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0:30 (금)
역량기반교육, 대학 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
역량기반교육, 대학 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
  • 신붕섭
  • 승인 2021.01.25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역량기반교육을 위한 제언 (상)
지난해 8월 단국대에서 한 교수가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해 8월 단국대에서 한 교수가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2021년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실시되는 해이다. 지금 대학들은 교육과정 운영의 적절성과 교육성과의 탁월함을 증명하기 위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학평가는 고등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안내하고, 교육혁신을 유도하는 준거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최근 대부분의 대학들은 현재 대학교육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3주기)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방사립대, 대학평가 절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사립대학에서는 대학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학생들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입생 모집에서 족쇄를 차지 않고,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자격을 얻게 돼 교육여건 개선과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쓸 재정적 여력이 생기니 대학평가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부주도의 대학평가가 실질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제가 되고 있는가? 특히 진단평가의 항목 중에 교육과정 영역에서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역량기반교육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이글에서, 이런 물음에 대학들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공유하고자 한다.

대학 지도자, 규정에 의지 공식화
역량기반교육은 내용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생활과 사회생활, 그리고 직업세계에서 성공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자기주도 학습능력,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패러다임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핵심역량 개발과 구현을 평가의 우선순위에 두면서, 대학들은 저마다 인재상에 따른 핵심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교육과정을 포함한 교육의 전 과정에 반영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에 실시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거치면서 역량기반교육을 위한 교육체제의 구축은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당면과제로 인식되었다.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이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가 하면, 교수자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학습경험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학습성과로 나타나고 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

대학에서 역량기반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총장을 비롯한 주요 지도자들이 역량기반의 교육철학을 분명하게 세우고,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학칙이나 교육과정 등 관련 규정에 대학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공식화해야 한다. 과연 학칙이나 교육과정 규정에 “역량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습자 중심으로 수업하며, 수행평가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라고 교육과정-수업-학생평가를 일체화해 공식적으로 선언한 대학이 얼마나 되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책무성을 운운하면서 아직도 교수자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지필시험의 관행에 머무르고 있다면 아무리 핵심역량이나 전공역량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교과목과 역량의 연계성’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평가보고서에 담는다 해도 학생들의 미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량기반교육 시스템 설계해야
또한 대학에서는 역량기반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역량기반교육을 위한 질 관리 차원에서 핵심역량의 개발-역량기반의 교육과정 설계-성과 측정을 위한 절차 등을 마련해 실천하는 대학들도 있지만, 아직도 핵심역량과 실천능력(하위역량)을 개발하고, 교육과정을 역량중심으로 형식적으로 편성하는 데 그치고 있는 대학들도 많다. 역량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려면 어떠한 논리적 준거를 따라야 하는가? 특정 교과목이 연계된 역량을 표시할 때는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 학생들이 수업 정보시스템을 보고, 역량기반교육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가? 교수자의 강의로는 학생들이 역량을 체득하기 어려우니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해야 하고 특히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를 해야 하는데, 대학에서는 교수자들이 학생들의 수행과정을 관찰하고 수행결과를 사정할 때 참고하도록 핵심역량에 따른 루브릭(학습자의 학습 결과물이나 성취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체계적으로 고안해 제공하고 있는가? 나아가서 역량평가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상대평가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과감하게 절대평가로 전환했는가? 역량기반교육이 대학평가에서 ‘점수 따기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대학의 교육과정과 수업 정책을 책임을 지고 있는 지도자들은 이런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신붕섭 나사렛대 교수·중등특수교육과
신붕섭 나사렛대 교수·중등특수교육과

 

 

 

 

 

 

충남대에서 박사를 했다. 나사렛대에서 오웬스교양대학장을 역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