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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속성
시장의 속성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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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피스먼 , 티머시 설리번 지음 | 김홍식 옮김 | 부키 | 352쪽

노벨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 애릭 매스킨 강력 추천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추천
최근 60년간 최신 최고 경제 이론 엄선 수록

 

아마존, 우버, 애플은 왜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까

1989년 월드 와이드 웹이 발명되고, 1992년 최초의 온라인 소매 서점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수십 년 사이 경제는 혁명적 변화를 겪어 왔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번창하던 동네 식료품점은 시장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신에 이제 우리는 와이파이 무선망과 연결된 인터넷 쇼핑으로 식료품을 산다. 또 우버를 이용해 호출한 차를 타고 레스토랑에 가고, 케어닷컴으로 아이 돌봐 줄 사람을 구하고, 넷플릭스로 집에서 영화를 본다.

전자상거래에서 플랫폼, 공유경제까지 현대 경제의 이 혁명적 변화는 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보통은 기술(테크놀로지)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들은 기술결정론은 한 동인일 뿐 그 이상의 것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희소한 재화가 배분되는(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얻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착상(아이디어), 즉 경제 이론이 바로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일군의 경제학자들에게 의견을 구해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장 중요한 경제학 논문들을 엄선한다. 그럼으로써 경제 이론들이 현실 세계를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 그리고 역으로 그 이론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들은 위대한 현대 경제학자들의 획기적 착상들이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현실에 적극 개입하고 시장을 설계해 실험하고 우리 삶과 세상을 변혁하기까지 이르렀는지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또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우버, 에어비앤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기업들이 이런 창조적 아이디어들을 길잡이 삼아 어떻게 시장을 선도하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시장 혁명을 이끈 위대한 시장 설계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

예컨대 리처드 래드퍼드의 논문 〈포로수용소의 경제적 조직〉은 2차 세계대전 독일군 포로수용소에서 생겨난 시장이 포로들의 안락을 보장하고 생명까지 구하는 것을 보임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과 ‘파레토 효율’에 근거한 자유시장의 원리와 그 위력을 논증해 낸다. 폴 새뮤얼슨은 〈경제 분석의 기초〉를 통해 경제학을 더 이상 말이나 추측이 아니라 엄밀한 수치와 공식에 근거한 과학적 학문으로 자리 매김하는 수학 혁명을 이끌고, 경제학이 세상을 지배하는 길을 연다.

조지 애컬로프의 〈‘빛 좋은 개살구’ 시장〉은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더 많이 아는 ‘정보 비대칭’과 ‘역선택’이 자동차 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시장이 세상의 모든 문제에 유일한 답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증명한다. 마이클 스펜스는 〈시장 신호〉에서 노동 시장 관행 분석을 통해 명문대 학위와 범죄 조직 문신 그리고 기업들의 자선 기부나 슈퍼볼 광고 같은 ‘돈 불사르기’가 모두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강력한 ‘신호 보내기’임을 일깨움으로써 시장을 살리는 길을 제시한다.

장 티롤은 플랫폼이 한 사람의 구매로 인해 다른 소비자가 누리는 해당 품목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이른바 ‘네트워크 외부효과’로 작동하는 시장임을 통찰해, 구글의 무료 검색 서비스와 신용카드 회사의 캐시백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다. 로이드 섀플리의 〈대학 입학 허가와 결혼의 안정성〉, 앨빈 로스의 〈신장 교환〉은 학생들의 학교 배정, 수련의들의 병원 배정, 푸드뱅크의 식품 분배, 이식할 신장의 맞교환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거래하는 ‘가격 없는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짝짓기’라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저자들은 이러한 혁신적 사고들을 바탕 삼아 현대 경제의 핵심 원리와 시장화를 흥미롭고 풍성한 이야기로 심도 깊게 설명해 준다.

시장에 사용당할 것인가, 시장을 사용할 것인가

기업을 경영하든 창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집을 사고팔든 온라인 쇼핑을 하든 매일같이 우리는 오늘날 진행 중인 “거대한 사회적 실험”의 최첨단을 살고 있는 셈이다. 시장 혁명은 단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만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것마저 바꿔 놓을지 모른다. 이렇듯 시장이 주도하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려면 우리에게는 매 순간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힘과 안목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길을 알려 주는 유익하고 간단명료한 “이용 약관”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시장을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시장혐오주의, 다른 하나는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장근본주의다. 우리는 지금 혁신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구축된 시장들에 완전히 에워싸여 있으며, 그 영향력은 우리 삶과 정체성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극단적 이분법이 아니라 다음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시장에 사용당할 것인가, 시장을 사용할 것인가?” 그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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