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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3]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된 대표적 스태미나 식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3]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된 대표적 스태미나 식품
  • 권오길
  • 승인 2021.01.1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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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
붕장어
붕장어

“통영 바다장어 특대 9~12마리(720g)가 3만 원, 쌀쌀해지는 날씨~, 약해지는 기력, 최고의 보양식 통영장어를 만나보세요”라고 대문짝만한 선전문구와 사진이 중앙일간지 한 면을 장식한다. 납작한 소쿠리에 생동감 나는 바닷장어 3마리(1마리당 30~40cm)의 사진과 입맛을 한껏 돋우는 노릇노릇 구운 장어 토막들이 눈길을 끈다. 이런 선전은 예년에 없었는데, 아마도(분명히) 고약한 역병(疫病) 때문이리라.

바닷장어가 어떤 놈이기에 “대표적인 스태미나식품으로 비타민 A가 소고기의 200배나 되고, 또 피부미용과 노화방비에 좋으며, 겨울철 기력보충에 더욱 좋다”고 능청을 떠는지 한 번 살펴보자.

그런데 여기 선전하는 바닷장어는 크기나 생김새, 체색 등 여러 모로 보아 붕장어임이 틀림없다. 붕장어(Astroconger myriaster)는 붕장어과에 속하는 해산어류로 몸은 원통형으로 가늘고 길며, 체색은 서식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모래진흙이 많은 옅은 바다바닥에 살고, 몸길이는 보통 60~80cm 정도이다. 붕장어는 민물뱀장어와 닮았고, 뱀장어는 작은 비늘이 피부에 나있지만 붕장어는 비늘이 없다. 

붕장어는 흔히 아나고(アナゴ)라고 불린다. 아나고란 이름은 붕장어의 습성 때문에 생긴 말이다. 붕장어가 바닥모래에 구멍을 파고들어가는 버릇을 보고 붙인 이름인데, 일본어로 혈자(穴子)라 쓰고, 그것을 아나고라 읽는다. 붕장어는 주로 북서태평양인 한국, 일본 홋카이도이남, 동중국해 등지에 분포한다. 

몸빛은 등 쪽이 다갈색(茶褐色,검은빛을 띤 갈색)이고, 배 쪽은 백색이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및 꼬리지느러미의 가장자리는 아주 검으며  가슴지느러미가 있다. 그리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하얀 옆줄(측선,側線)구멍이 뚜렷하게 규칙적으로 줄지어 있다. 그래서 ‘흰점붕장어(white-spotted conger)’라 불리며, 수명은 약 8~9년 정도이다. 

수심 20~50m의 모래바닥과 암초가 있는 곳에 살지만, 때로는 깊은 바다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만의 해초가 무성하고, 민물이 흘러드는 내만(內灣) 및 섬 주변의 물살이 느린 곳에 무리를 이루어 산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활동을 시작하여 잔물고기나 조개류(패류)를 잡아먹는다. 몸길이는 보통 암컷이 약 90cm, 수컷이 40cm로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크다. 

4~5월경에 멀리 일본남부 해저(海底)에 산란하고, 부화하면 유생인 댓잎장어(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가 되어 쿠로시오해류(黑潮海流, Kuroshio current)를 타고 우리나라 남부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실뱀장어로 변태한다. 그리고 부화된 지 3년이 안 되는 어린 붕장어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근해로 이동하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연안으로 이동하지만 3년 이상 자란 붕장어는 이동하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서 머물러 산다. 그리고 주로 10월부터 5월에 거쳐 어획되고, 35cm이하는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붕장어는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물속에 늘어뜨려 주낙으로 잡는다. 주낙은 낚시 도구의 일종으로 긴 줄(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가짓줄(아릿줄)을 달고, 가짓줄 끝에 낚시와 미끼를 달아 저층에 사는 붕장어 같은 어종을 잡는다. 

벗긴 붕장어껍질은 피혁제품을 만드는데 쓰이고, 뼈까지 잘게 다져서 물기를 없앤 다음 뽀얀 살(회)로 먹거나 또는 구워서 양념장을 발라 먹는다. 또 등뼈 부분은 기름에 튀겨 안주로 먹고, 머리와 내장은 어탕을 끓인다. 그런데 한반도의 전 해안에서 사시사철 잡히는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붕장어 회를 먹는 곳은 주로 부산과 경남지역이다. 이는 아마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탓일 것이다. 그리고  뼈가 억세어 살만 발라내어 횟감이나 일본요리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 재료로 이용한다. 

붕장어는 필수아미노산을 고루 함유하고 있으며, 오메가-3-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가 풍부하고, 또 비타민 A가 다량으로 들어있어 시력 향상 및 야맹증에 효과가 있다 한다. EPA(eicosapentaenoic acid)와 DHA(docosa hexaenoic acid)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불포화지방산(오메가-3-지방산)으로 콜레스테롤 저하, 뇌기능 촉진 등 각종 질병예방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런 지방산은 식물성플랑크톤이나 해산미세조류인 클로렐라(chlorella)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이것은 먹는 어류에 축적된다. 고급생선보다는 고등어․꽁치․참치․정어리 등 등짝이 푸른 생선에 많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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