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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평전
도산 안창호 평전
  • 교수신문
  • 승인 2021.01.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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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하 지음 | 지식산업사 | 412쪽

 

실력양성론자에서 혁명가로

도산의 진면목을 조명한 평전

 

계몽가 또는 혁명 영수로 알려진 도산 안창호의 참모습을 종합적으로 재평가한 평전이 나온다. 역사사회학의 거두 신용하 교수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도산의 참된 상像을 오랜 연구 끝에 비로소 세상에 내놓는다. 섬마을의 소년 시절부터 일제의 잔악한 학대로 눈을 감는 1938년까지 도산의 비전과 독립투쟁의 길이 암흑시기 한 줄기 큰 빛으로 펼쳐진다.

 

독립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도미한 도산은 동포들의 열악한 생활 개선을 돕는 한편 한인 공립협회(1905)를 창립하였다. 이 단체는 재미한국인의 “자치단체”이자 훗날 항일운동의 배후지가 되었다. 저자는 이 시기에 봉사와 솔선수범의 ‘안창호형 리더십’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윽고 국권이 일제에게 피탈되자 도산은 귀국을 결심하고 국권회복의 방도를 모색한다. 중국과 영국의 비밀결사에 대해서 미리 연구한 도산은 귀국한 1907년에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를 창립한다. 신간회를 연구한 바(『신판 신간회의 민족운동』) 있는 저자는 신민회의 구상과정에서부터 그 구성과 활동 및 성격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특히 신민회가 “한국 최초로 민주공화국을 건설할 것을 목적으로 전면적 투쟁을 전개한 한국 민중의 ‘시민혁명당’”임을 강조한다. 신민회의 사상적 기반인 신민주의가 신국민(新國民)에 기초한 것이라는 저자의 해석을 빌린다면, 도산은 두 나라를 오가며 신국민 양성에 주력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가 신민회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내무총장 겸 국무총리 대리 시절에 ‘연통제’ 및 ‘교통국’을 설치하는 업적으로 이어졌다.

 

민족혁명론의 기수

 

저자는 혁명가로서 도산의 면모를 그의 다른 활동에서도 부각시킨다. 도산이 1913년 창단한 흥사단(興士團)은 단순한 수련단체가 아니라 민족혁명전사 양성의 혁명수련단체라는 것이다. 또한 1926년 홍진 국무령 축하 연설에서 도산이 민족혁명론을 설파한 것에 주목한다. 이때 도산은 실력양성론을 자치론의 일종으로 비판하였다. 춘원 이광수와 주요한 등이 도산을 민족개조론자로 본 것이 지금까지도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오고 있으나, 저자는 도산이 민족독립의 혁명을 꿈꾼 혁명가였음을 분명히 한다.

 

큰 지도자 도산 안창호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혁명가 도산은 동시에 타고난 명석한 두뇌로 독립운동의 앞길을 제시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타협과 희생을 통해 1919년 9월 역사상 최초로 헌법에 바탕을 둔 민주공화제 정부인 통합 임시정부 수립에 성공한 도산은 독립운동 6대사업과 6대방략을 정리하였다. “한국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임시정부가 회생 불가능해지자 그는 ‘민족유일독립당’ 운동을 전개하면서 그 이념으로서 ‘대공주의(大公主義)’를 주창하였다. 당파, 당리를 조국 독립의 대공에 복속시켜야 한다는 사상이다. 저자는 ‘자유민주’와 함께 ‘평등’ ‘복지’ 등 당시 사회민주주의적 경제평등 요소의 일부까지도 수용한다는 점에서 대공주의의 선진성과 의의를 찾는다.

 

이민 노동자들과 함께 감귤을 따는 노동자이자 비상한 두뇌로 ‘통합’의 독립 방략을 모색한 이론가. 애국가 가사를 쓰고 성실과 정직, 사랑 등을 강조하면서도 거대 조직을 지휘하면서 독립전쟁의 무장력을 중시한 지도자. 저자는 ‘안창호형 리더십’의 형성과 발달 과정을 입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여러 면모의 도산상을 각각 그러나 조화롭게 재조명한다. 도산의 한쪽 측면만 부각시킨 전기들이 아직 여럿 읽히고 있기 때문에 이 평전의 의의는 그만큼 크다. 더욱이 21세기형 새 지도자상이 필요한 이때, 이론가, 교육자이자 독립의 열망을 실천에 옮긴 혁명가로서 도산을 재정립한 이 책의 중요성 역시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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