어려울 정도일 경우에는 결과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거의 환각을 보는 정도죠”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이즈 제거 과정은 과학자들의 감독이 항상 뒤따라야 한다. 또한, 여러 옵션을 조정해가면서 노이즈 제거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얼래드씨는 “이쪽 업계는 끝나지 않는 올림픽과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려고 고군분투 중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 안에 인공지능으로 더 선명한 전자현미경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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