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영역과 현장의 영역 사이에서
필자는 광주테크노파크에 근무하면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학위 과정 중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으나 학위취득 후 뒤돌아보니 ‘어휴’라는 한숨과 함께 불현듯 용자불구(勇者不懼)라는 공자의 말씀이 떠올랐다. 필자는 이것을 ‘모르면 용감하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몰랐으니 가능한 일이지 알았다면 아예 시도도 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君子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라고 했다. 필자는 결코 군자를 꿈꾼 적이 없으며 단연코 재목도 못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필자는 한때 군자의 삶을 살았다. 장교로 전역(現 예비역 소령)하고 불우(不憂), 불혹(不惑), 불구(不懼), 다시 말해 걱정이나 흔들림이나 두려움 없이, 한마디로 ‘겁없이’ 근무지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했다. 그러나 학위과정을 마친 지금은 공자가 말한 군자의 정의와 정반대되는 길에 들어선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 재단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을 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 지역경제의 비교우위를 강화하고 열위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 중장기 경제 및 산업전망을 통한 기반산업 및 수익산업의 발굴과 진작을 위한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현상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계량기법을 이용한 접근이 이루어진다. 또한 계량분석을 실시한 외주 사업을 평가하기도 한다.
문제는 통계패키지를 이용해 경제현상을 분석하는 공부를 했으니 이것을 현장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가 걱정과 두려움을 안겨준다는 데 있다. 소위 리스크의 크기를 계측하고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GARCH 분석기법,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이 받는 영향을 추정하는 충격반응기법, 주가를 예측하기 위한 오차수정모형, 소득, 환율, FTA가 미치는 영향을 도출하기 위한 패널중력모형, 경제단위의 효율성을 조사하는 DEA와 같은 계량분석기법을 이용해 우리 재단의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그리고 신생기업의 경우 강건한(robust) 추정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계열 자료의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며, 그렇다 하더라도 자료의 누락 및 결핍이나 이상치(outlier)가 자주 발생해 사실상 고도의 분석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더욱 계량경제 분석기법을 적용해 도출한 결과는 지역 경제와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거대담론’ 성격이 강하다. 높은 수준의 분석기법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대조적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한 분석기법이 의외로 유용하며, 멋진 계량기법이 아닌 단순하고 투박한 분석기법이 훨씬 실용적이며 현실적이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여기서 또 다른 고민(憂)과 흔들림(惑)을 겪게 된다. 고도의 기법을 적용한 연구물, 그러나 현실과 괴리된 페이퍼를 학술지에 게재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으나 투박(?)한 기법을 적용한 연구물, 그러나 현실을 반영한 성과물은 문전박대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준엄한 학계의 인심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학문의 영역’과 ‘현장의 영역’이 구분된다고 할 수 있으며, 신진연구자나 현장연구자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멋있는 연구물만을 지향하는 학계의 패러다임은 변해야 하며, 연구를 위한 연구나 실적을 위한 연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어찌 감히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다르니까 용감하다’고 답하고자 한다. 언감생심 용자불구라고.
광주테크노파크 미래사업기획부장
목포대에서 무역학협동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학사장교(25기) 전역 후 현재 광주테크노파크에서 미래사업기획부장으로 재직중이다.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 세계종교 유교국중 하나인 한국이 불교Monkey 일본의 강점기를 겪으며 대중언론등에서 유교가 많이 왜곡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