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3:10 (목)
김근태·인재근 부부 ‘케네디 인권상’에 추천···김대중 서신공개
김근태·인재근 부부 ‘케네디 인권상’에 추천···김대중 서신공개
  • 하혜린
  • 승인 2020.12.30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김근태 선생 9주기 맞아 공개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공개한 서신의 일부. 사진=김대중도서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관장 한석희)이 김근태 선생 9주기(2011년 12월 30일 서거)를 맞이해 서신을 최초 공개했다. 

공개된 서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6월 19일에 김근태·인재근(현재 민주당 국회의원) 부부를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후보로 추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김근태·인재근 부부는 1987년에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의 반인권적 행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김근태·인재근 부부를 함께 인권상에 추천하기로 했다. 당시 김근태는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큰 고초를 겪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4월 10일부터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었고, 외부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됐다. 이에 미국 망명 시기 김 전 대통령이 조직한 한국인권문제연구소에서 그를 보좌했던 최성일 박사가 김 전 대통령의 추천편지를 영문으로 작성해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관계자들에게 보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 사료에서 네 가지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먼저 첫 번째는 가택연금 중인 김대중의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서신에는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중에 있어 사인을 받지 못한 채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두 번째는 김근태의 투쟁을 국제사회에 크게 알리고자 했던 김대중의 활동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7년 1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인재근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비자발급을 해주지 않았다. 인권탄압 행위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를 꺼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의 폭압적 성격과 이에 저항하는 한국 민주화 세력의 고난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부부를 추천했다. 

김대중도서관은 김근태·인재근 부부를 공동으로 추천했다는 점에서 남녀평등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의지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부부 역시 민주화 투쟁의 동지였기에 김근태-인재근 부부도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한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은 카터 행정부의 인권외교에서 드러나듯 인권을 대외관계의 중요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 세력과 자유주의 국제연대를 중시하는 미국의 민주당과의 연대를 지향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러한 지향점이 현재 한미관계에도 중요한 함의를 준다고 전했다.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