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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 5·18 관련연구의 현황과 전망
흐름 : 5·18 관련연구의 현황과 전망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4.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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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적 심화와 확산...지역주의적 관점 벗어나야

▲5.18 당시 차량 시위 모습. ©
24주년을 맞아 전남대 5·18연구소가 주관한 '5·18연구: 회고와 전망' 학술대회가 지난 5월 6일부터 이틀간 전남대에서 열렸다. 매년 있어온 학술행사이지만 이번 대회는 예년에 비해 규모도 크고, 5·18 20년 연구史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전망을 짚은 메타비평이었던 점에서 관련 연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 동안 광주와 관련해서 어떤 연구들이 있었는지 각 영역별로 '실증적 차트'가 마련됐다는 점, 5·18 전문가들의 연구방법과 주장이 어떻게 다르고, 어떤 부분에 중점해서 연구해왔고, 다루지 못했던 주제는 없었는지 등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큰 의미로 살펴진다.

1987년 이후 5·18 관련연구는 양적으로 엄청난 논문수를 산출해왔고, 많은 인문사회과학자들이 광주라는 테마에 붙들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5·18 연구는 광주라는 한 특수한 역사현상에 대한 연구이자, 동시에 국내 사회과학의 각종 방법론적 시험장이 돼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현상을 학문적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의 노하우에 대한 성찰의 장이 이번에 펼쳐졌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학술대회에 발표된 논문은 총 12편이다. 이 글들은 5·18 연구의 주요 하부영역을 하나씩 맡아서 지난 24년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평가하고(주로 비판하고), 앞으로 어떤 연구대상, 관점, 방법론을 보강해나가야 하는지를 전망하고 있다.

군부의 권력관계, 미국과의 관계 등 새로운 주제 조명

대략적으로 구분해본다면 첫째, '5·18 담론의 변화와 정치변동'(정일준), '5·18항쟁의 성격·주체 : 연구사적 측면에서'(강현아), '5월운동과 민족민주운동'(김윤철) 등은 전체적인 연구지형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묘사하면서 5·18의 주체, 성격, 이념, 전략 등에 따라 쟁점들을 정리하는 논문들로 1군을 이룬다. 둘째, '5·18과 군에 관한 연구'(노영기), '5·18 Traumatism : 외상성 기억'(박영주), '5·18과 미국에 대한 성찰'(박태균) 등은 새로운 연구대상의 제시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동안 다뤄지지 못했던 '군부의 권력관계', '집단적·문화적 상처', '미국과의 관계' 등을 거론했다. 셋째, '5·18과 지역주의 연구 : 쟁점과 과제'(오승용), '5·18과 한국 사회의 과거청산'(이광일) 등은 '지역주의'와 '과거청산'이라는 사회과학 범주를 광주에 적용하는 것의 효과를 인식론적 논의를 통해 되짚은 특징적인 글이었다. 그 외에 '5월 문학 연구의 성과와 과제'(정명중)는 광주와 관련된 문학작품 및 그에 대한 비평이 양적으로는 차고 넘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매우 빈약하다는 강한 비판을 펼쳤다.

5·18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이후부터야 사회과학적 접근이 이뤄졌고, 일정한 관점과 인식틀이 세워진 것은 2000년대 전후부터였다. 따라서 2000년 이후 5·18연구의 새로운 동향을 "연구주체의 확장(미국, 일본, 독일 학자들과 공동연구) 둘째, 비교연구의 활성화(파리코뮌 및 제3국의 과거청산과 비교) 셋째, 각론 연구의 심화(5·18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문학, 연극운동, 미술운동, 음악운동 등에 대한 연구) 넷째, 본격적인 영어소개 시작" 등 네가지로 요약한 정일준 아주대 교수(역사학)의 정리는 5·18 연구의 전반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정 교수는 또한 기존 광주 연구가 한쪽으로는 경험주의(=주체중심주의)에 치우쳤고, 다른 한쪽으로는 객관주의(=자료중심주의)에 치우쳤다고 비판하며 "5·18담론을 지식/권력의 계보학 차원에서 접근해 때로는 '주체의 계보학'을, 때로는 '진실게임'을 연구하는 등 다채롭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주요 연구자들의 주장과 관점을 비교점검한 강현아 연구원 또한 앞으로 더욱 천착돼야 할 부분이 "발포책임자 규명 등과 같은 진상해명, 학생·노동자·도시빈민층 등 항쟁참가자들의 이념적 지향 연구, 항쟁 참여 민중들의 삶에 대한 생애사적 접근"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술대회 논문들을 관류하는 공통된 합의는 "광주연구는 광주를 역사화해선 안되고, 광주를 끊임없이 현재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살펴진다. 5·18은 그 이후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고,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돼 역사인식의 한 계기로서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으며, 5·18과 관련된 단체, 행위, 문화적 장치들을 많이 만들어온 것으로 볼 때 광주의 끊임없는 현재화과정에 대한 연구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런 관점은 두 논문에서 주로 다뤄졌는데, '5월운동의 전개와 주체에 관한 연구'(정호기)는 "5월운동의 시간적·공간적 대상을 확장 연구해야 하고, 한국의 민주화운동에서 5월운동의 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화 운동을 5·18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폭넓게 천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주문들은 "자료를 모으고 심층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라는 상식적 주장에 멈추고 있는데, 이런 식의 결론이 많이 보인다는 점은 이번 학술대회가 '정리'에 치우치고 '전망'에서는 아마추어적이었다는 아쉬운 평가로 기울어지게 만든다.

정리에 치우치고, 전망제시에는 아마추어적

이런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논문은 이광일 박사의 '5·18과 한국 사회의 과거청산'이다. 즉 그는 이 논문에서 광주항쟁은 역사청산의 대상이 아닌데 기존 논의가 역사화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5.18연구에서 필요한 것은 그것이 어떻게 현대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각인돼 재구성되는지를 한편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축소된 피해와 위상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실증적 탐구를 통해 광주항쟁의 '현재적 재구성'이란 자세가 견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시선은 '광주항쟁을 역사청산하면서 지역주의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 박사는 광주가 이 박사는 광주가 결코 지역주의의 희생물이 아니며, 차라리 자본주의의 내부 식민지였다는 견해를 제출하는데, 오늘날 광주·호남의 문제는 계급적 문제가 지역주의를 매개로 해서 더욱 증폭돼 나타났던 것이라고 본다.

이 관점은 이어진 오승용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의 '5·18과 지역주의'에서 좀더 명료해진다. 오 교수는 그 동안 광주를 연구해온 지역주의 연구자들이 알게 모르게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라는 대립틀을 '저항적 지역주의 대 패권적 지역주의'의 틀로 왜곡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5·18 연구는 지역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확인된 광주 5·18연구의 좌표는 광주항쟁의 주체와 성격 해명(시민혁명론, 민중봉기론 등)과 그 과정에 대한 실증적 복원의 마무리 단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역사실증적 연구를 소외돼온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나아가 민주화운동 내지는 우리 사회의 권력관계에 대한 일반적 연구 속에 자연스럽게 연계, 용해시키려는 방법론적 구상단계와 겹쳐있는 듯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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