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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기 세태’ 시의적절…신조어지만 언어 사용은 정확했으면 
‘편가르기 세태’ 시의적절…신조어지만 언어 사용은 정확했으면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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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사자성어 ‘我是他非’를 보고

       
<교수신문>이 한 해를 보내며 회고의 의미로 당해의 사회문제를 4자의 성어로 짚어보는 것은 매우 의의가 있는 일이라 여겨 감사와 사의를 보낸다. 올해의 사회적 풍조가 ‘나만은 옳고 너는 그르다’는 편가르기의 사태를 심히 우려하여 선정된 성어라 보여 매우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사회 구성원 각자의 반성을 촉구하게 하는 언론의 선도적 자세에도 부응되어 일단 찬사부터 보내면서 어법적 재고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살펴 보기로 한다.

‘我是他非’는 ‘自是他非’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我是他非’는 ‘自是他非’이어야 한다. 他의 대칭은 自이지 我가 될 수가 없다. 여기서는 ‘나’와 ‘남’인 ‘자신(自身)’과 ‘타인(他人)’의 1;n의 대칭이지, ‘나[我]’와 ‘너[汝]’의 1;1의 맞수가 아니다. 이때 아(我)에다 기준을 두면 타(他)가 아닌 여(汝)이거나 인(人, 모든 사람인 남으로서의 너)이어야 하고, 타(他)에다 기준을 두면, 나 자신(自身)에 대한 남인 타인(他人)이어야 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나만은 옳고 너는 그르다’는 ‘아시인비(我是人非)’이거나 ‘자시타비(自是他非)’이어야 한다.


삶의 모든 구성은 상대적이다. 언어는 이 상대적 구조에 맞도록 되어 있다. 아비와 자식, 사내와 계집, 아들과 딸, 사람과 짐승, 나와 남……. 이렇듯 평등한 대칭이다. 한자(漢字)는 한 글자에 독립된 의미를 담기 때문에 이러한 대칭이 한 단어로 형성되어 그 대칭이 더욱 분명해진다. 위의 예시를 한자로 바꾸면 부자(父子) 남녀(男女, 아들과 딸도 이에 포함), 인수(人獸), 자타(自他)……. 상대적 의미가 분명하다. 우리는 언어 구사에 이러한 상대적 대칭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사회 불안정과 불확실한 언어 구사

이왕 말이 나왔으니 근자에 일상용어가 된 ‘갑(甲)질’이라는 말의 잘못을 지적해 보자. 여기서 갑(甲)은 을(乙)의 대칭이니, 갑:을의 수평 개념인데 어느 사이에 갑이 을을 종속시키거나 지배하는 수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언어의 초보적 개념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의 개념 상실이 얼마나 위험한가 함은 오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 정책에 바로 드러나고 있다. 임차인과 임대인은 분명 갑:을의 1:1 평등개념이니 이 평등의 균형을 잡아야 할 일을 임대인[甲]을 갑질이라 하여 규제하다 보니 임차인[乙]이 을질인 것처럼 기울어져 사회적 평등을 고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불안정한 모습이 모두 언어의 불확실한 구사에서 오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으로 자그마한 문제를 제기해 본 것이다.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동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문학 연구에 정진, 학계 최초로 禪詩를 연구해 불교문학으로 위상을 정립했다. 无涯 양주동 박사에게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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