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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인생 2회차 대학원생이 된다면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인생 2회차 대학원생이 된다면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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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로서 여러 선배 교수들의 글을 감명 깊게 읽은 바 있다. 인생 2회차 대학원생이 된다면, 어떤 자세로 대학원 생활을 보낼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대학원생들에게 감히 몇 마디 조언을 건네고자 한다. 후술할 모든 의견은 필자만의 성공방정식에 과적합된 내용인지라 비판적이고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길 당부한다. 

첫째, 자신의 학문 분야를 대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 가끔은 지도교수나 소속 연구실의 연구 분야를 벗어나 관심 있는 세션에 참여하고, 열정적이고 생산적인 학교 밖 연구자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좋다. 배를 만드는 자들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그저 바다를 보여주라고 한다. 첫 컨퍼런스에서 학계라는 바다를 본 뒤, 컨퍼런스 일정을 나열하고, 데드라인에 맞춰 논문을 투고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간 루틴 중 하나다. 

둘째,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조금이라도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게 좋다. 영어와 방법론과 함께 글쓰기는 대학원생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학습의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이다. 마지막에 몰아서 한 번에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연구하면서 다듬고, 지도를 받으면서 고쳐나가길 바란다. 완전히 다시 써야하는 상황도 때로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여러분의 이름으로 논문이 탄생할 것이다. 박사학위가 독립적인 연구자의 자격을 의미한다면, 여러분의 능력은 연구 결과물인 논문으로 대부분 판단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 없는 자존심만큼 비참한 것은 없고, 성과 없는 천재성은 한낱 유희에 불과하다.

셋째, 하루 종일 연구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면, 역시 지극히 정상이다. 내가 새롭다고 떠올린 주제는 이미 누군가 했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는 아무도 동의해주지 않으며, 별로라고 생각한 주제로 누군가는 논문과 책을 신나게 쓰는 상황을 목도하는 날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문득 일상의 쳇바퀴 위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에 노을을 바라볼 때, 노곤함에 뒤척이다 선잠이 들 무렵, 꿈과 아침잠의 구분이 아직 모호할 때, 좋은 주제가 떠오른다면 지체하지 마시라.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한다. 이런 삶이 지속되다보면 어쩌다 대학원 밖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어느새 세상 제일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니 근황이랄 것도, 재치 있는 대화 소재를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의 결실이 남들과 다르길 기대한다면, 남들과 동일한 방식으로는 성취할 수 없음을 기억하라.

넷째, 우리는 미래의 정서를 예측할 때, '영향력 편향'이라는 체계적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실제보다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을 무사히 마친 뒤, 모두가 꽃길을 걷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무한한 가능성과 불투명성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편향이 버팀목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충실한 하루를 축적하길 바란다. 처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긍정주의자인데, 다른 주의자가 돼 봤자 별 쓸모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노파심에 한 마디만 더 하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운동을 꾸준히 하자. 지금 컴퓨터 앞이라면 다른 글 누르지 말고 잠깐 일어나길 바란다.

 

 

 

 

 

이윤수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이윤수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한양대 교육공학과에서 재직 중이며, 인적자원개발, 경력개발, 고급통계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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