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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의 세계사
침대 위의 세계사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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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페이건 , 나디아 더러니 지음 | 안희정 옮김 | 올댓북스 | 344쪽

우리가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면서도 언제나 뒤쪽에 숨겨져 있고 언급하기를 망설이는 그곳, 서구 역사 속에서는 집 안의 중심에 놓이고 과시용이었으며 사교장이었던 그곳ㅡ바로 ‘침대’다. 좌식생활에 익숙했던 우리에게도 이제 침대는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필수 가구가 되었다. 그러나 고고학에서도 인류 역사에서도 침대와 우리가 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빠진 퍼즐 조각을 채우고 있다. 이 책은 침대가 수면(과 섹스) 외에 다른 용도가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쉽지 않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고대로부터 미래까지, 또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까지 종횡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그 역할이 달라져 온 침대와 거기서 벌어졌던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과거의 침대는 오늘날과 같은 사적인 공간도, 숙면을 위한 공간만도 아니었으며, 부의 상징이었고 권력과 신분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가족과 친구, 낯선 여행자들과의 침대 공유는 한때 일상적인 일이었고 투탕카멘은 황금 침대에 뉘어 묻혔으며, 고대 그리스의 부자들은 정찬용 침대에서 사후세계로 인도되었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침대에서 프랑스를 다스렸고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자신의 침실에서 영국군을 지휘했다. 침대는 잠뿐만 아니라 섹스, 죽음, 출산과 분만 후 격리소, 정치 무대, 사교의 장이었다. 하지만 누가 누구와 무엇을 했고, 왜,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완전히 달라졌다. 또, 침대가 사적이고 숨겨진 공간으로 변모한 것은 근대에 들어서였다. 이 책은 침대의 역사, 수면의 역사와 수면 치료, 결혼과 성, 출산과 침대, 임종 침대, 침대 공유, 여행용 침대, 통치자들의 공적인 침실과 정치 무대로서의 침대, 프라이버시 개념과 침대, 미래의 침대 등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가장 가까이하면서도 잘 몰랐던 침대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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