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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밀치고 숲을 맞은 '친환경 캠퍼스'들
차를 밀치고 숲을 맞은 '친환경 캠퍼스'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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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조선대 상지대 등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에코 캠퍼스'(환경친화적 캠퍼스)를 지향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기회비용'이 높아 활성화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첫발을 내딛고 있는 대학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봤다.

  국민대 녹색캠퍼스 운동…"구성원 인식 새롭게"

▲녹색디자인 과정을 대학원에서 운영중인 윤호섭 교수가 흰티셔츠에 천연물감으로 '녹색캠퍼스 앰블럼'을 그려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 이창현교수 제공
국민대 녹색캠퍼스 운동은 캠퍼스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한산에 자리 잡은 국민대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십분 활용해 이 운동에 나섰다. 녹색캠퍼스 운동이 반짝하는 이벤트성 행사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져왔던 교수 5명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비롯해 학생, 직원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터 왔기 때문이다.

녹색캠퍼스 운동은 이창현 국민대 교수가 지난 해 국민대신문사 주간을 맡으면서 벌인 연중 공익캠페인에서 비롯됐다. 캠페인을 시작한뒤 신문사내에 녹색캠퍼스 운영위원회부터 만들었다. 녹색디자인 과정을 대학원에서 운영중이던 윤호섭 교수(시각디자인과), 숲가꾸기 운동을 펼치고 있던 전영우 교수(산림자원학과)를 비롯해 동강살리기와 새만금 살리기에 직접 참여한 한경구 교수(국제학부), 차없는 캠퍼스에 관심이 많았던 조중빈(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운영위원을 맡았다.

교수사이에서 제기돼 왔던 '차없는 캠퍼스', '숲과 함께하는 캠퍼스', '물을 사랑하는 캠퍼스', '재활용하는 캠퍼스' 등의 주장을 '국민대신문'에 지면화 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녹색캠퍼스 운동을 본격화하면서 학생들과 교직원의 참여를 독려할 방안으로 '보리 베기'행사, '녹색아이디어 공모전', '숲체험프로그램' 등이 이어졌다. 지난 해 2학기부터는 운영위원을 주축으로 '북한산과 녹색캠퍼스'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해 운영중이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5인 1개조로 나눠 '녹색전사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또 재활용 캠퍼스를 구상하는 차원에서 아름다운 재단에서 운영하는 '움직이는 아름다운 가게'를 열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진행해 온 녹색캠퍼스 운동의 첫 성과가 바로 지난 4월 30일부터 시작된 '차없는 캠퍼스'의 구현이다.

녹색캠퍼스 운동 운영위원을 맡았던 윤호섭 교수는 "눈에 보이는 구호의 남발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실천하고 친환경적인 철학과 이념에 동참하는 정신이 중요하다"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환경을 접목시키는 시도는 매우 의미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대 기숙사 옥상위에 설치된 태양광, 태양열 설비 모습. © 조선대 홍보실

'태양광·태양열' 이용한 대체 에너지 활용
대체 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에 접근하는 대학도 있다. 조선대는 지난 2002년 2월 새 기숙사를 세우면서 광주시로부터 국고지원을 받아 기숙사 옥상에 '태양광·태양열'설비를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평균 2백㎾의 전력을 생산, 기숙사 하루 전력소모량의 10%를 충당하고 있다. 태양열 설비는 기숙사 '급탕'시스템으로 활용해 필요한 에너지의 30∼40%를 차지한다.

동신대 생물자원산업화지원센터는 지난 해 10㎾짜리 태양광·열 설비를 갖췄다. 이 센터내에 '종자은행'별도 건물의 조명과 온수를 책임지고 있다. 영남대도 경북테크노파크 건물에 태양광·열 설비를 갖춰 활용중이다.

이들 대학은 에너지 관리공단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체 에너지 관련시설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와 대림대학, 유한대학은 에너지 관리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대체 에너지 시범보급사업'을 통해 직접 지원을 받은 케이스다.

에너지 관리공단 관계자는 "풍력과 바이오 설비는 소음과 냄새 때문에 대학캠퍼스 특성상 맞지 않아 태양광·열 설비를 지자체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관심은 높지만 대학입장에서는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져 아직 꺼려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2월 상지대가 '에코인증'으로 불리는 ISO14000 인증을 획득했다. © 상지대 홍보실

'환경' 행정시스템 구축…에너지 절약·실험실 '안전'보강
국제규격에 맞는 '환경기준'을 마련해 행정시스템을 고치기도 한다. 숙명여대는 지난 해 10월 ISO14000(환경품질경영)인증을 획득하면서 화공약품, 실험실습시약 등 대학내 위험물 관리를 개선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과대, 약학대 등 위험물을 다루는 실험실습실의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위험물 취급시 필요한 장갑, 마스크, 까운 등을 구비했다. 실험실습실 이용과 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졌다. 또 기름누출로 인한 '토양오염'은 없는지도 점검했다. 실험폐수와 세척수 등을 한곳으로 모아 '용역업체'에서 전량 수거해 가도록 폐수처리 절차도 바꿨다. 이같이 실험실습실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절수·절전을 위한 행정업무도 통합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차계획에 따라 학생회관과 도서관 등에 고효율 냉·난방 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숙명여대 이외에도 대구보건대학, 연세대(원주캠퍼스), 상지대 등이 ISO14000 인증을 받았다. 대구보건대학도 지난 2001년에 환경인증을 받았는데 환경교육과 에너지 및 자원절약운동을 통해 '그린퍼슨', '그린 앤 클린 스페이스 조성'을 추구하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실험실 폐수처리와 쓰레기 분리수거에 초점을 뒀고, 상지대는 절수기 설치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환경업무 절차와 체계를 구축했다.

이들 대학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생활화 노력을 강조하고 연차계획에 따른 체계적인 행정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4월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담장허물기 공사를 시작했다. © 한국외대 홍보실

담장 허물기·녹지공간 확보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면서 '열린 캠퍼스'를 표방하는 대학도 꽤 늘었다.

서울시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대학교 담장개방 녹화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외국어대, 고려대, 명지대, 서울산업대, 서울대 의과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조경시설을 갖추는데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49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 4월 27일 기공식을 갖고 5월 31일부터 본격적인 담장허물기 공사에 들어갔다. 나머지 대학들은 공사 설계 중으로 올해 안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도시 내에 위치한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가'가 선정기준"이라면서 "아직은 담장을 없애고 대학을 개방하는데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오는 2006년까지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걷고 싶은 녹화거리사업'을 통해 지난 해 중앙대와 올해 숭실대에 지원한 바 있다. 원광대는 지난 해 익산시의 지원을 받아 일부 담장을 허문데 이어 남아있는 담도 모두 없앨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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