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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본 한국 중소도시 150년 변화의 역사
지도로 본 한국 중소도시 150년 변화의 역사
  • 김재호
  • 승인 2021.01.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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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한국 중소도시 경관사』 발간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광복 이후 현재까지 150여 년 동안 급격하게 변모해온 한국 중소도시 10곳의 경관(景觀) 변화를 담은 『한국 중소도시 경관사』(정치영 외 지음, 26,000원)를 발간했다. 이 책에서 주제로 삼은 중소도시 10곳은 경주・공주・나주・강릉・충주・수원・춘천・군산・익산・김천으로, 경관 변화가 사람들의 삶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으며, 그 풍경이 품은 의미와 시간, 목적은 무엇인지 살폈다. 

중소도시 경관의 형성과 변화 기록하고, 소멸해가는 중소도시에 대한 관심 촉구 

‘경관’이란 눈에 보이는 경치, 풍경을 의미하는 지리학 용어로, 한 지역의 자연환경과 그 지역을 차지하고 이용해온 인간의 역사를 포함하는 단어이다. 이 책의 주제인 ‘경관사景觀史)’는 바로 경관이 형성되고 변화한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 또한 지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중소도시’란 대개 인구규모가 5만 명 이상에서 100만 명(어떤 학자는 30만 명까지만)까지의 도시를 말한다. 

이 책에서 지칭한 중소도시는 단순히 인구 규모로만 분류한 것이 아니라 대도시에 상대되는 용어로 사용했다. 지금까지 학술 연구와 사회적 관심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었던 데 반해 이 책에서는 소멸되어 가는 중소도시에 대한 연구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 

1960년대 전체 20%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현재 절반을 넘어섰다.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 30%, 의료기관 51%, 정부투자기관 90%, 예금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현재 104개로 전체 46.1%이다. 소멸위험지역은 인구의 유출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으면 약 30년 후에는 해당 지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코로나19로 수도권의 인구유입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 중소도시의 지역 산업을 살리기 위해 2007~2013년 1500억 원을 들여 물리적인 노후화 개선에 주력했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5년간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중소도시의 소멸’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소도시의 특성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관심과 조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리학의 고유한 언어인 지도로 한국 근현대 중소도시를 살피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광복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아 있는 수많은 지도는 농촌과 비교해 급격하게 변모한 도시공간을 이해하는 데 유효하다. 지도는 ‘지리학의 독특한 언어’이기 때문에 지리학자들은 지도를 이용하여 지역과 공간을 읽고 해석하며 표현한다. 지역과 공간의 특성에 관한 정보를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다른 어떤 수단보다 지도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하는 의문을 해결하는 데도 지도는 큰 역할을 한다. 

지도는 각종 기호를 사용하여 일정한 비율로 줄인 제작 당시의 지역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의 지도를 비교하면, 지역의 변화 과정을 시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지도로 지역을 읽는 데 익숙한 역사지리학 연구자들이 최근 150여 년간의 한국 중소도시의 경관 변화를 지도를 통해 살펴보려는 시도를 담았다. 역사지리는 지도를 통해 역사를 조망한 것인 동시에 우리의 생활 터전과 삶의 변화를 가장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학문 분야이다.  

이 책의 핵심 연구 자료이자 도구는 지도이다. 조선시대 군현지도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지형도, 도시지도를 수집하여 이용했다. 아울러 보조 자료로 다양한 문헌자료도 활용했다. 지도 분석을 통해 각 도시의 경관 변화 양상을 파악한 후, 그 변화와 관련되는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는 지리지, 통계자료, 공공문서, 보고서, 신문, 잡지 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현장 답사를 통해 위치 비정, 사진 촬영 등을 했다. 

중소도시 10곳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과거 경관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관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현장답사가 가능한 지역을 선정했다. 따라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배제했고, 동시에 북한 지역은 제외했다. 더불어 최근 150여 년간의 도시경관의 변화상을 추적했기 때문에 조선시대 및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도시를 선택했으며, 이에 따라 광복 이후에 도시로 성장한 지역들은 배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연구 대상 선정 기준은 일제강점기 대축척 도시지도의 존재 유무이다. 이 책은 지도를 통해 세밀한 도시경관의 복원을 시도했으므로 지도가 존재하는 지역만 분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추려진 도시 25곳 가운데, 지역별 안배, 도시의 역사・기능・입지 등의 특징을 감안하여 선정했다.

* 위 그림은 1872년, 1930년대, 2000년대의 공주의 경관사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조선시대의 공주읍치를 그린 1872년도의 지도를 보면 주요시설들이 나와 있으며,
지붕 모양을 그려 넣어 당시 많은 인구가 살고 있었음을 나타냈다.
1930년대 지도는 행정구역의 변화가 눈의 띄며 도로망이 확충된 것이 특징이다.
2000년대의 지도에서는 공주가 커지면서 발전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공존을 볼 수 있다.

먼저 각종 문헌을 분석하여 도시의 지리적 위치, 조선시대까지의 연혁, 개략적인 자연환경과 지역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조선 후기를 최초의 분석 시기로 설정하여 고지도・지리지 등을 통해, 읍치를 중심으로 한 시가지의 공간구조, 주요 시설과 건물의 배치 등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조선시대 읍치로 출발한 도시들은 객사와 동헌 등의 관아 건물, 읍성, 장시 등이 주요한 경관요소였다. 그리고 1890년대 지형도를 통해, 조선시대 말의 교통로, 위치 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복원했다. 

일제강점기의 경관 복원은 1:10,000 도시지도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일제강점기 들어 조선시대 읍치였던 곳의 주요 건물 및 시설들이 어떻게 활용・변용되는지 고찰했으며, 행정구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시구개정(市區改正)과 도로개수사업 등으로 토지구획, 도로망 등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살폈다. 특히 도로와 철도가 도시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찰했으며, 행정중심지의 기능 유지 여부가 도시 발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다양한 시설의 입지와 경관 등에 내재한 의미와 조성자의 의도를 파악했다. 

해방 이후의 경관은 시가지의 확대 과정, 철도 노선의 신설과 변경, 도로망의 증가, 하계망과 토지 이용의 변화 등을 살펴보았다. 특히 1970년대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구도심의 변화, 새로운 주택지역의 개발, 산업의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했다. 이러한 한국 주요 중소도시의 번영과 쇠퇴 등을 살펴보는 작업은 단순히 그 도시를 이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시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도시의 지역성을 경관사를 통해 만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방에 위치한 도시의 인구가 대도시권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지방 도시 인구 감소 및 쇠퇴의 조짐이 나타났고, 2000년대 이러한 현상이 강화되었다. 최근 통계청은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넘어섰다는 추산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것은 1970년 인구통계 집계 이후 최초이다. 이제 지방 도시들은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수도권과 몇몇 대도시를 중심으로 최근 집값 상승의 기세가 무섭지만, 중심에서 조그만 벗어나면 인구 소멸과 쇠퇴에 직면해 있는 지방의 중소 도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중소도시의 이러한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각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중소도시의 기원을 살펴보면 전통시대의 지방행정중심지였거나, 일제강점기의 해안의 항구도시,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도시 기능을 부여받은 도시 등이 있다. 이러한 다수의 중소도시는 인구가 정체・감소하고, 이에 따라 구도심 지역이 중심지 기능을 상실하고 쇠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주목한 것이 바로 도시의 경관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에 남아 있는 역사문화경관을 보존・복원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업은 개별 건축물이나 시설을 보존・복원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어 지역 활성화 대책으로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비슷비슷한 풍경으로 오해할 수 있는 중소도시 각각의 고유한 지역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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