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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문: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
새로운 학문: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
  • 조영탁 한밭대
  • 승인 2004.06.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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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시장을 향해...생태적 윤리 강조

생태경제학이 ‘지속가능성의 과학’(science of sustainability)이란 기치 아래에 활동을 개시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생태경제학의 출범은 전지구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인류의 경제활동이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지역단위를 넘어 지구전체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 신호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지구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생물종 다양성 상실 등).

이러한 상황에서 생태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을 도외시한 채 자연생태계에만 치중하는 생태학, 생태계의 중요성은 도외시한 채 인간의 경제행위에만 치중하는 경제학을 모두 비판하면서 생태학과 경제학간의 대화, 나아가 이들간의 이론적 통합을 제안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생태계와 인간사회에 대한 비전, 즉 생태계와 인간사회는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으로 서로 연결된 유기적인 시스템(복잡계)이라는 관점이다. 인간이 어떤 종류의 에너지와 물질을, 얼마만큼의 규모로,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생태계는 변화를 겪게 되고,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에 되먹임 작용을 한다(생태계와 인간사회간의 열역학적 흐름에 기초한 공진화과정).

심화된 갈등 치료하려는 학문적 시도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 생태경제학은 현재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린다. 현재의 경제성장은 엄청난 에너지와 물질을 생태계로부터 획득해 사용하고(자원고갈과 환경파괴), 정확히 그만큼의 폐기물을 생태계로 배출하면서(폐기물의 급증과 환경오염),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활동의 토대인 생태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생명기반체계로서 생태계의 위기).

더구나 그 동안의 엄청난 물적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류 사회는 여전히 기아문제와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부국과 빈국, 부자와 빈자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과연 이러한 경제성장방식이 생태계 여건상 지속가능하고(지속가능성), 사회윤리상 바람직하며(현재세대 내의 문제) 나아가 인류의 미래세대와 모든 생명체들의 안정적인 미래(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간의 문제)를 보장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성 문제’와 ‘세대내 및 세대간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생태경제학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생태경제학은 생태계와 인간사회간의 에너지와 물질 흐름을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란 관점(시장원리)으로 풀어가는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파악한다. 설령 환경관련 비용을 고려한 경제학적 최적(외부성의 내부화)이라 하더라도 지속가능성 문제와 세대간 및 세대내의 불평등문제는 단순히 환경의 화폐적 가치평가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넘어서는 문제, 즉 생태학적 판단과 사회적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도 문제해결에 역시 한계가 있다고 인식한다. 현대의 많은 과학기술 역시 고전과학적 영향으로 인해 복잡계로서 생태계를 총체적으로 인식하기보다 부분적인 보수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여전히 환경파괴적인 기술경로에 잠겨 있기(lock-in) 때문이다.

에콜로지, 윤리, 경제학의 통합 지향해

따라서 생태계와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인식의 대전환, 즉 경제학의 관점(시장원리)에서 생태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관점(생태학적 원리)에서 경제활동을 파악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하다. 생태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시장의 신호대로 생태계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생태계의 원칙에 시장의 신호가 따라갈 것을 주문한다(이를 통해 상업성추구라는 시장원리가 아닌 생태계의 원칙을 준수하는 과학기술의 생태화를 추구한다).

또한 경제활동의 시장성과(화폐적 평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이 초래하는 에너지와 물질흐름분석, 그리고 그것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경제활동에 대한 생태물리적 평가와 산업생태학적 분석)에 더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생태계에 대한 이용과정에서 경제적 약자나 미래세대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환경정의를 강조한다.

생태경제학은 이처럼 지속가능성의 문제와 세대간 및 세대내 불평등 문제를 생태학적 조망 아래에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생태계의 원칙과 공평한 사회윤리라는 토대 위에 시장경제를 재정립시키려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다(Ecology, Ethics, Economics의 통합). 동시에 이는 ‘45억년 역사의 생태계 원리’를 불과 ‘200년 역사의 시장원리’가 경시한 것에 대한 냉정한 자기반성이자, 21세기의 경제학이 생태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새롭게 모색하려는 치열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1960년대 이후 양곡관리정책의 변화와 그 성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생태경제학 산책 : 방법론, 비전, 지속가능성’, ‘환경거시경제이론의 소개와 그 평가' 등의 논문이, ‘에코-이코노미’, ‘한국자본주의분석’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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