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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연구가 설레는 백발 할머니의 꿈
여전히 연구가 설레는 백발 할머니의 꿈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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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팬데믹시대 적응하는 것도 숙제
연구를 새로운 일로 여기는 것이 연구자의 초심

지난 1년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이들의 일상이 급격히 변했다. 이제 막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던 필자에게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전처럼 동료들과 만나서 연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온라인 강의는 대면 강의와는 또다른 고민을 가져왔다. 어쨌거나 갑자기 닥쳐온 변화에도 익숙해져 갈 때쯤, 새로운 한 해가 또다시 찾아왔다. 한 해의 시작에는 무언가 의무처럼 평소에 자주 생각하지 않던 것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된다.

대학원 시절에는 졸업해서 자리를 잡기만 하면 하루 종일 원하는 연구를 실컷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나보다 먼저 학문의 길을 걷던 선배들은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라 친절히 현실을 일러주었지만,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라고 그 말을 이해한 것은 필자 또한 학교에 임용되고 난 후였다. 강의와 학교 일들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고 여러 일들이 몰리는 기간에는 연구 프로젝트들을 장기적 계획보다는 눈앞의 급한 일들을 처리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좋은 연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결국 내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어떠한 연구자가 좋은 연구자일까? 이 길의 초입에 서있는 필자는 아직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좋은 저널에 연구를 싣고 충분한 실적을 내는 것을 중요한 일이라 여긴다. 이것 없이 스스로를 좋은 연구자라고 여긴다면 단순한 자기만족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생각했을 때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박사후 연구원 시절, 세미나 시간에 뵀던 한 교수님이다. 백발이 성성한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이셨는데 연구 실적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셨지만 그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연세에도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본인의 현재 연구를 신나서 발표하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보통 학자로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얘기하는 시기가 모두 지나고 난 후에도 그러한 순수한 연구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진심으로 멋지다고 느꼈다. 물론 여러 여건 상 좋은 연구 환경에 계셨던 분이셨겠지만, 수십 년 간 자신의 일을 그렇게 꾸준히 사랑하며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초심을 간직하자, 말은 참으로 쉽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임용이 된 후에 여러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급급한 시간들 속에서 설레기보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연구를 하던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 그것이 더욱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 뵈었던 교수님처럼, 시간이 한참 흘러 나 또한 백발의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여전히 연구를 새롭고 설레는 일로 여길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그보다 감사한 일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심정은
광운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조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생산전략 및 경영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광운대 경영대학에서 지속가능한 공급사슬과 공급자 관리, 고객의 전략적 행동과 생산운영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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