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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뒤에 선 아이
빛 뒤에 선 아이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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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지음 | 박주현 그림 | 224


‘알비노’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한 유형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되어 백색증을 앓는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킨다. 색소가 결핍되어 몸과 머리카락, 눈썹 등이 모두 흰색으로 변하고 눈동자도 혈관이 그대로 비쳐 적안인 경우도 있다. 피부가 새하얗고 눈동자도 붉어 마치 요정과 같은 모습을 멋있어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몸에 멜라닌 색소가 없어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계절을 막론하고 외출 시 긴 옷과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다. 눈도 빛에 취약해 항상 선글라스를 써야 하고 대체로 시력도 매우 나쁜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결함보다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다. 과거 중세 시대 때는 창백한 피부와 새하얀 속눈썹, 붉은 눈동자를 가진 알비노는 마녀 사냥의 주된 희생양이 되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주술적 용도로 신체 일부를 훼손해 거래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까지는 아니더라도 희귀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일상은 그들만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빛 뒤에 선 아이』는 이렇게 편견과 차별이라는 불편 속에 살아가는 전신성 백색증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백색증을 가진 사람의 불편함을 함부로 정의하거나 판단하지 않은 채 평범한 일상을 그대로 담아 그들의 삶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특이한 외모와는 별개로 자아와 미래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대 소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작가는 신체적 특징에 기대기보다는 자기만의 꿈을 좇는 소년을 그리며 알비노라는 희귀성을 악용해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중 소비용으로 쓰고자 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또한, 백색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 불편한 시선이나 언행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덜고 나아가 아프리카 알비노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보호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기획 의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편, 작품 배경에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불길하다며 파양된 검은 고양이와 인간의 장난감으로 전락된 핑크 돌고래의 모습은 특이한 외모로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라는 불편 속에 살아가는 주인공 소년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동물들을 하나의 객체로서 인정하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의 이기주의가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작가는 주변 동물들을 통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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