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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소수자 향한 편견…실천적, 비판적 리터러시로 고친다
이주민 소수자 향한 편견…실천적, 비판적 리터러시로 고친다
  • 김재호
  • 승인 2020.12.2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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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다문화 사회와 리터러시 이해』 김영순 외 지음 | 박이정 | 288쪽

이미지와 컴퓨터 이해 역시 리터러시 차원
소수자는 저항적 주체로서 정체성 드러내야
다문화 리터러시 교육 역시 필요

“읽고 쓰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천부인권적 권리이다.”(29쪽) 대학작문학회가 2018년 한국리터러시학회로 새로운 출범한 후, 첫 번째 연구 총서가 나왔다. 바로 『다문화 사회와 리터러시 이해』다. 그동안 ‘리터러시’라고 하면 문해능력 정도로만 간주돼 왔는데, 이번 연구결과물은 리터러시 이론과 방향부터 교육, 사례를 총망라해 담았다. 대표집필자인 김영순 인하대 대학원 교수(다문화교육학과)는 리터러시가 천부인권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책의 1장을 집필한 김 교수는 “리터러시는 초국적 이주로 인해 형성된 다문화 사회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역량이고 프락시스의 초석임을 강조하고자 한다”라면서 최첨단 현대기술 사회에서는 “언어, 숫자, 이미지, 컴퓨터 및 기타 기본 수단을 사용하여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이며, 유용한 지식을 얻고,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의 지배적인 상징 시스템을 활용하는 능력을 포함시킨다”라고 그 범위를 넓게 이해했다. 

리터러시는 역사가 깊다. 1974년 1월 21일, 미국의 연방대법원 상고에선 이중언어 교육을 제공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인종, 피부색, 혹은 국적에 대한 언어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터러시는 권리의 차원에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는 이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김영순 교수는 이주민의 상호문화 소통 과정 기술 요소로 개인적 차원에서 △ 지식 △ 해석 및 연관 기술 △ 발견 및 상호작용 △ 태도 △ 비판적 문화인식를 제시했다. 대인적 차원에선 △ 이해와 존중 △ 상호작용 △ 대인관계 △ 공감 △ 자극선호 △ 글로벌 태도를 꼽았다. 

이주민에 대한 재난지원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
행동에 나서는 힘의 원천은 바로 리터러시다. 사진 = 연합뉴스

천부적 권리로서의 리터러시 

7장 ‘다문화 사회와 외국인 유학생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집필한 정지현 서정대 교수(항공관광과)에 따르면, 2019년 11월 현재 국내 유학생 수는 총18만5천250명이다. 학위 과정·비학위 과정을 포함한 인원 수는 국적별로 보면 중국(7만1천68명, 44.4%)이 가장 많고, 베트남이 (3만7천426명, 23.4%)으로 다음이다. 그 다음으로 몽골, 우즈베키스탄, 일본, 미국, 대만 순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정 교수는 이주민 소수자들을 위한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조한다. 

이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의 미디어 경험을 살펴보기 위해 동남아시아계 국가 출신 유학생 총 6명을 선정해 2018년 8월부터 10월까지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남아시아계 국가 출신 유학생의 미디어 경험 분석 결과, 소수자 미디어 재현에 대한 비판적 차원에서 ▷ 제노포비아 조장 ▷ 수혜자의 삶 클로즈업 ▷ 지배적 담론의 순응 강요, 소수자 되기를 위한 실천적 차원에선 ▷ 저항적 주체(팩트 체크 및 수정) ▷ 정체성의 정치(외국인 롤 모델) ▷ 능동적 구성원(외국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이 드러났다. 

미디어에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편견과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다문화 사회에서 이주민 소수자들이 단순 미디어 수용자를 넘어 소수자 미디어의 생산과 변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불합리한 사회 변혁과 리터러시

리터러시는 불합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이다. 3장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리터러시와 세계시민교육의 방향’을 공동집필한 장은숙 한국복지대 교수(장애행정과)와 김진석 서울교대 교수(영어교육과)는 인공지능 기반 매체들이 다양해지고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강조했다. 그래서 세계시민교육은 신문뿐만 아니라 TV, 스마트폰, 블로그, 인터넷, 유튜브, 페이스북 등과 같은 매체들의 정보를 확인하고, 이해하며, 의사소통함으로써 의미를 창출해야 한다. 광의의 리터러시 개념에서 말이다. 

한편, 2장 ‘다문화 리터러시와 생산적 권력’를 집필한 장은영 서울교대 대학원 교수(다문화교육전공)는 “한국 사회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이주 그 자체가 아니라, 민족주의, 인종주의, 계급주의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하며, 다문화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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