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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탐방-연세대 임상의학연구센터 실험동물부
실험실 탐방-연세대 임상의학연구센터 실험동물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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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증'결과 연구결과 신뢰성 높아져

수술대 위에는 돼지 한 마리가 놓여 있다. 돼지는 실험대상이다. 입에는 호흡마취기가 물려있고 전신에는 체온,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 등 마취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전용장비와 연결이 돼 있다. 몸통은 멸균된 수술포로 덮여 있다. 막 임상진료를 마치고 돌아온 의과대 교수는 '동물실험'에 익숙한 듯 보였다. 수술실 환경이 죄다 보이도록 수술대에서 멀직이 떨어져 지켜보고 있으면 사람을 수술하고 있는 것인지, 동물실험 중인지 알수 가 없다. 수술중인 교수도 '돼지수술'이나 '사람수술'이나 똑같다고 설명한다. 수술대 주위에는 간호사와 돼지에게 마취제를 놓았던 전담 수의사도 함께 서있다. 지금 408호 '동물수술실'에는 허혈심장을 치료하는 실험을 위해 '질환돼지'를 만드는 중이다. '동물수술실'옆으로 회복실과 엑스레이실도 보인다.

바로 옆 409호 '동물수술실'에서 돼지 심장을 놓고 레지던트의 실습을 지도하던 박영환 연세대 흉부외과 교수는 "예전엔 동물실험실이 '동물사육공간' 정도 였는데 지금은 동물실험 환경이 사람수술 환경보다 더 좋다"면서 "동물실험실이 국제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제시하면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6백평 규모 '공조실' 완비…출입통제 엄격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실험의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떳떳하게 연구과정을 말할 수 있는 수준에 까지 와 있을까. 지난 14일, 미국 국제실험동물관리공인협회로부터 동물실험시설에 대한 '완전 인증'을 받은 연세대 의과대학 임상의학연구센터내 실험동물부를 찾았다.

우선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1층 출입현관부터 통제가 이뤄지고 임상의학연구센터 6층 실험동물부와 의과대학 건물에 있는 '중대형동물실험실' 입구도 통제가 철저하다. 입구마다 '정맥인식 출입통제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이문은 항상 닫혀 있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철저히 꺼리는 모습이다.

6백평 규모의 실험동물부는 항온·항습·통풍 등을 유지하는 '공조실'이 완비된 실험실, 관찰실, 동물실로 꽉 들어차 있다. 임상의학연구센터 6층 실험동물부에는 동물실험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한 미생물이 없는 동물(Specific Pathogen Free, SPF)인 마우스, 랫트가 있다. 이 동물들은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유입되지 않는 베리어 시스템에서 사육되는데 모든 실험기구 및 사료, 깔집 등은 소독되어 반입이 되고 있었다. 이곳은 외부로 반출된 실험동물은 다시 반입될 수 없는 실험동물부중에서도 가장 '청정지역'이다.

실험기구가 커서 실험동물 이동이 불가피한 경우를 위해 마련된 곳이 있다. 2층에 있는 '클린룸'. 청정도가 6층 보다는 떨어지지만 실험동물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같은 날 2개이상의 동물실을 출입하는 경우 6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며 실험은 가능해도 청정도가 낮은 2층에서 6층으로 실험공간을 옮길 수는 없다. 6층 'SPF'는 최상의 양질을 보장하는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두시간마다 자동 물청소…CCTV감시 '중앙통제'
6층 통제실로 가면 실험동물부의 실험시설 현황을 한눈에 알수 있다. 자동제어시스템이 마련돼 있는데 모니터 화면에는 실험실과 세척실, 사육실 등 16군데를 CCTV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옆 모니터에는 6층 실험동물부의 구성배치도 도면이 떠있다. 마침 16번 CCTV에는 결핵균을 보유한 마우스로 실험중인 연구자의 뒷모습도 보였다. 연구자가 움직일때마다 모니터 화면에는 녹색테두리가 생겼다. 녹화중이다. 이 CCTV를 통해 연구자가 동물실험을 규정에 어긋나게 하고 있거나 학대하는 경우는 바로 경고를 내리고 재차 거듭될 시에는 실험실 이용을 금지시키기도 한다.

동물이 많아서 청결상태 유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냄새가 많이 나는 토끼, 개, 돼지를 사육하는 케이스내에는 계단식으로 물이 흐르도록 설계가 돼 있어 자동시스템에 의해 두시간마다 배설물을 물청소로 처리하고 있다. 따로 세척실을 두어서 마우스(실험용 쥐)를 담아놓는 케이스와 톱밥같은 '깔집'은 일주일에 두 번 세척을 한다.

동물실험에 '윤리규정' 강화가 핵심
'실험동물부'가 국제인증을 따내면서 보인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이곳의 운영원칙은 '실험동물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있는가'다. 그래서 실험동물부의 중심적인 운영기관이 '윤리위원회'다. '실험동물 학대금지'라는 경고문이 실험실 입구마다 붙여져 있다. 실험동물을 학대하거나 구타 및 실험후 방치시 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의과대학 건물에 위치한 '중대형동물실험실'에는 토끼 64마리, 개 20마리, 돼지 8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개짖는 소리가 들려 사육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사육실로 들어섰는데 워낙 '동물 스트레스'를 강조탓에 사진촬영도 조심스러웠다.

예전에는 실험을 위해 동물을 반입하면 바로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며칠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뒀고, 동물운반시에도 동물운반용 카트에 실어 케이스 덮개를 씌워 지나가는 사람이 보아도 혐오감을 줄이고 실험동물에게도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했다. 또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동물이 보는 앞에서 실험을 하거나 주사를 놓는 행위는 절대 없다. 항상 사육실에서 실험실로 옮겨 실험을 한다.

이봉기 실험동물부장(미생물학교실)은 "최소한 이곳에서는 동물이 죽을 때 까지 사람보다 대접을 좋게 하려고 한다. 여기서는 동물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실험동물부는 '완전 인증'을 받았지만 개선사항도 지적을 받았다. 현재 공간부족으로 개와 돼지를 함께 사육하고 있는데 개가 짖으면 돼지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와 돼지를 따로 구분해 사육할 수 있는 공간마련이 시급한 듯 보였다. 또 형광등이 깨지면 유리가루가 쥐의 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형광등 보호설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험동물부는 연구지원기관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창출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 연구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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