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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 종의 최후
스트라빈스키: 종의 최후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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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지음 | 을유문화사 | 480쪽

 

2021년, 타계 50주년을 맞이한 거장
스트라빈스키의 극적인 삶을 그리다


노벨상 재단은 매해가 끝날 무렵 한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을 연다. 2020년에 펼쳐진 기념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였다. 주최측은 고전주의 최고의 피아노 협주곡에 맞먹는 20세기의 혁명적인 성과로 《불새》를 선택해 새롭게 태어나는 미래를 묘사한 것이다. 그만큼 스트라빈스키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곡가다.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발레곡 《봄의 제전》은 야성을 일깨우는 독특한 리듬과 그에 맞춰 펼쳐지는 화려한 안무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이 곡의 초연을 관람하던 드뷔시는 그 독창성에 압도당해 자신이 뒤처졌다는 자괴감에 빠졌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 스트라빈스키는 겨우 서른 살이었다. 그러나 그는 연달아 작곡한 《불새》와 《페트루시카》와 《봄의 제전》으로 음악계에 혁명을 일으킨 뒤에도 반세기 넘게 작곡을 계속했고, 당대 문화계의 중심에 있었으며, 수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천재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존경과 부를 누렸다.

스트라빈스키가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작곡 외에 다른 능력도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작곡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었고, 음악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스로 계보도를 작성해 홍보했다. 또한 도움이 될 만한 사람과는 금방 손을 잡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냉정하게 인연을 끊었다. 그는 상대가 아무리 유명하거나 위대하다 해도 미련을 갖지 않았고, 반대로 상대가 아무리 애처롭다 해도 동정을 베풀지 않았다. 스트라빈스키는 명성이 무언가의(예컨대 ‘천재성’의) 대가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덧없이 스러진 천재들을 누구보다 많이 보아 왔던 그에게, 삶이란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되기 위해 많은 것들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그 상대 중에는 이미 너무 많은 성과를 이룬 과거의 자신도 포함돼 있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클래식 음악 전문가인 저자는 이렇듯 독특한 스트라빈스키의 생애를 착실히 묘사한다. 또한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이 출간된 뒤에 새로이 발견한 사실과 논쟁들을 추가했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최신 스트라빈스키 공연 영상들을 소개하는 부분은 무척 유용하며, 화가 샤갈과 스트라빈스키의 공통점을 다룬 부분처럼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저자 특유의 통찰도 인상적이다. 착실한 전기적 요소와 음악 전문가의 통찰력을 겸비한 이 책을 통해 독자는 21세기 들어 더욱 빛을 발하는 스트라빈스키의 진면목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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