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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서평’ 넘는 비평... 서평이 지닌 가능성을 열다
‘주례사 서평’ 넘는 비평... 서평이 지닌 가능성을 열다
  • 김재호
  • 승인 2021.01.18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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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서울리뷰오브북스 0호』 서울리뷰오브북스 지음 | 180쪽

이슈와 문학 등 전문가 리뷰
13명의 교수급 필진들 모여
묶어읽기 등 주목할 만해

‘주례사 서평’으로 점철된 국내 서평계에 작은 파장이 예상된다. 바로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 때문이다. 공식 창간은 올해 3월이다. 그전에 특집호 0호를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행했다. 이 서평지의 편집위원들은 일년 여가 넘는 시간 동안 토론하며 준비했다. 국내에 쟁쟁한 필진들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열세 명의 편집위원들은 이석재 서울대 교수(철학), 박 훈 서울대 교수(역사), 권보드래 고려대 교수(문학), 박진호 서울대 교수(한국어학), 김영민 서울대 교수(정치학), 송지우 서울대 교수(정치학), 김두얼 명지대 교수(경제학),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 조문영 연세대 교수(인류학),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자연과학),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강예린 서울대 교수(건축학), 박상현 사단법인 코드 이사(미디어)들이다. 

홍성욱 편집장은 “좋은 책에는 저자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하고 증류한 경험과 생각, 성찰과 혜안, 비판과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라며 책의 고유한 역할과 소명을 강조했다. 그는 “독서는 고독하고 서늘할 정도의 개인적 침잠인 동시에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손을 잡는 활동”이라며 “책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움이 커진 지금, 좋은 서평이야말로 독서의 방향을 잡아 주는 길라잡이 등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독서는 공동체 만드는 활동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슈 리뷰, 리뷰, 문학(별책)으로 구성돼 있다. 이슈 리뷰는 팬데믹 시대의 삶과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준혁 소아치과 전문의(연세대 치과대학 치의학교육연구센터 강사 및 전문위원)는 의사학자 마크 해리슨이 지은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이영석 옮김, 푸른역사)에 대한 서평을 썼다. 「코로나19, 공포를 활용하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서평은 과연 코로나19가 왜 그리 확산됐는지 의문을 던진다. 김 전문의는 책을 인용해 감염병을 퍼뜨린 것은 ‘상업’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단, 상업이 절대악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감염병으로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반문한다. 김 전문의는 “이제는 차단방역, 세균 통치가 힘의 권좌에 놓였다”면서 “감염병이 불러일으킨 공포는 강자들의 무기가 되어 감염병 차단이라는 이유로 약자에게 휘둘러진다”고 적었다. 특히 팬데믹의 이유가 환경 때문인지 감염원 때문인지에 대한 논란은 보호무역과 개방무역이라는 차원으로 나아간다. 감염을 차단하자니 경제가 위축되는 문제에 봉착하는 셈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 각 서평에는 함께 읽기가 들어가 있다. 별책도 흥미롭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묶어읽기다. 홍성욱 편집장은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 강양구, 생각의힘),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공성식 외 9인, 돌베개), 『코로나 리포트』(허윤정, 동아시아),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파올로 조르다노, 은행나무), 『포스트 코로나 사회』(김수련 외 11인, 글항아리), 『팬데믹 패닉』(슬라보예 지젝, 북하우스), 『열병의 나날들』(안드레스 솔라노, 시공사)를 읽고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삶이 가능할까」를 썼다. 홍 편집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과학과 정치의 하이브리드’라고 명명하며, “긍정적인 변화의 최대치는 우리 삶의 과시와 과잉을 도려내는 정도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주거와 공간, 가난과 기회의 평등을 다룬 강예린 교수의 「밀실에서 나오는 지도를 그릴 수 있는가」와 송지우 교수의 「‘가난 사파리’가 ‘가난 수용소’가 될 때」 등이 눈에 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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