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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진짜 브렉시트’가 시작됐다
[글로컬 오디세이] ‘진짜 브렉시트’가 시작됐다
  • 김봉철 한국외대 EU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1.13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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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한국외대 EU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한국어로 세방화(世方化)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세계적 경제 시스템의 통합과 지역별 정치문화의 분화가 동시에 벌어지는 경향성’을 가리킨다. 영국의 사회학자 롤랜드 로버트슨이 만든 말이다. 금융과 무역으로 촘촘히 연결될수록 문화적, 국가적 반목은 심화되는 오늘날의 역설적 현실이 이 표현에 담겨 있다.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1년 1월 1일부로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 새로운 협정이 발효됐다. 실질적인 브렉시트가 완료됐다.
2021년 1월 1일부로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 새로운 협정이 발효됐다. 실질적인 브렉시트가 완료됐다.

 

‘브렉시트(Brexit)’라고 지칭되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오랜 논란 끝에 올해부터 완전히 적용된다. 2016년 6월 영국의 국민투표로 시작된 EU 탈퇴 논의는, 1년 후 영국이 탈퇴 의사를 전달하면서 공식화됐다. EU의 운영에 관한 ‘리스본 조약’에 근거하여 진행된 탈퇴협정이 체결되고 지난해 2월 1일 발효되면서, 영국은 EU의 회원국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리스본 조약 제50조 규정은 탈퇴를 원하는 회원국이 의사를 유럽이사회에 통보하고 EU 및 회원국과 탈퇴 후 관계설정을 위해 개별적인 협정을 체결하도록 협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해당 국가는 비회원국 입장에서 EU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협정을 체결하며, 이 내용은 유럽의회의 동의를 받아 공식 처리된다. 이후 영국과 EU는 탈퇴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고 지난해 협정을 마련한 것이다.


탈퇴 협정으로 영국은 EU 기관과 기타 사무소 등에 대표자로 나서지 못하고 EU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적 충격과 EU법의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말로 설정된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 종료 시점까지 EU법이 영국에도 계속 적용됐다. 탈퇴 적응을 위한 이 기간은 2월 1일에 시작돼 12월 31일까지 지속됐다. 이 경과기간은 양측 합의 아래 연장되지 않았다.


국민투표부터 최종협상까지 지난했던 4년


협정이 발효된 이후에도, 양측이 떠안은 숙제는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한 세부 협정 체결이었다. 지난해 12월 23일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새로운 EU와 영국의 무역과 협력에 관한 협정(New EU-UK Trade and Cooperation Agreement)’이다. 이 협정은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영국의 EU로부터 탈퇴’ 효력이 이제 ‘진짜로’ 작동하게 됐다.


이 협정은 단순히 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이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 심지어 해양수산 분야까지 새로운 관계설정과 협력을 포괄한다. EU 시민과 영국 국민에 대한 취급, 정부 사이의 행정적 협력에 관한 사항도 여기에 포함됐다.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은 더 이상 영국에서 효력을 갖지 않으며, 향후 EU와 영국 정부 사이의 분쟁은 별도의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처리한다. 


명확해진 것은, 영국 경제가 기존 EU 단일시장(Single Market)에 포함되지 않고 영국 사회도 기존 EU법의 공동규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영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유럽 대륙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 생존을 위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데 아직도 세밀한 문제들이 다수 협상과 적응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이 거리조절 과정에는 유럽에 속해 있으나 EU에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와 스위스 등이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U 단일시장과 규제 벗어난 영국의 행보는


브렉시트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지배했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부를 축적했었다는 그리운 정서,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EU의 질서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억눌린 감정,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의 영국 국내 정치의 치열한 대립, 런던을 중심에 두고 파운드화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자본 및 금융 산업에 대한 도전과 위협 등 여러 가지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 등 내부의 독립움직임 등도 얹힌다. 여전히 영국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아울러 EU와 영국 양측의 제3국과 관계도 새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영국은 EU로부터 탈퇴를 결정한 직후 제3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한국과 영국이 체결한 FTA가 대표적인 사례다. 양국 정부는 일찍 이 협정을 체결해, 기본적으로 한-EU FTA 수준의 자유무역관계를 설정하면서 향후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국제법적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영국의 EU 탈퇴가 명확해지면서 WTO와 같은 국제무대에서도 영국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나올 것이며, 한국과의 공조가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다. 올해는 그 기점이다. 한-영 FTA가 발효될 것이고 영국이 빠져나간 EU와 한국의 관계설정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 EU연구소 소장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로 EU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한-영 FTA와 한-EU FTA의 법적 비교와 전망」(2020), 「골든비자(Golden Visa)제도 관련 포르투갈 이민법의 동향」(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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