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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에서 벗어나려면
수면장애에서 벗어나려면
  • 김린 고려대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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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안의 시계를 일정한 패턴에 맞추자

현재 국제수면장애 분류에는 80여 가지의 수면장애가 있다. 불면증, 과도한 주간 졸림증, 수면 중 보이는 행동장애 중 한 가지 이상 증세를 보이면 여기 해당된다. 흔히 불면증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장애, 카페인과 담배 등 기호품, 불규칙적인 근무시간, 두통 등의 신체질환 등이 꼽힌다. 흔히 불면증을 동반하는 특정 수면장애로는 수면무호흡증, 주기성 하지운동증 같으 질환도 있다.

그러나 만성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불면증은 정신생리성 불면증이라고 불리는 소위 ‘학습된(습관성) 불면증’이다. 이것은 어떤 원인이든 일단 시작된 불면증에 대해 걱정하고 야간에 잠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더욱 악화된다. 불행히도 잠들려 시도할수록 정신은 더 생생해지고 증세는 더 악화된다.

지식인들의 상당수는 꼼꼼하고 건강염려증적인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성격에서 정신생리성 불면증이 빈발한다. 치료의 최선책은 원인치료인데, 특히 습관성 불면증에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선택적인 치료법이다. 단기간 지속되는 불면증엔 일시적인 수면제 복용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만성 불면증은 원인규명을 한 후 치료를 시행한다. 매일밤 수면제 복용하는 것과, 술마신 후 복용은 위험하다. 의사의 처방없이 구매하는 수면제는 다음날 주간 졸림증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단기간의 수면제 사용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시차적응 △교대근무 △급성 스트레스(가족 사망, 새로운 업무 등) △예상되는 스트레스(회의, 연설) △만성 불면증 △특정한 의학적 장애 등이다.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DSPS)은 가장 흔한 일주기리듬 수면장애중 하나로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젊은층에서 가장 높은 유병율을 보이고 정신적인 업무가 많고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지식인층에서도 흔히 보여진다. 보통 사람들이 아침 7시에 기상,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 11시 취침이라면, DSPS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밤늦게 잠들어서 아침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자유롭게 잘 수 있는 상황에서 DSPS 환자들은 정상적?규칙적인 잠을 자나,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이 모두 뒤로 지연돼 있다는 뜻이다. 오전엔 졸리지만 밤이 될수록 정신이 더욱 명료해져 모든 활동을 밤에 하게 된다. 올빼미 형의 극단적 형태다. 

만성적인 수면결핍증 역시 지식인층에 매우 많다. 생활 습관상 매일 조금씩 수면 빚이 쌓여 주말이나 휴일에 평일보다 몇 시간 더 자게 된다. 이런 경우 자신이 수면 결핍상태라는 걸 모르고 생활습관으로 대수롭잖게 여기지만, 이는 만성피로감을 불러일으키며, 언제든 졸음운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뇌안에 있는 시계(생물학적 시계)는 수면 뿐 아니라 우리 몸의 호르몬을 주기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주기를 잘 이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가장 졸린 시기는 새벽 4시 경이며 기상 1~2시간 전부터는 코티졸이 상승한다. 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기상 후에 몸을 가볍게 풀고 안정된 상태를 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하루를 준비하는 몸상태가 된다. 늦은 아침에는 체온이 올라가고 집중력이 강화돼 뇌가 정보를 처리하기 좋게 준비된다. 정밀한 분석이나 이성적인 판단을 요하는 일은 이 시간대가 가장 알맞을 것이다. 물론 수면 주기가 상대적으로 지연돼 있는 사람은 그만큼 감안해 계산하면 된다. 점심 식사 후의 노곤함은 소위 ‘post lunch dip’ 이라는 졸림의 시간대 때문에 생기는데, 커피 한잔에 가벼운 스트레칭은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을 조절하는 기전은 뇌안의 시계에 있다. 많은 지식인들은 일상의 스트레스, 정신적인 몰두, 심각한 결정, 창조적 사고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 신경이 날카로우며, 바쁜 일정상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 이는 수면장애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뇌안의 시계는 빛에 반응해 매일매일 주기가 재설정된다. 따라서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 빛이 뇌에 전달되게 해 뇌안의 시계가 일정한 패턴으로 작동한다면 수면문제는 해결된다. 군에 입대해서 한달 훈련이 끝나면 불면증을 겪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일이다.   

김린 / 고려대 수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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