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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자기성찰 망각하는 기류 만연"
"우리사회, 자기성찰 망각하는 기류 만연"
  • 최재목 영남대 교수
  • 승인 2020.12.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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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타비를 추천하며 ②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아시타비(我是他非)란 ‘나(我)는 옳고(是) 다른 이(他)는 그르다(非)’는 뜻이다. 이 말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을 한자어로 표현한 것으로, 전통 고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사자성어로 만든 신조어로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꼬집는 말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일상적 언어가 1990년대 정치권에서 사자성어의 ‘정치언어’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


『장자』 같은 고전에서는 “시비(是非) 다툼이 드러나는 것은 하나 되는 도(道)가 손상되었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시비 다툼은 편이 갈린 상태로는 바로 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시비 다툼은 끝이 없으니,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거나, 무한한 경지(無竟)에 맡겨두는 편이 낫겠다!” 시시비비, 끊임없는 의견 대립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내가 이 말을 추천한 이유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안을 두고서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 식의 판단과 언행이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었다. 이래서 ‘내로남불(아시타비)’이라는 말 또한 우리 사회에 돌출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내 탓’, ‘내 잘못’, ‘내 책임’이라는 자기성찰을 망각하는 기류가 만연해있다. 차츰 얼굴이 두꺼워져 부끄러운 줄을 모르게 된 후안무치(厚顔無恥)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숙이고 ‘잘못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라는 말버릇도, 그렇게 반성하는 태도도 모두 사라졌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저쪽이 잘못이고, 가짜뉴스이고, 거짓말입니다”라는 식의 상대방 비방이나 감정 대립의 오만한 언사만 늘어났다. 그만큼 내면이 아프고 병들어왔다는 말이다.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 희망적 언행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부터,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아시타시’의 양시(兩是), 양행(兩行)의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결국 시비를 분별하는 제3의 공정한 중재자는, 법과 정치 이전에, 각자의 양식과 양심 속에서 먼저 찾아져야 할 것이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일본 츠쿠바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동양철학(양명학), 넓게는 동아시아철학사상문화비교다. 현재 영남대 독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이미지의 퇴계학』, 『언덕의 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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