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3-04 17:35 (목)
국립대학 총장 임명 제도는 민주적인가
국립대학 총장 임명 제도는 민주적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주교대 총장 공석 장기화 사태를 보고] 한명숙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한명숙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한명숙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새해를 맞아 공주교대는 ‘총장’ 꿈을 꾼다. 작년 한 해,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처럼 총장 공석 바이러스 확진을 받고 360여 일을 앓으며 갖게 된 소망이다. 2019년 9월에 학생, 교수, 직원이 모두 참여한 총장 후보자 선출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후보자를 교육부가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용 제청하지 않은 충격이 새해로 이어진다. 1938년 개교 이래,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 첫 선거에서, 세 주체의 선거권 비율 조정 산통까지 겪은 선출 결과를 거부당하며 학교가 겪은 충격과 허탈도 여전하다. 당선자는 즉각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진행했고,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교육부는 항소했다.


현행 제도에서 국립대 총장은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접 선거에 따라 후보자를 선출하고, 교육부가 후보자의 임용을 제청한 후에, 대통령이 재가하여 임명하는 방식으로 탄생한다. 그야말로 ‘탄생’ 자체이다. 대학 구성원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하여 교육부 장관의 검토를 거쳐야 하고, 장관이 임용을 제청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총장이 탄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과 절차는 과연 타당하고 합당한가? 총장 공석 사태의 대학이 빈번히 발생해 온 상황이 이 물음의 근원이다. 2012년의 공주대를 비롯하여 한국방송통신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전남대 등의 사태에서 보듯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성원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가 임명을 받지 못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였다. 제주대와 경상대도 진통을 겪었다. 공통의 원인은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 거부이다. 


대학은 당황스럽다. 무엇보다 교육부 장관이 대학에서 선출하여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임용할 만한 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독선이 놀랍다. 또, 대학의 선출 결과를 무시한 채 “임용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구체적인 사유도 적시하지 않고 보내는 일방 통보가 황당하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과 같은 대학 구성원의 자주적 선출권이 권력의 폭풍에 날아간다. 전횡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까?


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육부 장관이 총장 후보자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거부하여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자가 임명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교육부 장관의 권한이 막강하다. 혹은 장관이 임명권자의 의중을 알아서 후보자를 거르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꼭두각시 장관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연유가 어떠하든 대학은 교육부의 위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고, 그 후폭풍에 휘말리고 마는 현실이다. 안정하지 않다.


민주국가의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이 이렇게 처리되어도 무방한가? 총장 부재로 야기되는 파장이 교육과 연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간과되어도 문제가 없는가? 직무대리 체제에서 비롯되는 대학 내의 제반 문제와 한계와 혼란은 방치되어도 괜찮은가? 총장 공석 사태가 발생해서도 안 되고, 그러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법은 이런 허점을 개선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보인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와 권력자의 임명권이 지나치게 막강해서다.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41개 국·공립대학의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는 교육법을 비롯하여 교육공무원법, 교육공무원 임용령, 국립대학교 설치령 등 각 층위의 법률과 법령 등을 따른다. 하지만 이들 법규에 따른 총장의 임명 과정이 연이은 결함과 모순을 보이고 있으니 새로운 법제가 필요하다. ‘국립대학법’ 제정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대학이 무력해지지 않을 법을 기대해 본다. 민주국가답게 선출의 자주권과 임명의 인사권 사이에 놓인 갈등과 길항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제이길 바란다.


대한의 민주주의여, 건재하신가? 민주국가에서는 민의가 수렴되고 실현되어 공동체의 삶이 피폐해지지 않아야 한다. 법치가 일관된 원칙으로 예측 가능하게 작동해야 한다. 합리와 소통으로 헌법 제31조가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받아야 한다. 권력이 대학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권이 교육의 미래를 옭아매지 않도록, 정치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저해하지 않도록 제대로 방비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한다.
국립대학교는 국가 미래 교육 원천이다.

한명숙 공주교대 교수·국어교육과
공주교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