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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 교수신문
  • 승인 2020.12.1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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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레빗 , 로버트 베르칙 지음 | 유경민 , 최용범 , 최정윤 , 박다미 , 소은영 옮김 | 한울아카데미 | 376쪽

 

이 책은 페미니스트 법 이론 입문서로서 적격이다. 

우선 관련 통계와 판결, 기사 등 자료를 풍부하고 빠짐없이 인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페미니즘 법 이론의 흐름과, 과거부터 지금까지 법제도의 변천 및 법원 판결의 경향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특정한 페미니스트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각 이론에 따른 결론과 비판점 등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여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책은 판결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법안과 개정안을 추적하고, 문학 작품, 기사를 인용하며, 가상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돕기도 한다. 이러한 풍부하고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페미니스트 법 이론이 현학적인 문답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일어나는 문제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법 이론은 굳이 따지자면 불쾌한 현실을 분석하고 폭로하는 쪽에 가깝지만, 두 저자는 이러한 작업을 가급적 유쾌하게 수행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참 심각한 내용에서도 미소를 짓거나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는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 책으로 미국 페미니스트 법학과 법제도 및 판결을 일별할 수 있다면, 과연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책을 통해 미국 법 제도와 유사한 한국 법 제도를 자연스레 떠올리거나, 미국 역시 한국과 매우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용상 성차별을 다룬 3장과 성범죄를 다룬 7장은 한국에서 일어난 사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

한국에서도 임금 법제에서 ‘동일가치노동에 따른 동일임금’과, 강간 법제에서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판결이 등장한 것은, 이미 페미니스트 법 이론에 대한 치밀한 이해 없이 종래의 고전적·근대적 법 이론만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독자들도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면서 각 장의 사례들을 접근하면 더욱 풍부하게 이 책을 독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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