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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의 역사
폐경의 역사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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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P 매턴 지음 |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622쪽

“폐경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독특한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다.” 어찌 보면 당혹스럽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신선해서 도발적이기까지 한 주장이다. 우리가 아는 폐경, 곧 인간의 생애 단계 중 중년기에서 노년기로 이행하며 나타나는 월경의 종료 현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다뤄진 적이 없다. 대중 매체를 통해 고착화한 폐경기 여성의 이미지는 종에 대한 소임을 다하여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일종의 거세된 인간 혹은 남편을 젊은 여성의 품으로 쫓아 보낼 만큼 신경질을 부려대는 비이성적 존재였다. 그런가 하면 정작 폐경을 맞이한, 그리고 곧 맞이할 여성 개개인에게 이것은 철저히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두렵고 불안한 변화였다. 폐경기에 접어든다는 것은 곧 남은 생애 동안 의료적 관리를 받아야 하는 병리학적 결핍 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이었고, 나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거기에 언제든 위협당할 수 있었다. 유난히 젊음과 생산성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에서 화장품, 피부과와 성형외과, 건강식품 등의 거대한 산업은 이런 여성들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배를 불려가고 있다.

역사학자 수전 P. 매턴은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시각이며 폐경을 둘러싼 낡은 신화라고 일축한다. 그리고 구석기 시대부터 21세기까지, 파라과이의 열대 우림과 프랑스 접경 피레네산맥과 중화 제국과 산업화 시기의 런던을 거쳐 현대의 미국과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지역을 누비며 폐경을 중심으로 한 인류의 흥미진진한 여행에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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