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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주범 ‘소 트림,’ 미역으로 잡는다
지구온난화 주범 ‘소 트림,’ 미역으로 잡는다
  • 정민기
  • 승인 2021.01.2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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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온실가스 15% 차지하는 소 트림
전 세계 자동차가 내뿜는 양과 비슷
사료에 미역 0.2%만 넣어도 트림 90% 이상 줄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소가 트림과 방귀로 방출하는 메탄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호주의 <ABC뉴스>는 지난해 12월 18일, 소의 메탄 생산을 줄이는 사료가 커트 버그폴스(Curt Bergfors) 재단이 매년 수여하는 푸드플래닛상(Food Planet Prize)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호주 에들레이드대 존 윌리엄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 한 마리는 하루에 평균 250~500L의 메탄을 방출한다. 1년간 모으면 85kg이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는 10억 마리가 조금 안 된다. 연간 8천500억kg의 메탄가스가 소 트림과 방귀에서 방출되는 셈이다.

메탄은 대기 중에 약 9년간 머무른다. 3백 년에서 1천 년까지 머무르는 이산화탄소에 비하면 훨씬 짧다. 그러나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의 열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한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 기여도가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 온난화를 최대한 늦추려면 소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농업 전문가인 샤반데(M. Shahbandeh)가 발표한 통계조사 「전 세계 소 개체 수 2012-2020」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전 세계 소 가축량은 약 1% 정도 감소했다.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은 셈이다.

여느 때보다 채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2018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육류 소비량은 연간 80.1kg으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소의 개체 수와 육류 소비 많아

인간의 식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의 식습관에는 빠른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ABC뉴스>에 따르면 사료에 미역을 첨가하면 메탄가스가 9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놀라운 사실은 우연히 발견됐다.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주의 한 농부가 해안가에서 키운 소가 목초지에서 키운 소보다 더 잘 자란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 시초였다. 농부는 퓨처피드(FutureFeed)의 킨리 박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박사는 바닷가에 널려있는 미역을 소에게 먹이며 관찰했다.

킨리 박사는 다양한 해조류를 소에게 먹이며 연구했다. 그 결과 호주에서 자라는 바다고리풀(Asparagopsis)이 가장 효과적으로 소의 메탄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 위장에는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조류에 있는 특정 성분이 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합니다.” 퓨처피드의 감독관 바타그리아 박사의 말이다.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서 소가 흡수할 수 있는 영양분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해조류를 먹은 소의 우유나 고기엔 지방산과 같은 좋은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됐다.

소가 먹는 사료에 미역을 많이 첨가할 필요도 없다. 바타그리아 박사는 “우리는 소의 하루 식사량 중 약 0.2%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99.9%의 메탄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메탄 생성 미생물 억제하는 미역

일부 연구자들은 바다고리풀에 포함된 브로모포름(bromoform)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이 물질은 에어컨에 사용됐다가 지금은 금지된 프레온 가스보다 오존 파괴력이 10~20배 더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교의 iGEM팀은 특정 박테리아를 소에게 먹여 바이오포름 생성을 억제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퓨처피드가 개발한 해조류 사료는 2020년 푸드 플래닛 상(Food Planet Prize)을 수상했다. 이 상은 스웨덴의 자선활동가 커트 버그폴스(Curt Bergfors)가 설립한 재단에서 주는 상이다. 글로벌 식량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연구나 활동을 한 사람에게 수여되며 한화로 약 11억원의 상금이 부여된다.

퓨처피드는 상금으로 받은 11억 원 미역 생산 공장을 세우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워진 공장들은 호주의 원주민 사회가 운영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해조류 사료가 지구 온난화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있는 축산업자들 이 사료를 사용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가축을 키우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산업이 늘면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곡물이 사료로 사용되고 축산용 용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소외계층의 식량 부족이 확대된다. 

축산업이 일으키는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류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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