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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의 숨겨진 그림 이야기] 파티와 거리두기, 결산 없는 연말
[박희숙의 숨겨진 그림 이야기] 파티와 거리두기, 결산 없는 연말
  • 박희숙
  • 승인 2020.12.07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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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만남
프랑스 살롱 문화에서 유래된 파티
연말 파티 문화, 코로나19로 트렌드에서 재앙으로
‘사교계의 밤’-1878년, 캔버스에 유채, 65x116.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사교계의 밤’-1878년, 캔버스에 유채, 65x116.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12월은 해야 할 일이 많은 달 중에 하나다. 연초에는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보내지만 연말에는 1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결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결산은 수입과 지출만 정산하면 되지만 사회적 결산이라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관계를 다시 한번 정리하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사회적 결산이라는 것이 구구단처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은 만남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12월은 동창회, 동호회, 회사, 가족 모임 등등 한 해를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모여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유난히 모임이 많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두루두루 인사를 해야 해서다. 

연말 모임에 있어서 예전에는 수직 관계를 중요시 여겼다면 요즘은 수평 관계다. 춤, 와인, 음악 등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때문이다.  

파티 문화는 프랑스에서부터 유래되었다. 처음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시작된 살롱 문화가 그 이후 중요한 사교의 모임으로 발전되었다. 

프랑스 살롱 문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베로
파티를 즐기는 삶들을 그린 작품이 베로의 「사교계의 밤」이다. 

이 작품은 1880년대 프랑스 파리의 상류층 살롱 문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살롱은 19세기에 들어와서는 크게 발전하게 된다.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중산충들이 살롱 파티에 참석하면서 이때부터 살롱은 사교계를 대표하는 모임이 되었으며 아름답고 젊은 여자들은 파티에서 사교계에 눈에 띄기 위해 화려한 차림으로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격식에 맞게 턱시도에 정장 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예의였다. 

이 작품에서 벽은 수정과 금으로 장식해 번쩍이고 있고 천정에는 수많은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정원을 향해 있는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색 커튼은 파티 공간을 우아하게 만들고 있다.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커튼과 벽의 장식품, 샹들리에는 상류층 가정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파티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주인이 권력가라는 것을 암시한다. 

창가 주변에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은 의자에 앉아 자신을 뽐내며 턱시도 차림의 남자들은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화면 중앙에 허리를 강조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인이 대머리 남자의 팔을 잡고 서서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여인의 뒷모습만 보이지만 주변의 남자의 시선을 받고 있어 미모의 여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오른쪽 붉은 꽃으로 장식한 여인이 부채를 들고 홀로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여인이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원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여인이 손에 들고 있는 부채는 당시 여인들의 유행 패션이다.  

화면 왼쪽 푸른 드레스의 여인은 초로의 신사와 팔짱을 끼고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인의 행동은 같이 온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장 베로(1849~1935)는 살롱에 참석했던 자신의 경험으로 파리 상류층의 살롱 문화를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부드럽고 세밀한 붓 터치를 사용해 자유분방하면서도 격조 높은 상류층 문화를 묘사했다. 

연말 파티 문화는 새로운 트렌드이지만 코로나 19 사회를 덮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파티는 재앙에 가깝다. 파티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마스크도 쓰고 담소를 나누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전염병의 대 확산 때문에 모임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그렇다고 연말에 홀로 있기는 너무나 외롭다. 외로움이 가슴을 절절히 파고 들 때면 나 혼자만의 외출을 준비하는 것도 기분이 전환이 된다. 나를 위해 가장 멋진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설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1937년, 캔버스에 유채, 63x76. 개인소장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1937년, 캔버스에 유채, 63x76. 개인소장

중산층 여인의 공허함을 나타낸 하비
자신을 위해 외출하는 여인을 그린 작품이 하비의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다. 

분홍색 스커트와 검정색 재킷을 입은 여인이 화장대 앞에서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다.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보석함은 열려 있고 화병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꽃과 달리 액세서리들은 흩어져 있다. 

화면 오른쪽 커다란 의자에는 푸른색 재킷이 걸쳐져 있고 바닥에는 푸른색 스카프가 떨어져 있으며 황금색 테두리로 장식한 둥근 거울에는 방안의 전경이 보인다. 

의자 위에 걸쳐 놓은 옷가지와 화장대 위의 흐트러진 목걸이는 여인이 외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황금색 테두리가 있는 거울에 비추어진 창문은 닫혀 있다. 거울 속 닫혀 있는 창문은 완벽하게 외출 준비를 했지만 갈 곳이 없는 여인의 마음을 의미하고 있다.

여인이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를 들고 있지만 거울을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분홍색 스커트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여인의 설레는 마음을 나타내지만 화장대 옆에 있는 빈 의자는 연인의 부재를 설명한다. 분홍색과 대비되는 검은색 재킷은 연인에게 바람맞은 여인의 무거운 마음을 암시한다. 

화장대 옆에 다리를 한쪽으로 내밀고 있는 자세는 안정감을 주면서 전통적으로 정숙한 여인을 상징하는 자세다. 여인의 자세와 단정하게 빗어 넘긴 헤어 스타일은 화려하게 장식한 부르주아 풍의 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분홍색 스커트, 하늘색 재킷, 황금색 테두리의 거울, 콘솔 형태의 화장대, 조각한 의자 등 화려한 소품으로 부르주아의 일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라는 제목과 달리 먼 곳을 바라보는 여인의 시선을 통해 중산층 여인의 공허감을 나타내고자 했다. 

해럴드 하비(1874~1941)의 이 작품은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인의 마음을 목걸이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염병이 대유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 조용히 홀로 한 해 뒤를 돌아보는 것이 나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세상에서 나처럼 중요한 사람이 또 있을까. 살아 남아야 한다. 

박희숙 전 강릉대 교수, 화가.
박희숙 전 강릉대 교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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